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자, 통일교 모계 후계 체제 시동
  • 오스트리아·독일=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5.05.2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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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총재 사후 첫 유럽 행사…5녀 문선진, ‘후계자’ 첫 행보

“문선명 총재를 만나기 전부터 한학자 총재는 하늘에 의해 양육되고 보호받았다. 대모님께서는 한 총재를 하나님의 유일한 ‘독생녀’로 키우셨다.” 지난 5월10일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의 신시가지에 위치한 오스트리아센터. 문선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세계회장이 유럽 선교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어머니 한학자 총재를 소개하면서 한 말이다. 외할머니인 ‘대모님’이 한 총재가 ‘메시아의 신부’가 될 것이라는 ‘하늘의 안내’를 받았다는 것이다.

문 세계회장은 나흘 후인 5월14일 독일 림부르크안데어란에서 열린 행사에서 좀 더 상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당시 한 총재가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맞았으나 넘길 수 있었던 것은 ‘하늘의 보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16세 소녀였던 한 총재가 문 총재를 만난 것은 ‘기적 중의 기적’이며 우연이 아닌 ‘하늘이 정한 운명’이었다고 했다. 한 총재의 ‘책임 분담’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문 총재도 ‘참부모의 섭리’를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며 문 총재와 한 총재는 ‘완전히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학자 총재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유럽 선교 50주년 원로 식구 특별 공로상 시상식을 마친 후 손을 흔들고 있다. ⓒ 시사저널 안성모
‘한학자-문선진’ 모녀 체제 대외적으로 공표

유럽 선교 50주년을 맞은 통일교가 오스트리아와 독일 그리고 영국에서 기념행사를 연이어 개최했다. 오스트리아 행사에는 한학자 총재가 직접 참석했고, 독일과 영국 행사에서는 문선진 세계회장이 특별연설을 가졌다. 2012년 9월3일 문선명 총재가 사망한 후 한 총재의 첫 번째 유럽 공식 순회 행사였다. 또 지난 3월13일 취임한 문 세계회장의 첫 번째 해외 순회 행사이기도 했다. 그런 측면에서 통일교가 ‘한학자-문선진’ 모녀 체제를 대외적으로 공표한 자리로 받아들여졌다.

문 총재 사후 통일교는 후계 구도를 놓고 내홍을 겪었다. 당초 막내 격인 일곱째 아들 문형진씨가 ‘포스트 문선명’으로 부각됐다. 가정연합 한국회장 및 세계회장을 맡고 있던 그가 종교 부문을 관장하고, 넷째 아들 문국진씨가 재단 이사장 및 그룹 회장으로서 재정 부문을 책임지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러한 후계 구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졌다. 문 총재 장례 직후 한국회장 자리를 내놓고 미국으로 떠난 문형진씨는 이듬해 초 미국총회장에서 해임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세계회장 자리마저 직무정지 처분을 받아 파면됐다. 이에 앞서 문국진씨도 재단과 그룹의 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형진-국진’ 투톱 체제가 무너지면서 통일교는 한 총재를 중심으로 한 친정 체제 강화 쪽으로 무게 추가 급격히 기울었다. 오랫동안 통일교에서 일해온 ‘가신 그룹’이 요직을 맡아 빈틈을 메웠다. 통일교 한 핵심 인사는 “혈연만 앞세워서는 후계자가 될 수 없다”며 “제자들을 바르게 이끌 수 있는지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7남 7녀 중 첫째 아들 문효진씨와 둘째 아들 문흥진씨가 이미 세상을 떠나 사실상 장남 격인 셋째 아들 문현진씨가 후계자로 낙점받지 못한 이유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후계 구도에서 일찌감치 멀어진 그는 비영리 국제 민간 기구인 글로벌피스재단(GPF)을 운영하며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혼란과 불화의 시기, 중심 잃어선 안 돼”

한학자 총재의 최종 선택은 다섯째 딸 문선진 세계회장이었다. 몇 가지 해석이 나오는데, 키워드는 ‘여성’과 ‘안정’이다. 그동안 통일교 주변에서는 문선명 총재의 부재 상황이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실제 후계 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한동안 지속됐다. 결국 한 총재가 전면에 나서면서 상황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게 통일교 측 평가다. 한 총재의 한 측근은 “한 총재가 위기에 잘 대처할지 의구심을 가졌던 사람들도 지금은 한 총재가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교 내에서 한 총재는 문 총재와 ‘동격’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향후 한 총재의 위상이 이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통일교 핵심 인사는 “오는 8월30일이 문 총재의 성화 3주년이 되는 날인데 3주년은 탈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문 총재를 그리워하고 과거를 추억하는 시간이 아니라 한 총재를 중심으로 하나가 돼 문 총재의 유업을 계승하고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시간이 마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질적인 교주로서 한 총재의 역할 강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포스트 문선명’으로 아들이 아닌 딸이 부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대모님’에서 ‘한 총재’ 그리고 ‘문 세계회장’으로 이어지는 모계 중심의 체제 개편이 이뤄지면서 ‘여성 리더십’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통일교 관계자는 “문 세계회장 임명을 두고 여성 리더십이 전면에 등장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한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한 총재가 1992년부터 세계평화여성연합을 중심으로 여성평화운동을 활발히 해왔다는 점에서 ‘여성 리더십’이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세계평화여성연합은 작고한 장남 문효진씨의 부인 문연아 세계회장이 이끌고 있다.

문 총재 사후 혼란스러운 상황을 안정화하는 데도 기존 교권에 맞서는 아들보다 한 총재의 ‘말씀’을 따르는 딸이 후계자로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문 세계회장은 유럽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연설에서 “외부로부터 문제 혹은 도전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예상하고 대비했지만 내부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통일교 내에서 혼란과 불화의 소리가 들리는 이 시기에 우리가 중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 그 중심은 문선명·한학자 총재의 말씀, 그리고 우리 양심 속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통일교는 유럽 선교에 대한 자긍심이 강하다. 50년 전인 1965년 처음으로 문을 두드린 후 서유럽은 물론 공산주의를 채택했던 동유럽까지 전도에 나섰다. 현재 동유럽 국가에 거주하는 신도 수가 1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가 이번 기념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안영식 유럽대륙 회장은 “성당이 술집으로 바뀌는 등 유럽의 경우 기독교가 갈수록 쇠퇴해 젊은 신도 수가 줄어들고 있다”며 “가정의 가치를 강조해온 우리가 이러한 문제의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때마침 올해 들어 오스트리아 정부가 통일교를 공식적인 종교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한학자 총재와 문선진 세계회장이 오스트리아 빈을 유럽 순회 행사의 첫 장소로 잡은 데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유럽의 중앙에 위치한 영세중립국 오스트리아는 냉전 시절에도 동서 유럽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이념의 완충지대였다. 스위스 제네바와 함께 유엔 사무국이 들어선 곳이기도 하다. 통일교는 한반도 평화 방안으로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과 ‘유엔 제5 사무국 한반도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1991년 북한 평양에서 문 총재와 함께 김일성 주석을 만난 적이 있는 한 총재는 향후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과의 만남에 관해 “시기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김정은 만날 시기를 보고 있다” 
한학자 총재 인터뷰


문선진 가정연합 세계회장은 어머니 한학자 총재에 대해 “아직 젊고 강하다”고 소개했다. 엄격한 스케줄에 따라 꾸준히 운동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이 날로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5월 1일 유엔 사무국에서 열린 국제평화 컨퍼런스를 마친 후 오스트리아 빈의 한 호텔에서 만난 한 총재는 건강관리법을 묻자 “주로 걷는다”고 답했다. 측근 인사에 따르면 이른 새벽에 음악에 맞춰 걷기를 즐긴다고 한다. 이번 유럽 순회가 19년 만이라는 한 총재 곁에 문 세계회장 부부와 첫째 며느리인 문연아 세계평화여성연합 세계회장이 함께했다.

 

장학 재단을 가지고 있는데, 어떤 사회적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

문선명 총재와 나는 ‘참부모’다. 70억 인류를 내 자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참부모는) 이들의 길을 열어주려고 하는 사람이다. 사회사업을 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많은 활동을 할 것이다. 전 세계를 미래로 인도하고 지도할 수 있는 지도자를 배출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아낌없이 투자를 할 계획이다.

배출하고자 하는 지도자가 교회 지도자인가, 사회 지도자인가

교인이 아닌 사람도 뜻을 따르겠다고 한다면 길을 열어줄 것이다.

참부모와 예수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

예수는 2차 아담으로 오신 분이다. 그런데 가정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오마’라고 하며 다시 왔을 때 어린 양 잔치를 한다는 내용이 요한계시록에 나온다. 여기서 어린 양 잔치란 결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독교 2000년 역사는 ‘독생녀’의 기반을 닦아 나온 역사다. ‘참부모’는 3차 아담과 해와다. 완성을 말한다.

유럽에서 다른 종교와 달리 젊은 신도가 많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구체적으로 통일 원리 교육을 받으면 이유를 알게 된다. 젊은 학생들이 원리를 배우고 감명받아 들어오는 것이다. 젊은 사람이 모인다는 건 미래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 컨퍼런스 주제가 한반도 긴장 해소와 통일 방안이었다. 북한에서 초청 의사를 보내온 것으로 아는데 언제쯤 방문할 예정인가

북한에서 지극 정성이다. 문 총재와 김일성의 관계는 굉장히 끈끈했다. 김정일과 김정은도 그 유지를 받들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만날 생각이 있나

나라와 세계를 위한 일이라면 못할 게 없다. 시기를 보고 있다. 되도록 양쪽(남북 정부)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

해외에서 확장하는 교세에 비해 국내 교세는 약한 것 같다.

기성 기독교가 잘못했다. 이론적으로 교리와 관련한 대화를 하면 기성 교회들이 논리적으로 반박하지 못한다. 우리를 두려워해 자꾸 나쁜 쪽으로 말을 하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구름 타고 오시는 메시아를 기다리는데 통일교는 메시아가 육신을 쓰고 온다고 하니까 반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적으로 와서는 구세주가 못 된다. 그렇게 무지로 꽉 막혀서는 완성을 이룰 수 없다.

문 총재와 가장 많이 대화를 나눈 주제는 뭔가.

문 총재와 나는 목적이 같았다. 기독교 가계에서 성장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내가 선택받았으니 내가 책임진다고 결심했다. 그러니까 부부싸움을 할 것이 없다. 우리 부부는 새로운 시대, 천일국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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