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1000만 관객 영화 <변호인> 열풍과 함께 시작됐다. 블록버스터 영화에 으레 나타나는 액션이나 대형 볼거리도 없는 이 소품 드라마에 국민적 성원이 쏟아졌다. 국민은 이 영화에서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라는, 중학교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극히 상식적인 대사에 눈물을 흘렸다. ‘이런 게 어딨어요?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라는 대사도 많이 회자됐다. 상식이 무너진 사회라는 뜻이다. 벌어져선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돼야 하는 일들은 막혀 있다. 사람들은 상식의 복원을 꿈꾸고 국민을 보호해주는 지도자를 갈구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정조를 그린 영화 <역린>이 개봉됐다. 이 작품은 현빈의 ‘화난’ 등 근육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지나치게 많은 중심 인물로 방만한 스토리가 펼쳐져 지도자를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했다. 흥행도 적당한 선에서 그쳤다. TV에선 한민족의 지도자상을 제시하겠다며 <기황후>가 4월까지 방영됐지만, 왜 고려 말 민족 반역자를 이제 와서 민족 지도자로 윤색하느냐란 비난 속에 특별히 부각되진 못했다.
마침내 지도자가 나타나다
올봄에는 우리 현실을 그린 장르 드라마 열풍이 불었다. <쓰리데이즈>는 대통령을 제외한 한국 지도층 전체가 짜고, 자기들 이익을 위해 국가를 배신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정조를 그린 조선 사극에 나타나는 노론의 행태와 똑같은 구조였다. <골든 크로스>도 경제 권력자가 마피아 집단을 형성해 사익을 추구하며 국가 금융 시스템을 농단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신의 선물>은 대통령 측근들이 작당해 형사 사건을 은폐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결정타는 MBC의 <개과천선>이다. 이 작품은 로펌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전대미문의 수준으로 세밀하게 묘사했다. 로펌과 재벌, 금융자본이 ‘만수산 드렁칡’처럼 엉켜 서로의 이익을 지켜주는 시스템이다. 그 시스템에서 서민은 소외됐다. 이런 현실 묘사에 종편도 <밀회>로 가세했다. 이 작품은 연상연하 멜로 설정에 재벌가와 예술대학교의 천박한 실상을 얹었다. 재벌가는 귀족의 천국이고 예술대는 마피아의 천국이었다. 이 작품이 방영될 즈음 서울대학교 음대에서 교수 선임 관련 스캔들이 터져 작품의 사실적 느낌을 더욱 강화시켜주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KBS가 제대로 된 지도자를 그려줬다. 바로 올 상반기 전체를 관통한 정통 대하 사극 <정도전>이다. 고려 말 기득권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귀족 집단에 맞서 청년 선비인 정도전이 혁명을 꾀한다는 이야기다. 시청자는 귀족 집단의 대표인 이인임에 대한 현실적 묘사에 감탄하고, 서민의 지도자인 정도전의 이상적 모습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러던 차에 세월호 사건이 터진다. 선장과 선원이 침몰해가는 배와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엽기적인 사건이었다. 국민들은 이 나라를 침몰해가는 배로 여기고, 버려진 승객과 자신을 동일시했다. 유병언이라는 희대의 인물이 배후로 부각됐는데, 그런 사람을 재벌급으로 키워준 우리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더 커졌다.
그리고 김보성 ‘으~리’ 신드롬이 터진다. 어차피 현실의 지도자는 정도전은커녕 이인임만도 못한 ‘소인배’들 천지라고 사람들은 여겼다.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져, 각박한 세상에 믿고 기댈 데가 없는 현실. 공적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없을 때 사람들은 사적 신뢰에 기대게 마련이다. 결국 의리다. 여름에 지도자의 끝판왕이 등장한다. 바로 <명량>의 이순신 장군이다. 기황후 같은 가짜 영웅이 아닌 진짜 ‘성웅’이다. 한국 사회는 1760만 관객몰이라는 집단 병리적 관람으로 성웅의 재림을 맞이했다.
2014년 위안이 통했다
현실에선 브라질월드컵에 이은 홍명보 의리 축구 사태가 벌어졌다. 하다못해 축구 국가대표팀 구성조차도 믿을 수 없게 된 현실. 공적 신뢰의 전면 붕괴다. 이런 상황에선 각자도생에 나설 수밖에 없다. 돈의 절대화다. 만수르 신드롬이 터졌다. 단지 돈이 많다는 이유로 영웅시되더니 <개그콘서트>에 관련 코너가 등장하고 한국 네티즌이 만수르 SNS로 몰려가 구걸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만수르는 2014 네이버 PC 인기 검색어 상승 차트에서 사람으로선 1위(전체 5위)에 오르기도 했다. 아이스버킷 신드롬을 통해 해외 부자들의 사회적 책임 의식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비정상회담>에서 외국인이 들려주는 해외 사례도 인기를 모았다. 우리 현실에 대한 염증이 커질수록 외국의 넉넉한 삶에 대한 열망이 커지는 것이다. 특히 북유럽의 풍족함이 화제로 떠올라 ‘스칸디~’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다.
케이블TV가 각박한 현실을 그대로 그린 드라마 <미생>을 제작해 하반기를 강타했다. 모두가 미생이고, 모두가 ‘을’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려 이 시대 서민의 심금을 울렸다. 연말에 터진 ‘땅콩 회항’ 사태는 우리 사회에서 갑과 을이 어떤 위상인지를 정확히 보여줬다. 모두가 동경하는 항공기 승무원조차도 갑 앞에선 천민일 뿐이었다. 서울시향에선 대표와 예술감독이 서로 갑질을 했다며 진흙탕 싸움을 벌였고, 대한민국 최고 권부에서도 전·현직 비서와 전직 장관, 대통령 가족 등이 난전에 돌입했다. 1년 내내 일베 관련 방송 사고, 김치녀 신드롬 등으로 화제를 모았던 ‘일베 가족’은 마침내 연말에 사제 폭탄 테러라는 상상도 못할 일을 저질렀다. 심지어 이런 행위를 옹호하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총체적 난국이다.
어차피 현실이 이렇게 각박하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막장이라면 사람들은 대중문화를 통해서나마 휴식·위안을 찾았다. 그리하여 아무것도 안 하는 예능인 <삼시세끼>가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농촌에서 밥 지어 먹고, 농사짓고, 동물 돌보는 게 다인 프로그램이다.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육아 예능과 ‘먹방’도 1년 내내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유강(유재석·강호동)천하’가 붕괴됐다. 연말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사태가 터진다. 노부부의 삶을 그린 독립 다큐멘터리가 흥행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지금 한국인이 휴식과 따뜻한 위안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고 있는가를 웅변해준다.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 2 시사저널은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보도에 대하여, 기독교복음침례회 교단 및 유병언 전 회장의 유족과 합의를 통해 다음과 같이 두 번째 통합 정정 및 반론보도를 게재합니다. 1. 오대양 사건 및 5공화국 유착 관련 보도에 대하여 2. 구원파의 교리 폄하 및 반사회적 집단 이미지 보도에 대하여 3.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구원파 신도라는 보도에 대하여 4. 구원파의 내부 규율 및 각종 팀 관련 왜곡선정 보도에 대하여 5.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의 유병언 전 회장 지위 관련 보도에 대하여 6. 금수원 관련보도에 대하여 7. 유병언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설 및 경영개입 보도에 대하여 8. 유병언 전 회장 작명 관련 보도에 대하여 9.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의 유병언 전 회장 도피 관련 보도에 대하여 11. 유병언 전 회장 재산 및 대출 관련 보도에 대하여 13. 유병언 전 회장 신도 지시 보도에 대하여 14. 기독교복음침례회 모금 관련 보도에 대하여 15. 유병언 전 회장 개인 신상 보도에 대하여 기독교복음침례회 측의 좀 더 자세한 입장을 ‘구원파에 대한 오해와 진실 (http://klef.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