[2014 올해의 인물] “현대판 노예들이 만든 상품 사지 말라”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4.12.2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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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수장, 갈등 격해지는 지구촌 개혁가로 나서

“가난에 맞서 싸워야 한다. 이를 회피하고 무시하는 사회에는 평화와 행복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항상 낮은 자세로 움직이며 미소를 띤 평온한 얼굴의 소유자. 그런 종교계 수장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의 모습과는 딴판으로 강렬하고 예리하다.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격한 내용,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한반도에 가장 큰 울림을 준 인물 중 하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서 남긴 메시지를 정리하면 이랬다. 평화·자유·화해를 위해 대화와 연대, 그리고 관용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과거 두 번의 교황 방문을 복기해보면 가톨릭 수장의 메시지가 갖는 힘은 만만치 않다. 1984년 5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소록도를 방문했다. 이때만 해도 한센병 환자에 대한 차별이 극에 달했다. 소록도를 오갈 때도 다른 승객들에 섞여 배를 타는 것조차 환자들에겐 허락되지 않았다.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그곳을 교황이 직접 방문했고, 한센병 환자의 손을 잡고 머리에 손을 얹어 축복했다. 그 후 한센병에 대한 국내의 인식은 조금씩 바뀌었고 차별도 점점 줄어들었다.

8월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 있는 김대건 신부의 생가를 방문해 신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교회를 향한 외침, “가난해지자”

<교황과 나>를 쓴 신학자 김근수 작가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개혁가라고 평가했다. 특히 외부에서 강한 개혁을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교회를 향해서는 “더 가난해지라”고 말한다. 개혁 정신만큼이나 그의 방법론에 대한 신뢰도 크다. 언어적 수사로만 표현하지 않고 행동으로 직접 나서기 때문이다. “가난해지자”고 말하면서 50달러짜리 시계를 차고 소형차를 애용하며 방명록에 서명을 할 때도 큼직한 글씨가 아닌,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자신의 이름을 쓰는 사람이다.

세상을 향한 교황의 입바른 소리는 한층 더 강해질 것 같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2015년 신년 메시지에는 전 세계의 소비자들을 향한 호소가 담겨 있다. “현대판 노예들이 만든 상품을 사지 말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금융 위기 이후에 더욱 심화된 빈부 격차, 그 속에서 어딘가 다른 빈국의 타인을 착취해 생산됐을지도 모를 물건을 사는 행위에 대해 우리 모두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뜻이다. 그의 메시지가 한층 더 복잡하게 얽힌 세상의 매듭을 풀어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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