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광장 오벨리스크에 IS 깃발 꽂겠다”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5.03.0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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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거점 마련한 IS, 유럽의 중심 로마 정복 경고 이유

“우리는 로마로 간다.” 아프리카 북부 지역 리비아로 세력을 확대한 IS(이슬람국가)가 유럽의 중심인 로마 진군을 선포했다. 리비아 일부 지역을 거점화한 IS는 지난 2월15일 콥트교를 믿는 21명의 이집트인을 참수했다. 콥트교는 국민 대다수가 이슬람 수니파인 이집트에서 자생적으로 생긴 기독교 종파다. IS는 “콥트교도에 탄압받는 무슬림 여성에 대한 복수”라고 그 이유를 밝히고 “우리는 알라의 허락과 예언자 무함마드의 약속에 따라 로마를 정복할 것”이라며 이탈리아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과연 허풍일까. 이탈리아에서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라파엘레 마르체티 로마 LUISS 대학 교수는 “분명한 현실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어떤 종류의 공격이든 시도될 것이라는 정보가 있어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 연합뉴스
IS는 왜 로마를 굳이 입에 올리고 이탈리아를 목표로 했을까. 일단 지리적 접근성이다. 리비아는 이탈리아 최남단 섬 람페두사와 불과 170㎞, 시칠리아와는 480㎞ 떨어져 있다. 이렇게 가깝다 보니 수많은 리비아 난민이 이탈리아 남부 해안으로 밀려들어온다. 2014년 이탈리아가 수용한 난민만 무려 17만명이다. 리비아의 정국 혼란으로 발생한 난민들이 몰려드는 현실은 이탈리아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다. 실제로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리비아 해안에 수십만 명의 난민이 이탈리아 등 남유럽으로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 보니 최근 이탈리아 정부는 리비아 문제를 직접 국제사회에 들고나왔다. 리비아 문제에 유엔이 개입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는데, 이것이 IS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반무슬림 정서 가장 높은 이탈리아

서구 국가를 상징하는 의미로 ‘로마’를 내세웠을 수도 있다. IS가 로마를 지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발간한 IS의 홍보지 ‘다비크’의 표지 제목은 ‘실패한 십자군’, 사용된 표지 사진은 바티칸 광장 오벨리스크에 꽂힌 IS 깃발이었다. 로마와 로마군에 대항하는 무슬림의 항전을 다룬 기사에서 IS 대변인 모함마드 알 아드난은 “우리는 로마를 정복하고, 십자가를 파괴하고, 당신들의 여자를 노예로 삼을 것이다. 우리가 못하면 우리의 자식과 손자 세대에 이걸 이룰 것이고 그들은 당신들의 자녀를 노예 시장에 팔 것”이라고 언급했다. 

종교적 상징성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이탈리아에서는 IS가 파리 테러 이후 다음 목표로 가톨릭의 본산인 바티칸, 혹은 교황을 노리고 있다는 정보가 언론을 통해 전파된 바 있다. 십자군 전쟁을 언급하며 여전히 기독교에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IS다. 마르체티 교수는 가톨릭의 중심인 바티칸이 지하디스트의 목표가 될 수 있으며 “이탈리아를 마주 보는 리비아 해안에서 콥트교도를 참수한 것은 그런 효과를 노린 분명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불고 있는 이탈리아 내 무슬림에 대한 반감 역시 IS가 이용하기 좋은 소재다. 이탈리아에는 220만명의 무슬림이 거주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네 번째로 이슬람 인구가 많은 나라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의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무슬림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시민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 나타났다. 이탈리아에서 실시된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분의 1이 극우 정당인 북부동맹에 투표하겠다고 답했는데, 북부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는 반(反)이슬람 견해를 가장 강하게 주장하는 정치인이다. 10여 년 전인 2003년 36%가 ‘이슬람은 위험한 종교’라고 답했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두 배에 가까운 60%가 같은 응답을 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톰 샌더슨 수석연구원은 “리비아에 IS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가까운 튀니지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문제다. 튀니지는 가장 많은 IS 용병이 참가하고 있는 국가”라고 지적했다. 북아프리카 전반에 확산되는 불안감이 이탈리아 등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불안감의 확산은 난민 확산으로 연결된다. 북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로 흘러드는 난민 속에 IS 대원이 끼어드는 상황을 이탈리아에서는 경계하고 있다, 샌더슨 수석연구원은 IS가 리비아나 튀니지 출신 대원들을 이탈리아 공격에 동원할 가능성도 있지만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이탈리아 국내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포섭해 테러 활동에 이용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프랑스에서 벌어진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과 비슷한 유형인데 이탈리아의 반이슬람 분위기가 그런 전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는 “로마와 바티칸을 공격하는 데 IS가 굳이 리비아에서 팀을 파견할 필요가 없다. 이미 이탈리아에 있는 개인을 포섭해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IS에 맞서기 위한 다국적군 주도할 것”

난민을 이용해 이탈리아 정부를 압박하는 방법도 IS가 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현재 이탈리아는 막대한 재정 적자에 시달리면서 이미 4조원이 넘는 국방비를 삭감하는 개혁에 들어간 상황이다. 그럼에도 IS의 위협에 군사 개입으로 맞설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로베르타 피노티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리비아의 IS 세력에 맞서 싸우기 위해 유럽과 북아프리카 국가로 이뤄진 다국적군을 주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며 5000명 이상의 병력을 파병할 수 있다고 말했다.

IS는 이탈리아가 군사 개입을 할 경우 난민을 이용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탈리아의 일간지인 ‘일 메사제로’는 “이탈리아가 개입하면 IS는 난민으로 가득 찬 수백 척의 배를 이탈리아 쪽으로 표류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리비아 해안에서 밀항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이 70만명에 달하는데, 이 중 50만명을 한꺼번에 이탈리아 바다 쪽으로 내몰아 여론을 최악으로 만들겠다는 게 이탈리아 정보 당국이 밝힌 IS의 전략이다. 실제로 많은 어선이 용도 폐기됐는데 난민 수송용으로 사용될 계획이라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만만한’ 이탈리아를 상대로, 십자군 전쟁까지 표방하며 IS의 전선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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