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크다고 일찍 죽지 않는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5.04.0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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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평균 수명 88세…성취감이 장수 비결

한국의 전직 대통령 10명 가운데 가장 오래 산 사람은 윤보선 대통령이다. 1897년부터 1990년까지 93년을 살았고, 이승만 대통령은 90세까지 장수했다. 이들이 집권한 1960년대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은 52세였다.

이들을 포함해 세상을 떠난 전직 대통령은 모두 6명이다. 이 가운데 사고를 당해 천수를 누리지 못한 박정희·노무현 대통령을 제외한 4명의 평균 수명은 88세다. 최규하 대통령은 87세, 김대중 대통령은 83세에 별세했다.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는 전두환(84)·노태우(83)·김영삼(88) 전 대통령의 나이는 모두 80세를 훌쩍 넘겼다. 2010년 현재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81세)과 비교해도 장수하는 편이다. 지금보다 위생 환경, 영양 상태, 의료 기술이 부족했던 1940~60년대에도 대통령은 일반인보다 오래 살았다.

2010년 현재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81세)을 넘긴 전두환 (ⓒ 시사저널 임준선)·김영삼 전 대통령 (왼쪽부터). ⓒ 연합뉴스
대통령이 장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두환 대통령은 축구·배드민턴·골프 등 운동으로 체력을 다졌다. 노태우 대통령도 만보계를 차고 걷기에 열중했고 테니스를 즐겼다. 김영삼 대통령은 유명한 조깅 마니아다. 다리를 다쳐 운동을 거의 하지 못한 김대중 대통령의 사례를 보면 신체 활동만이 대통령의 장수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오히려 대통령은 업무 강도가 세고 스트레스가 극심해서 일반인보다 빨리 늙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런 통념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가 수명을 갉아먹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역대 미국 대통령도 당대 일반인보다 긴 수명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제이 올샨스키 미국 일리노이 대학 교수가 2011년 미국 의학협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자연사로 사망한 전직 미국 대통령 34명의 평균 수명은 78세로 그들의 가속 기대수명인 68세보다 10년이나 더 살았다. 가속 기대수명은 대통령 업무 강도를 고려해, 임기 동안 나이를 두 배로 먹는다는 가정하에 도출한 기대수명이다.

노벨상·아카데미 수상자도 장수

최근 사망한 전직 미국 대통령 8명의 평균 수명도 81.6세에 달했다. 올샨스키 교수는 “대통령이 (업무 강도 때문에) 일찍 죽는다는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며 “(대통령까지 오를 수 있었던) 사회·경제적 지위가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밝혔다.

영국의 고위 공무원은 하위직 공무원보다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노벨상 수상자도 다른 과학자들보다 장수하며, 미국 최대 영화상인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배우는 후보에만 오른 배우보다 4년 더 산다는 통계도 있다.

여러 연구 결과의 공통점은 스트레스 자체보다는 스트레스를 잘 조절해 업무 성취감이 클수록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몇 살까지 살까>의 저자이자 장수 전문가인 하워드 프리드먼은 대통령 업무에서 오는 성취감을 장수 이유로 풀이했다. 그는 “오래 살려면 천천히 행동하고 휴식을 취하고 걱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믿지만 실제론 열심히 일하고 성공한 사람이 오래 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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