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폴더팝’ 모자 진짜 주인은 누구?
  • 조유빈 기자 (you@sisparess.com)
  • 승인 2015.06.09 18: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명 ‘송지효 모자’ 특허권 놓고 소송 중

지난해 여름, 인기 연예인 송지효씨가 예능 프로그램에 쓰고 나왔던 스냅백 모자. 단순한 스냅백과 달리 챙을 위로 꺾을 수 있어 두 가지 콘셉트로 착용이 가능해 이목을 끌었다. 일명 ‘폴더팝’이다. 방송이 나간 후 모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출시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단종됐다.

그 배경에는 현재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소송이 있다. 35년간 모자를 만들어온 오창복씨와 NBA 스냅백을 판매한 의류회사 엠케이트렌드 사이의 특허권 소송이다. 오씨는 일명 ‘모자의 달인’으로 2014년 7월 KBS <생생정보통>과 그해 9월 <VJ 특공대> 등 방송 프로그램에 수차례 출연했다. 연예계에서 모자를 즐겨 쓰는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의 맞춤 모자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창복씨가 특허를 낸 모자(위)와 2014년 6월 송지효씨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 쓰고 나온 NBA ‘폴더팝’ 모자(아래). ⓒ SBS캡쳐
송지효 측 “홍보에 참여했을 뿐”

오씨는 2013년 11월, 챙을 접거나 펼 수 있는 모자를 발명해 특허 등록했다. 일반적인 스냅백의 반듯한 챙을 위로 꺾을 수 있게 해 두 가지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8년간에 걸친 연구 끝에 만든 모자였다. 캡 모자(챙이 둥근 일반 야구 모자)도 위로 꺾을 수 있도록 하는 기술 연구를 하고 있던 지난해 6월, 송지효씨가 자신이 특허 등록한 모자와 비슷한 모자를 쓰고 출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오씨는 특허권 침해에 관한 공식적인 대응에 나섰다. 오씨는 “이 모자를 생산하는 OEM 업체 P사는 이전에 사업을 같이하자는 논의를 했던 회사다. 동생이 협업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P사 관계자에게 모자 샘플을 제공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씨는 폴더팝 모자가 자신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증명을 2014년 6월 엠케이트렌드, OEM 업체인 P사, 송지효씨의 소속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측에 발송했다. ‘엠케이트렌드사가 특허자의 합의나 계약 없이 특허 기능을 무단 도용해 모자를 만들어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했다’는 내용이다.

오씨는 “엠케이트렌드 측에 확인 전화를 하자 그쪽 사람들이 사무실을 방문해 특허법 위반을 부인했다”며 “그러나 매장에서 직접 구입한 NBA 모자를 해체해 확인시키자 특허법 위반 사실을 인정했고, 일주일 후 협상을 하자며 특허 사용료로 3%를 주겠다고 제안해왔지만 터무니가 없어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엠케이트렌드 측이 그 후 내용증명을 통해 ‘오씨의 특허 제품과 절개선, 심재, 두께 등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특허 침해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했고, 이에 고소까지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P사와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책임을 부인했다. P사는 2014년 6월 “엠케이트렌드의 오더를 받아 생산하기 때문에 제조와 판매 권한은 엠케이트렌드 측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역시 “송지효는 엠케이트렌드 측과 모델 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그쪽에서 제공한 모자를 착용하거나 요청한 문구대로 홍보에 참여했을 뿐 실제로 상품 제작 등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증명을 오씨 측에 보냈다.

고소장을 접수받은 검찰은 2015년 1월 특허청 소속 특허소송지원단에 자문을 의뢰했다. 특허권처럼 전문가의 의견을 필요로 하는 경우 검찰이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 기관에 의뢰해 확인하게 돼 있다. 특허소송지원단은 2월9일 “두께 한정에 차이가 있지만 서로 균등 관계에 있다” “구성과 작용이 동일하므로 피의자들이 만든 모자가 균등물을 포함하고 있다”는 내용의 검토의견서를 검찰에 회신했다.

보통 특허 기술을 비교할 때는 특허 발명 보호 범위를 확정해놓고 비교 대상이 되는 제품이 특허 발명의 범위에 속하면 침해했다고 판단한다. 쉽게 말해 ‘균등 관계’라는 것은 원래 특허 발명품이 가지고 있는 기능 및 기술과 같다고 보는 것이다. 엠케이트렌드 측은 특허소송지원단의 의견에 불복해 4월20일 특허심판원에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다. 검찰은 4월23일 특허심판원 심결이 나올 때까지 기소를 중지한다는 불기소결정서를 양측에 보냈다.

오씨가 2013년 11월 받은 특허증.
엠케이트렌드 “6개월간 개발해 디자인 등록”

엠케이트렌드 측은 6월5일 “우리 회사에 디자인 부서가 브랜드별로 10~15명이 있다. 이들이 상품 기획팀과 6개월 넘게 개발해 디자인한 모자로 디자인 등록을 마친 상태”라며 “모자를 두 가지 방식으로 활용하기 위해 구현한 제품”이라고 밝혔다. ‘플립팝’이라고 이름 붙였던 챙이 접힌 모자가 유행한 후 그것을 대체할 모자를 구상하다가 챙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모자를 개발하는 것으로 콘셉트가 잡혔고, 그 특성을 구현하다 보니 모자 구성에 유사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엠케이트렌드 측 관계자는 “사무실을 방문했던 것은 일단 문제가 되는 사안의 경중을 파악하고 대응 방향을 정해야 했기 때문인 것이지 (특허권) 침해를 인정했던 것이 아니다”며 “바로 법무법인에 감정을 의뢰했고 특허권 침해가 아니라는 결과를 받아 강경 대응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허권의 ‘균등’을 판단하는 데는 특허소송지원단의 주관적 의견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에 ‘권리범위확인심판’이라는 정식 절차를 통해 확인 중이라는 것이다.

엠케이트렌드 측은 “지난 5월에도 오씨가 3억원의 합의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판매를 중단하고 대처했기 때문에 (오씨가) 피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고, 2주간 판매한 폴더팝의 총 매출액이 1억원을 넘지 않은 상황에서 합의금 액수가 너무 많다고 판단했다. 이미 법적 대응을 위한 비용이 들어간 상태이기 때문에 정당한 절차에 따라 나온 결론에 맞춰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씨의 특허권을 등록했던 B특허사무소 관계자는 “이 모자는 심재가 있어 꺾을 수 있는 것을 핵심 기술로 하고 있다. 몇 번 꺾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특허에는 비슷한 침해가 없다. 동일 혹은 유사인데 동일한 경우에만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보는 것이다. (결과가) 특허소송지원단의 판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