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유병언 색깔’ 확 지웠다
  • 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5.04.1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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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진해운 관련 회사들, 이름 바꾸고 임원도 대거 교체

세월호 침몰이 ‘참사’로 비화한 1차 책임은 승객을 구조하지 않은 승무원들에게 있다. 선장·항해사·기관장·기관사·조기수·조타수 등 15명이 구속 기소돼 사법 처리 수순을 밟았다. 지난해 11월 1심 선고에서 이준석 선장이 징역 36년형을 선고받은 것을 비롯해 길게는 30년, 짧게는 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검찰과 피고인이 모두 항소해 현재 항소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세월호를 소유·운영한 선사 청해진해운 임직원 11명에 대한 사법처리도 진행됐다. 평형수 감축 적재, 화물 과적, 부실 고박 등으로 세월호 침몰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김한식 대표이사가 징역 10년형을 받는 등 1심 선고가 내려졌다. 마찬가지로 항소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세월호 침몰 직후인 2014년 4월18일 인천여객터미널 2층의 청해진해운 사무실. 현재는 선사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 시사저널 이종현
유병언 가족 및 측근 대부분 실형 선고

참사의 책임론은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로 번졌다. 청해진해운의 출자 구조상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선사 및 세월호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수사 과정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1990년대 중반 부도로 자취를 감췄던 세모그룹이 복잡한 출자 관계를 바탕으로 사실상 ‘기업집단’을 복원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유 전 회장 일가 및 측근들의 비리 혐의가 포착되면서 정부와 사정 당국은 이들을 참사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했다. 이들이 불법적으로 재산을 증식하는 과정에서 초래된 청해진해운의 경영 관리 부실이 세월호 침몰의 구조적 원인이라는 논리였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유 전 회장의 자녀들, 주요 법인의 임원으로 등재된 구원파 핵심 인사들을 차례로 붙잡아 기소했다.

검찰은 유병언 전 회장을 참사의 원흉 격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검거 작전에 돌입했다. 도피한 유 전 회장은 세월호 참사의 ‘공공의 적’이 됐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이미 한 달 전에 유 전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검찰은 사망한 유 전 회장의 혐의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유 전 회장에게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면서 정부와 사정 당국의 ‘책임자 색출’ 작업도 한풀 꺾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유 전 회장의 가족 및 측근의 배임·횡령 혐의에 대한 사법 처리 수순은 계속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1심 선고에서 유 전 회장의 가족 및 측근들은 대부분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수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 등 명목으로 수십억 원씩 챙긴 것, 유병언 일가에 고문료·경영자문료 등을 지급한 것 등 횡령·배임 혐의를 1심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다. 유 전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가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것을 비롯해 변기춘 천해지 대표, 고창환 세모 대표, 송국빈 다판다 대표, 이재영 아해 대표, 오경석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대표, 김동환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 및 박승일 감사 등 기소된 계열사 임원들은 무더기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1년간의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수사 및 재판을 거치며 유병언 전 회장 일가와 측근의 횡령·배임 의혹은 상당 부분 사실로 규명된 상태다.

시사저널이 지난해 4월 당시의 주요 계열사 법인등기와 최근의 것을 대조한 결과, 청해진해운을 비롯한 계열사들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유 전 회장이 실질적 최고경영자였던 기업집단에 세월호 참사가 상당한 타격을 준 것이 분명해 보인다.

세월호를 운항했던 선사 청해진해운의 법인은 유지되고 있다. 주요 임원진도 변동이 없다. 하지만 참사 이후 청해진해운의 운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해양수산부가 인천-제주 항로 운항면허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침몰한 세월호와 함께 인천과 제주를 오가던 오하마나호도 지난 1월 경매에서 낙찰되면서 청해진해운의 손을 떠났다. 선사로서의 청해진해운은 모든 항로 운항을 중단한 채 제 기능을 잃은 상태다. 선사 소유였던 데모크라시 1호와 5호, 오가고호 등 선박도 모두 경매에 넘어갔다. 청해진해운은 현재 인천 본사, 서울·제주·여수 지역본부 등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 당시 청해진해운의 대주주는 유병언 전 회장 관련 계열사인 조선업체 천해지였다. 39.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천해지의 지분 42.8%를 투자자문회사 아이원아이홀딩스가 갖고 있고, 유 전 회장의 장·차남 및 측근 등이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지분 다수를 보유했다. 결국 유 전 회장 일가가 지주사 아이원아이홀딩스를 끼고 천해지를 거쳐 청해진해운까지 내려가는 소유·지배구조를 갖췄던 셈이다. 4월10일 현재 각 계열사의 감사보고서 공시가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계열사 간 지배구조 변화를 면밀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얼마 전 공개된 천해지의 최근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대략적인 추정은 가능하다.

천해지는 유 전 회장 일가에서 청해진해운까지 이어지는 출자 구조에서 고리 역할을 하는 계열사다. 다판다·문진미디어·아해·세모 등 핵심 계열사들도 천해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주주 명단에 거의 변화가 없다. 일부 주주의 보유 주식 수가 소폭 변하기는 했으나 ‘대세’는 그대로다. 지난해 보유하고 있던 청해진해운 지분 39.4%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만 봐선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큰 변수가 생겼다. 천해지가 지난해 6월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타 업체와의 인수·합병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향후 주요 계열사 간 지분 관계에는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병언 전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왼쪽)와 김한식 전 청해진해운 대표. 이들을 비롯한 유 전 회장 관련 회사 임원 다수가 직위에서 물러난 것으로 파악됐다. ⓒ 연합뉴스
아해·천해지·소쿠리상사 등 이름 바꿔

유 전 회장 일가 및 계열사 재산 중 상당 부분은 세월호 참사 관련 지출 비용의 보전을 위해 몰수될 예정이다. 몰수가 어려울 경우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추징하는 것도 현행법상 가능하다. 선박 등 보유 자산을 대거 처분 중인 청해진해운, 법정관리에 들어가 인수·합병을 추진 중인 천해지 등의 전철을 주요 계열사가 밟을 가능성이 크다. 서로 복잡한 출자 구조로 얽힌, 옛 세모그룹 부도 이후 재건된 ‘유병언 그룹’이 와해 및 해체 수순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각 계열사의 감사보고서 공시가 마무리되면 유 전 회장 관련 법인들의 ‘현재’와 ‘미래’가 좀 더 자세히 드러나게 될 전망이다.

한편 세월호 참사 이후 기소돼 사법 처리가 진행 중인 이들이 대거 계열사 임원에서 제외됐다는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장남 유대균씨는 소쿠리상사·몽중산다원영농조합법인 등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법인에서 이름이 빠졌다. 송국빈 다판다 대표, 고창환 세모 대표, 유혁기 문진미디어 대표 등 주요 계열사 임원들도 모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나타났다. 탤런트 전양자씨(본명 김경숙)도 노른자쇼핑·국제영상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유 전 회장 일가 비자금 조성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채규정 온지구 대표이사도 자리를 떠났다. 다수 법인에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던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도 대부분의 직위를 사임한 상태다.

유병언 전 회장 관련 계열사 상당수가 참사 이후 1년 사이에 회사 이름을 교체한 사실도 확인됐다. 인수·합병 절차가 진행 중인 천해지는 ‘고성중공업’으로 법인명을 바꿨다. 아해는 ‘정석케미칼’로, 세우세건설은 ‘에스와이건설’로 개명했다. 소쿠리상사는 ‘빅마운틴’으로, 온지구는 ‘삼보프라텍’으로 각각 이름을 변경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 전 회장 관련 회사로 거론되면서 악화된 시장의 여론을 비켜가기 위한 각 계열사들의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관피아 척결’ 목소리만 컸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한 달 후 가진 대국민 담화에서 ‘관피아 척결’을 약속했다. 해운업계의 구조적 비리, 즉 ‘관피아’가 중심이 된 감독 기관의 민관 유착이 세월호 참사의 또 다른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된 탓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수사 결과 선박 수입 및 검사, 운항면허 취득, 선박 정기 안전점검 등 전 과정에서 한국선급·한국해운조합·인천항만청·해경 등 관련 기관과 청해진해운 사이에 ‘검은 커넥션’이 만연했음이 확인됐다.

‘관피아 방지법’으로 알려진 ‘공직자윤리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했다. 퇴직 공무원의 관련 기관 취업 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2급 이상 고위 공직자의 ‘업무 관련성’ 범위도 확대했다. 공직자가 소속된 ‘부서’ 업무였던 것을 ‘기관’ 업무로 확대했다. 처벌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했다. 하지만 ‘관피아’ 문제의 본질인 민관 유착의 병폐를 실질적으로 근절하기엔 여러모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신설된 국민안전처 공무원들이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발각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의 본격적인 시작을 앞두고 뜨거운 논란거리로 떠오른 정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역시 ‘관피아’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당초 합의보다 특조위 내에서 더 많은 수의 공무원이, 더 중요한 역할을 맡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희생자 가족들은 “조사 대상이 되는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특조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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