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백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나를 더 뻣뻣하게 해”
  • 조철│문화 칼럼니스트 ()
  • 승인 2015.01.2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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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고백록 표방한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

공지영 작가는 84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가진 트위터리안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그는 트위터 대문에 ‘소설가 허락없이 기사금지함’이라고 띄어쓰기도 무시한 ‘살벌한’ 경고문을 붙여두고 있다. 어느 집 대문 앞을 지나면서 ‘개조심’이라고 쓴 문구에 긴장하는 것처럼 기자들은 공 작가의 트위터를 방문하고는 화들짝 놀랄지도 모르겠다.

이태 전이었던가. 한 여인으로부터 공지영 작가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 유럽 여행기 같은 책을 쓰기로 약속하고 공지영 작가와 관련 출판사 사장 등 일행에 대한 여행 경비 일체를 제공했는데, 약속한 신간 출판을 하지 않아 막대한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제보한 여인은 유럽의 한 기업과 거래를 하는 사업가인 모양이었다. 작가의 유명세를 이용해 사업 한 건을 벌이려 했던 것인데, 약속을 지키지 않은 출판사와 작가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 여인은 그 건으로 출판사와 공 작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언론에도 부지런히 제보했다. 그러나 그 건이 보도된 것은 거의 없었다. 이미 다른 건으로 공 작가를 비판하는 기사들이 줄을 이어오던 차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연합뉴스
시련 속 자신에게 칼날 들이밀었던 작가

공 작가가 공적으로 사적으로 여러 일을 만나 부침을 겪고 있었음을 최근 펴낸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에서도 알 수 있는데, 이 책에 그간의 사정이 녹아들어가 공 작가를 위해 ‘해명 기사’를 쓸 이들에게 도움이 될 듯하다. 그런데 이마저도 ‘소설가의 허락’을 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공 작가는 소문대로 여러 일을 겪었고, 그답게(?) 분노했다.

“그 무렵 나는 몹시 지쳐 있었다. 이토록 나쁠 수 없는 일만 내게 닥쳐왔다. 태풍으로 치면 초대형급들 서너 개가 몰려오는 형국이었다. 시작은 외부에서 왔다. <의자놀이>와 관련해 소동에 휘말렸고, 믿었던 선배에게 돈 문제로 피소를 당했다.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좀 울었어야 했다. 그러나 매사에 너무 결백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나를 더 뻣뻣하게 했다.”

하지만 공 작가는 예전 같지 않았다. 나이 쉰을 넘으니 별수 없는 것일까. 공 작가는 이전과 달리 마음고생을 크게 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로 상처받는 내가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그래서 그것이 내게 얼마나 큰 상처인지 인정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게 제일 큰 실수였던 것 같다. 강한 사람이란 자기가 얼마나 약한지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약한 나는 스스로 강하다는 착각 속에서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잠을 이루지 못했고 잠이 들었다 해도 소스라치며 벌떡 일어나 앉았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 벽을 잡고 서서 자신의 맨발을 내려다보는 그 비참함을 아는지. 얇은 이불도 아팠다.”

공 작가는 친한 친구로부터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자신에 대한 씁쓸한 소식을 전해 듣기도 했다. 친구들은 “그들이 너를 무어라고 이야기하고 다니는지 알려고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공 작가는 그런 말을 들을 때 인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비참해진다며, 영혼이 발가벗겨지고 모욕당하고 길거리에서 집단구타라도 당하는 기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중 가장 나빴던 것은 내가 그토록 마음공부를 했음에도 이 시련 속에서 나 자신에게 칼날을 들이밀었다는 것이다.”

13년 만에 출간되는 공 작가의 수도원 기행 그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13년 동안 겪은 여러 사건을 통해 그의 신앙심이 더 깊어졌음을 느낄 수 있다. 공 작가는 책 머리말에서 “내게 있어 구원은 고통과, 그것도 깊은 고통과 연관을 가지고 오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책이 이제까지 써왔던 모든 글과 다르다며, 단순한 기행문이 아닌 ‘영적 고백록’일 수도 있음을 밝혔다. 

“구원은 깊은 고통과 연관 갖고 찾아와”

“지금 내가 시작하려고 하는 이 글은 아마도 가장 사적이고 가장 주관적이며 어쩌면 믿음을 갖지 않은 이들에게, 혹은 믿음을 가졌다 하더라도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이성이라고 믿는 이들에게는 황당한 판타지 같은 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제까지 내가 발표했던 작품에 대한 기대만을 가지고 이 책을 선택하신 분은 이 서문만 읽고 그냥 이 책을 내려놓기를 권한다. 이 책은 당신을 아주 당황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곳에서 내가 써내려가게 될 체험을 할 당시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에는 ‘젊은 나이에 이미 괄목할 만한 문학적 성취와 사회적 영향력을 획득한 베스트셀러 작가’는 온데간데없다. 삶의 고통 앞에 무력하게 널브러져 신음하다가, 마침내 불러야 할 ‘궁극의 이름’ 하나를 발견하고는 그 발목을 부여잡고 옷깃을 매운 눈물로 적시는 작고 가녀린 한 여인이 있을 뿐이다.

머무르는 곳마다 우연히 만나는 인연, 느닷없이 떠오르는 기억, 정신을 기절시키는 사적 고백이 수도원이라는 특별한 공간과 어우러져 읽는 가슴마다 묘한 울림을 자아낸다. 그렇다고 ‘수도원 기행’을 대충 한 것도 아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알 수 있는 것이라면 특별할 것도 없을 것이어서 수도원의 기도와 노동이 주는 의미, 씨줄 날줄로 얽힌 사연에다 작가 자신을 변화시킨 각별한 인연까지 더하니 볼 만하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박현동 수도원장은 “2001년 사제 서품을 앞둔 시기에 수도원 식당의 읽을거리로 선정된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을 한동안 침묵 중에 식사를 하며 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13년의 부침을 겪은 후에 더 깊어진 작가의 신앙 체험과 여러 사건을 통해 더 명료해진 ‘하느님 공부’가 진솔한 신앙의 언어로 또다시 전해졌다. 현실의 어려움과 신앙의 막막함에 힘들어하는 분들, 무의미와 싸우며 참된 하느님의 모습을 찾고 있는 많은 분이 새로운 희망의 끈을, 더 높은 곳으로 연결된 의미의 사다리를 발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추천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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