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 만나고 오드리 헵번과 데이트도 한다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5.01.0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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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상반기 공연·전시 풍성…<지킬 앤 하이드> 등 뮤지컬도

12월부터 2월까지 이어지는 겨울 시즌은 방학과 새해, 설로 이어지는 연중 가장 큰 대목 중 하나다. 특히 공연·전시계에선 대목을 겨냥한 굵직한 이벤트들이 이어진다.

2015년 연초에 눈여겨볼 만한 공연이나 전시로는 어떤 게 있을까. 대형 뮤지컬이 버티고 있는 공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겨울 프로그램은 국립창극단의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이다. 지난 30년 동안 마당놀이를 선보였던 미추의 손진책 대표가 “앞으로 마당놀이 30년은 국립창극단에서 할 것”이라며 새로운 버전의 <심청이 온다>를 선보였다. 지난 30년간 마당놀이를 대표하던 배우 김종엽·윤문식·김성녀는 빠지고 연출(손진책)과 음악(박범훈) 그리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자격으로 김성녀 감독이 참여해 새로운 무대를 만들었다. 국립극장 측에서 앞으로 연말연시 고정 레퍼토리로 마당놀이를 이어갈 계획이다.

ⓒ 국립극장 제공
대형 뮤지컬 쪽에서는 초연작이 다수 소개되고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각각 옥주현과 바다라는 가수 출신 뮤지컬 스타를 내세워 대결을 벌인다. 재공연 무대에는 한국 시장에서 흥행 불패 신화를 쓰고 있는 <지킬 앤 하이드>와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투어팀의 공연이 눈에 띈다.

‘조승우=지킬’ 공식을 낳으며 뮤지컬 팬 사이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던 <지킬 앤 하이드>는 제작사인 오디뮤지컬컴퍼니의 마르지 않는 화수분으로 통할 만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제작진 일부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팬 비하’ 시비의 빌미를 제공하고 제작사가 사과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스타 파워가 티켓 매출을 좌우하는 한국 뮤지컬 시장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2005년 투어팀의 한국 초연 이후 큰 성공을 거뒀고 한국 배우로 제작한 한국판까지 만들어졌다. 이번엔 10년 만에 오리지널 투어팀이 내한했다. 1월 초 대구와 대전 공연을 거친 후 1월15일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린다.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고 사랑을 노래하는 시대극이 마땅치 않은 뮤지컬 팬이라면 <원스> <킹키부츠> <라카지> 등 현대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을 기대해도 좋다. <원스>는 음반과 영화가 이미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는데 등장하는 노래 대부분이 익숙한 포크 뮤직이다. <킹키부츠>는 펑키한 로커 신디 로퍼가 음악을 담당한 만큼 흥겹다.

중극장 뮤지컬로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과 같은 원작을 쓴 <사춘기>와 일본 드라마를 뮤지컬로 만든 <심야식당>의 반응이 좋다. 둘 다 창작 뮤지컬이다.

대형 전시 쪽으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고 있는

<오드리 헵번 전시회>가 눈에 띈다. 이 전시는 최근 전시 흐름의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영화감독 팀 버튼이나 호금전 전시처럼 필름과 사진, 포스터, 자필 서적과 그림, 영화 의상과 식탁, 트로피 등 모든 장르의 유품이 오드리 헵번이라는 할리우드 스타를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반 고흐 10년의 기록전>도 뉴미디어 기술 발달에 의해 가능해진, 보는 전시가 아닌 경험하는 전시다. 관객은 선명하게 전시된 반 고흐의 작품을 만지면서 고흐의 꿈틀거리는 붓 터치를 경험하고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밀밭이 흔들리는 장면을 보게 된다.     

회화전으로는 미디어 아트로 유명한 이이남 작가의 개인전 <다시 태어나는 빛>과 나무 본래의 성질에 천착하는 영국 조각가 데이비드 내쉬의 개인전, 이탈리아의 정물화가 조르조 모란디의 전시가 볼 만하다.

① 오드리헵번 전시회 ② David Nash의 (2011) ③ 이이남의 (2014) ⓒ 오드리헵번어린이재단 제공·국제겔러리 제공·가나아트 제공

 


공연 캘린더

심청이 온다 / ~1월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지킬 앤 하이드 / ~4월5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노트르담 드 파리 / ~1월4일 대구 계명아트센터

마리 앙투아네트 / ~2월1일 샤롯데씨어터

레베카 / 1월3~4일 안산문화재단 해돋이극장

황태자 루돌프 / ~1월4일 디큐브아트센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1월5일~2월1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원스 / ~3월29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사춘기 / ~2월15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심야식당 / ~1월18일 대학로뮤지컬센터 중극장 

킹키부츠 / ~2월22일 충무아트홀 대극장

라카지 /  ~3월8일 LG아트센터

쓰릴 미 / ~3월1일 DCF대명문화공장

헤드윅 / 12월27~28일 KBS창원홀

 

 

전시 캘린더 

오드리 헵번 전시회 / ~3월8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알림터 2관

다시 태어나는 빛, 이이남 개인전 / ~2월8일 가나아트센터

데이비드 내쉬전 / ~1월25일 국제갤러리 2관 

조르조 모란디전 / ~ 2월25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반 고흐 10년의 기록전 / ~ 2월8일 용산전쟁기념관 

거장전 / ~ 2월15일 서울미술관 

 


 
 

극단 미추에서 마당놀이를 30년 동안만 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새로운 시대의 마당놀이는 국립극장에서 연말연시에 고정 레퍼토리로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우리 고유의 공연 장르 중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것은 마당놀이밖에 없다. 마당에서 극장으로 무대를 옮겼지만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극장 무대의 편리함을 이용하고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관현악단이 합세하면서 전문성이 커졌다.

예전 마당놀이보다 풍자 코드가 약해졌다는 지적이 있는데 군부 독재 시대에는 한마디 한마디가 다 풍자가 됐지만 요즘은 예전과 다르다. 국립이라는 이름이 붙은 기관에서 하는 공연이다 보니 야성은 민간단체 시절보다 덜할 수 있다. 연극 배우가 아닌 창극단 배우와 함께 작업하는 게 산을 옮기는 것처럼 큰일이었다. 보람 있었다.

 

‘죽은 나무’와 대화하는 데이비드 내쉬

 

데이비드 내쉬는 나무로 조각을 하는 영국의 대표적인 조각가다. 그는 인위적으로 벤 나무가 아닌 고사한 나무나 천재지변으로 죽은 나무를 재활용한다. 나무를 생명체 대하듯 하는 그의 국내 전시는 2007년 이후 두 번째다.

그는 죽은 나무와 오래 대화를 한다. “주목이나 호랑가시나무, 삼나무, 굴참나무 모두 성격이 다르고 개성이 다르고 표현 방법이 달라진다. 내가 원하는 작업 방식은 재료가 나를 이끌어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무가 마를 때 갈라지는 방향을 고려해 다듬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색을 반영한다. 인위적으로 한 것은 없다. 초기에는 합판같이 가공된 나무를 썼지만 그런 작품은 표면에만 색을 칠한 것일 뿐 진짜 색이 아니다. 나무가 자연스레 건조되면 색이 달라진다. 그게 나무마다 다르다. 코르크나무는 껍질을 벗기면 연한 색이 드러나고 6개월 뒤에는 연한 갈색으로 변했다가 나중에는 흑색으로, 다시 회색으로 바뀐다. 이런 색상의 변화가 나는 즐겁다. 이를 드로잉 작업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의 파격


이이남 작가는 독일로 날아가 전시 작업을 준비하고 다시 돌아와서는 2015년 6월 개막하는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준비에 들어가는 등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미디어 작품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내가 조각을 전공했다. 미디어(TV)는 프레임이고 빛은 콘텐츠다. 인류의 예술문화가 빛이고 전시회 제목 <다시 태어나는 빛>은 그동안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던 우리의 문화가 새로운 빛에 의해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다. 고전 명화를 이용한 비틀기 작업을 했던 이유도 익숙한 틀을 깨기 위한 시도였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은 16세기 이후 몇 백 년 동안 피 흘리며 죽어가는 마리아 품 안의 예수라는 이미지로 고착됐다. 이번 전시에서 발달된 기술로 예수를 마리아 품 안에서 벗어나게 했다. 애초에는 크레인을 이용해 예수상이 오르내리게 하고 싶었는데 전시장 층고가 낮아 그러지 못했다. 대신 조명에 의해 예수의 그림자가 태아처럼 보이는 우연한 효과를 얻었다. 베니스 전시도 이번 전시의 연장선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따듯하게 어루만지는 디지털 아트를 선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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