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올해의 인물] 유병언, 그 이름 뒤에 숨어버린 정부의 무능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4.12.25 15: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월호 참사 주범 몰려 도피했다 주검으로 발견

시사저널의 2014년 ‘올해 최악의 인물’로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선정됐다. 이는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단지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라는 의혹 때문만은 아니다. 304명의 희생자를 낸 국가적 참사 앞에서 보여준 정·관계의 무능과 언론의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 행태가 ‘유병언’ 이름 석 자에 모두 포함돼 있는 것이다.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행적이 묘연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을 유병언 일가로 지목했다. 정부의 안전관리 부재와 부실한 초동 대처, 무능한 구조 활동에 대한 비판은 ‘유병언’ 이름 뒤에 가려졌다. 박 대통령은 “유병언 검거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라”고 불호령을 내렸고, 이 한마디에 검·경은 물론이고 육·해·공군까지 동원됐다. 민간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9년 신종플루 때와 2010년 연평도 포격 직후 민간인 대피 훈련 이후 임시반상회가 처음으로 열렸다. 대한민국이 마치 유 전 회장과 전쟁을 벌이는 듯했다.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 KBS
언론도 유병언 잡기에 올인했다. 세월호 참사 초기, 구조 활동과 생존자 인터뷰 등에 대한 특종 경쟁으로 자극적인 기사를 생산하던 언론은 구조가 지지부진해지자 유 전 회장 쫓기에 몰두했다. 유 전 회장의 도피처에서 나온 메모에서부터 심지어 체액까지 고스란히 보도됐고,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한 집요한 ‘사생활 캐기’도 진행됐다. 세월호 국조특위나 세월호 특별법에 관한 보도는 각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낸 유병언 기사에 묻힐 수밖에 없었다.

독자들은 ‘문고리 3인방’을 최악의 인물로

그러나 정부와 언론이 ‘유병언’ 석 자에 매몰돼 있을 당시, 정작 유 전 회장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군·검·경과 언론의 유병언 쫓기가 한창이던 6월12일 유 전 회장은 전남 순천에서 백골의 시체로 발견됐다. 그야말로 정부와 언론이 제작·주연한 한 편의 코미디라고밖에 할 수 없다.

본지 선정 과정에서 유 전 회장과 ‘최악의 인물’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인물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다. 특히 시사저널 독자들이 뽑은 최악의 인물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12월2일 김진태 검찰총장 취임 1년을 맞은 검찰도 ‘최악의 인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았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검찰은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엽기적인 음란행위로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잃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주인공인 국정원 역시 최악의 인물 후보군에 올랐다. 국정원 직원 일부가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윗선’은 결국 법망을 피해가면서 꼬리 자르기 식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