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열풍 타고 대륙으로 간다
  •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5.05.1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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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손·코스온·한국주철관 등 중국에서 선전

아모레퍼시픽(회장 서경배)과 LG생활건강(대표이사 차건용)이 화장품을 포함한 패션·뷰티 사업으로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국내 다른 기업들도 부랴부랴 비슷한 제품을 들고 중국으로 달려가고 있다. 기업들이 중국 시장으로 가는 것은 그곳에 여전히 한국 기업들이 공략할 수 있는 영역이 남아 있다는 판단에서다. LG경제연구원 고은지 연구위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중국 화장품 시장 아직 성장 초기 단계’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중국의 화장품 사용 인구는 아직 10%에 불과하고 주 소비 분야도 다양하지 못해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 연구위원은 “(중국에) 여러 장벽이 존재하고 있지만 현재 한국 화장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인식은 매우 긍정적으로 형성되어 있다”며 “한국 제품을 사용해본 중국인들의 제품 만족도가 높은데, 재구매할 곳을 제대로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많은 기업이 ‘제2의 아모레퍼시픽’을 꿈꾸며 중국 시장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2014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성공단 우리 기업 상품전시회에서 참가자들이 로만손 손목시계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로만손도 그중 한 기업이다. 주얼리·핸드백 등을 주로 판매하는 로만손은 최근 중국 화장품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로만손은 김연아를 모델로 내세웠던 ‘제이에스티나’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화장품도 제이에스티나 브랜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로만손은 상반기에 백화점 편집매장을 시작으로 연내에 20개 안팎의 매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로만손의 주가는 4월 들어서만 20% 이상 상승했다. 로만손은 화장품뿐만 아니라 주얼리 제품 또한 최근 중국 고급 백화점에 입점시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서는 핸드백과 주얼리에 대한 높은 인지도 덕에 화장품 또한 연착륙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따른 추가적 주가 상승도 가능할 전망이다. 로만손이 중국 시장에 안착할 경우 로만손 대주주(22.37%)인 김기문 전 회장은 ‘잭팟’을 터뜨릴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은 2월4일 로만손 회장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현재는 김 전 회장의 동생인 김기석 대표이사가 경영을 맡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정계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만손 화장품 브랜드의 중국 시장 연착륙 여부에 대해 서용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이에스티나 브랜드를 중심으로 주얼리·핸드백·향수 등의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화장품에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올 하반기 상하이·베이징에 열 예정인 중국 본토 백화점의 반응이 향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식시장에서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화장품 업체 ‘코스온’도 ‘제2의 아모레퍼시픽’을 꿈꾸고 있다. 코스온은 원래 디지털 영상 저장장치를 개발하던 업체였다. 코스온은 아모레퍼시픽이나 로만손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중국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코스온은 화장품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하청업체가 제품의 개발과 생산을 모두 담당하는 방식)업체로 대형 업체로부터 물량을 납품받는다. 코스온은 아모레퍼시픽의 하청업체이기도 하다. 코스온은 최근 중국 대형 화장품 온라인 유통업체를 끌어들여 추가적인 매출 증대가 기대되고 있다. 중국 ODM 사업의 경우 광저우에서 1000억원 용량의 색조 전용 공장을 올해 1월부터 가동하면서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8000원대였던 코스온의 주가는 현재 3만8000원대 후반까지 오른 상황이다.

K-뷰티 열풍에 동참한 기업 중에는 원래 패션·뷰티와는 연관이 없던 기업도 적지 않다. 한국주철관이 대표적이다. 한국주철관은 상하수도용 관을 만들던 회사다. 올해 초 4000원이던 한국주철관의 주가는 현재 2만원을 넘어섰다. 역시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화장품 사업의 영향이 크다. 한국주철관은 지난 2002년 CJ로부터 엔프라니를 인수했고, 엔프라니의 지분 51.95%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주철관의 투자는 10년 만에 결실을 맺고 있다. 2011년 1250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2012년 화장품 판매가 급증하며 3000억원대로 뛰었다.

엔프라니가 내놓은 또 다른 자체 브랜드인 ‘홀리카홀리카’ 코팩은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타오바오’에서 올 초부터 관련 부문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홀리카홀리카의 BB크림이 관련 부문 지수 1등에 올랐다.

김기문 전 로만손 회장(맨 오른쪽) ⓒ 뉴시스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현대아이비티도 매년 적자가 지속되자 화장품 사업에 진출해 최근 피부에 바르는 ‘비타브리드C’를 내놓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00원대 후반이었던 주가가 현재 8000원을 넘나들고 있다. 골판지 제조업체 산성앨엔에스는 2011년 피부과 원장들이 설립한 리더스코스메틱을 인수했다. 이 회사에서 나온 제품이 ‘리더스 마스크팩’이다.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지 4년 만인 지난해 매출 1200억원, 영업이익 221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1월 체결된 한·중 FTA(자유무역협정)의 영향으로 올해도 한국 화장품 관련 업체들의 약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화장품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짝퉁’을 앞세운 중국 로컬 기업들의 성장, 국내 업체들의 과열 경쟁에 따른 ‘제살 깎아먹기’ 등이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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