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 아니라 가시밭길 될 것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5.02.13 18: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 전문가 10인이 전망하는 문재인 대표 체제…4월 재·보선이 첫 시험대

“만약에 또 모두가 예상하는 대로 공천이나 인사 문제들이 ‘친노(무현)’ 위주로 진행된다면 아마 문재인 대표는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전당대회가 끝난 지 얼마 안 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는 벌써부터 새 대표 체제를 향한 으름장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지난 2월8일 당 대표 선거는 문재인 대표의 아슬아슬한 승리로 끝났다. 문 대표는 득표율 45.3%로 41.78%를 얻은 박지원 후보를 불과 3.5%포인트 차로 제치고 당 대표가 됐다. 일반 국민을 제외하고 대의원·당원 개표 결과만 놓고 보면 자칫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던 것이다. ‘친노’ ‘비노(무현)’로 갈린 현재의 새정치연합 내부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결과다. 그래서인지 문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비노 측의 곱지 않은 시선도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표는 과연 당 대표로서 분열을 봉합하고, 대권 가도의 발판을 닦을 수 있을까. 시사저널은 정치 전문가 10명을 상대로 문재인 대표 체제의 앞날을 전망해봤다.

2월9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국립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서 참배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문 대표 마음대로 당 이끌어가기 힘들 것”

문재인 대표로서는 4월 재·보선을 완승으로 이끌고, 잡음 없이 총선 공천을 마친 후, 당 안팎에서 확고한 대권 주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그러나 문 대표 체제의 순항은 생각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공천 여부에 의원들이 예민할 수밖에 없고, 문 대표가 대권 주자라서 경쟁자들의 견제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순탄하게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계파 대립과 공천권에 따른 일부의 이탈이나 분당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 대표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황인상 P&C정책연구소 대표는 “문 대표 당선을 냉정하게 보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것과 달리 오히려 실패가 더 많이 예상되는 체제라고 볼 수 있다. 대권 주자가 상처를 입으면서 겨우 대표가 된 격인데, 이 과정 자체가 본인으로서는  승리가 아닌 독배를 드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됐고, 여전히 그 위험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선된 순간은 즐겁지만 앞으로 험난한 여정을 겪으며 상처를 많이 입고 갈 것이다. 친노가 당내 다수 세력인 건 맞지만 압도적 다수가 아닌 상황에서 야권 통합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경선 마지막까지 룰 전쟁이 계속됐는데 이것이 곧 친노가 압도적 다수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재·보선 결과 나쁘면 비노 공격 시작될 것”

정치평론가들은 문 대표 체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이유로 박지원 후보와의 근소한 표차에 주목하고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문 대표로서는 간발의 차이로 이긴 선거 결과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금은 경선 직후라 말을 아낄 뿐, 룰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올 수 있다. 당 내부에선 룰만 안 바꿨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는 정서가 있다. 문 대표가 자기 마음대로 당을 이끌어가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대표가 되는 과정에서 완승을 했으면 분위기를 타겠지만, 당원이 당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자발적 지지를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권 주자인 문 대표에게 이번 당 대표 당선은 어찌 보면 독이 든 성배일 수도 있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문 대표가 당을 이끌어가는 데 당면한 걸림돌로 오는 4월의 재·보궐 선거를 꼽았다. 이번 재·보선은 사실상 문 대표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첫 번째 관문이며, 여러 상황으로 볼 때 승리가 결코 쉽지 않다는 시각이 주를 이뤘다. 대다수 전문가가 생각하는 승리의 조건은 3곳(서울 관악 을, 경기 성남 중원, 광주 서구 을)을 전부 이겨야 한다는 분석이었다. 지난 선거에서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모두 당선된 야당 우세 지역이기 때문이다. 당 대표가 된 지 두 달 만에 만만치 않은 시험대에 서게 되는 셈이다.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세 지역은 모두 야당 강세 지역이고 이변이 없으면 3 대 0으로 이겨야 정상이다. 그런데 신당 세력인 ‘국민모임’과 통합진보당 계열에서 후보를 낼 것으로 보여 야권 표 분열로 만만치 않은 대결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대권 주자로서 갖춰야 할 결정적 요소는 다른 이들을 당선시킬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등 전·현직 대통령들이 다 그런 모습을 보여줬는데 문 대표는 아직 못 보여줬다. 또 이번 선거는 수도권과 호남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문 대표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를 자신의 선거로 만들어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웅 정치컨설팅 민 여론분석센터장은 “이번 재·보선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비노 진영에서 책임론이 꾸준히 나올 것이다. 친노 이미지로는 향후 총선과 대선이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다시 계파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당을 추스르고 안정적인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문 대표에겐 중요한 이벤트”라고 전망했다.

황인상 대표는 “문재인 체제의 핵심은 ‘선거 승리’였다. 자신이 대표가 돼야 승리하는 정당이 된다고 했기 때문에 재·보선 때 곧바로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고, 현실적으로 쉽지 않음에도 세 곳을 반드시 다 이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홍형식 소장 또한 “이번 재·보선은 당의 운명보다 문 대표 개인의 운명이 걸린 선거나 다름없다. 잘못하면 원죄론에 휩쓸려 대선까지도 그 여파가 이어져 치명적인 내상을 입을 수 있다. 재·보선을 앞두고 사실상 야권 분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데 박빙 승부에서 이런 상황은 굉장한 부담이다. 문 대표는 세 지역을 다 이겨야 현상 유지를 할 것이고 한 지역이라도 잃으면 ‘사실상 패배’로 공격받을 수 있다. 결국 지금 가장 답답한 사람은 문재인 대표”라고 분석했다.

“단순한 탕평 아닌, 비노 편중 인사 필요”

문재인 대표는 당권을 잡자마자 시험대에 올랐다. 그러나 정치 전문가들은 문 대표의 앞길이 탄탄대로는 아니지만, 재·보선에 승리하고 총선 과정에서 성공적인 탕평을 이뤄낸다면 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확실히 굳힐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재·보선 승리 못지않게 그가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로 계파 논란 종식을 꼽았다. ‘계파 챙기기’를 보이거나 ‘친노 강경파’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일 경우 비노 측의 거센 반격에 직면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 역시 당 대표 시절 자기 계보 챙기기를 하다가 내상을 입었다. 무리하게 계보 만들기에 나서면 안 전 대표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므로 측근들은 조용히 낮은 자세로 재·보선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희웅 센터장 역시 “문 대표에게 탕평은 동요를 조기 차단하기 위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오해 불식을 위해선 탕평 인사만으로는 부족하고 오히려 비노 진영에 더 비중을 두거나 친노가 불이익을 받는 것처럼 보이는 정도의 편중 인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진정한 탕평을 위해 사무총장 등 당직 인선이 중요했는데, 사무총장에 범친노이자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양승조 의원을 임명했다. 관건은 사무부총장이 누가 될지 여부”라고 말했다.

문 대표가 지나치게 비노에 편중되는 경향을 보일 경우, 친노 지지 기반을 잃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으리란 예측이다. 실제 이번 2·8 전대 때 문재인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한 친노계 한 재선 의원은 “김한길 대표 때, 그리고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때 친노 의원 한 명이라도 배려받은 적이 있나. 비노 싹쓸이 인사였다. 그런데 왜 우리만 또 피해를 받아야 하나”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등 분위기가 만만찮다.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 안철수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차기 대권 후보들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신율 교수는 “친노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신이 결코 대선 후보가 될 기회가 없다는 것을 잠룡들도 잘 알기에 분당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국회선진화법도 돼 있고, 원내 40석 이상만 나오면 제1야당과 맞먹을 수 있기 때문에 분당이 힘들 이유가 없다”고 전망했다. 이택수 대표는 “아직은 허니문 기간이라 반대도, 협조도 하지 않은 채 관망세를 유지하겠지만, 향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자신들의 측근이 공천을 못 받는다든지 홀대를 받는 모습을 보면 잠룡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종찬 본부장은 “만약 20대 총선에서 문 대표 체제의 제1야당이 140~145석을 만들어내면 나머지 잠룡 인사들이 목소리를 내기 힘들겠지만, 130~135석 내외면 박 시장 등을 중심으로 견제 그룹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철희 소장은 “문 대표로선 잠룡들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고자 할 것이나, 문 대표가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파트너십을 발휘할지 여부와 경쟁자들이 이에 어떻게 호응할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