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레의 브라질 대표팀보다 강하다
  • 서호정│축구칼럼니스트 ()
  • 승인 2015.06.16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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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바르셀로나, 역대 세계 최강…메시 앞세운 공격 막을 팀 없어

‘MSN(메시·수아레즈·네이마르)의 FC 바르셀로나, 역대 최강인가.’ FC 바르셀로나가 지난 6월7일(한국 시각) 유벤투스를 3-1로 꺾으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성공하자 전 세계 언론매체들은 저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바빴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015년 현재의 바르셀로나가 역대 최강이라고 인정했다. 그들이 비교한 대상은 공교롭게도 2009년의 바르셀로나다. 두 팀은 모두 해당 시즌 트레블을 달성했다. 트레블은 주요 3개 대회(자국 리그, 자국 FA컵,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우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 축구 역사에서 트레블이 달성된 시즌은 일곱 차례밖에 없다. 바르셀로나는 유일하게 두 차례 트레블을 달성한 팀이다. 그것도 불과 6년 사이에 역사에 남을 성과를 냈다.

2009년 당시 바르셀로나는 역대 최고의 클럽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트레블을 넘어 그해 말 열린 FIFA 클럽 월드컵까지 총 6개의 타이틀을 거머쥐며 전무후무한 6관왕을 달성한 팀이다. 현재는 바이에른 뮌헨을 맡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끌며 6관왕을 달성한 바르셀로나는 높은 볼 점유율과 화려한 패스 전개를 앞세운 일명 ‘티키타카’ 전술로 세계 축구의 조류를 바꿔놓았다. 티에리 앙리, 사무엘 에투,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팀을 이끌었고 만 22세의 리오넬 메시가 자신의 기량을 꽃피우기 시작한 시기다. 성과는 물론 전술적 패러다임까지 바꿨기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끈 1999년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제 무리뉴 감독이 이끈 2010년의 인터 밀란처럼 트레블을 달성한 다른 팀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6월7일 이탈리아의 유벤투스를 꺾고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후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 EPA 연합

28세의 메시, 축구 인생의 정점

그런 위대한 팀을 넘어선 것은 바로 바르셀로나 자신이었다. 지금의 바르셀로나는 기존의 방식과 새로운 변화 사이에 서 있다. 사비는 올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 말년을 보내기 위해 카타르의 명문 클럽 알 사드로 떠난다. 수비의 중심 카를레스 푸욜은 이미 은퇴했고, 골키퍼 빅토르 발데스도 1년 전 팀을 떠났다. 2015년의 바르셀로나를 역대 최강으로 이끈 것은 단연 메시다. 만 28세의 메시는 축구 인생의 정점에 서 있다. 올 시즌에만 58골을 터뜨렸다. 골만 잘 넣는 선수가 아니라 홀로 상대 수비를 궤멸시키는 과정까지 완벽하다. 세계적인 축구 전문지 ‘월드사커’가 전 세계 축구 전문 기자들의 투표에 의해 선정한 세계 축구 역대 베스트 11에 메시는 현역 선수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축구의 전설인 펠레·마라도나·크루이프·베켄바우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공격수에 2명의 월드클래스 공격수를 추가하며 폭발적인 공격 라인을 구축했다. 2013년 여름 브라질의 산토스에서 영입한 네이마르, 2014년 여름 리버풀에서 데려온 루이스 수아레스가 그들이다. 아르헨티나(메시), 브라질(네이마르), 우루과이(수아레스) 출신의 공격 3인방은 각자의 이름 첫 알파벳을 따 MSN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올 시즌 네이마르는 39골, 브라질월드컵에서 상대를 깨문 죄로 개막 후 두 달이 지나 출전한 수아레스는 25골을 넣었다. 세 선수의 골 총합이 무려 122개다. 2009년 바르셀로나가 앞세웠던 에투·앙리·메시의 삼각편대가 넣은 100골보다 22골이 더 많다.

MSN의 위력은 유벤투스와의 결승전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수아레스는 2-1로 다시 앞서가는 결승골을 넣었고, 네이마르는 경기 종료 직전 팀의 세 번째 골을 터뜨려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메시는 골은 없었지만 탁월한 개인 능력으로 유벤투스의 집중 마크를 수차례 부수며 최고 평점을 받았다. ‘빗장 축구’(카테나치오)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최고 클럽답게 유벤투스는 막강한 수비력으로 결승까지 올라왔지만 MSN을 앞세운 바르셀로나에 맥없이 무너졌다. 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는 남미 공격수들답게 탁월한 기술과 드리블, 세계 최고 수준의 스피드를 지녔다. 세 선수의 조화가 이뤄지며 상대는 그야말로 알고도 당하는 신세가 됐다.

바르셀로나는 네이마르와 수아레스 영입을 위해 2000억원이 넘는 이적료를 지불했다. 메시는 바르셀로나가 유스팀에서부터 키운 선수지만 만일 이적 시장에 나온다면 라이벌 호날두가 보유한 세계 최고 이적료(9400만 유로)를 넘어 세계 최초의 1억 유로 이적료 시대를 열 것이 확실시된다. 실제로 맨체스터 시티, 파리 생제르맹 등 최고의 자금력을 지닌 부자구단들이 메시 영입을 시도한 적 있다.

2009년의 바르셀로나보다 지금 더 강해

바르셀로나가 세계 최강임을 인정한 이는 다름 아닌 2009년의 바르셀로나를 이끈 과르디올라 감독이다. 현재 그가 지휘봉을 잡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은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0-3 완패를 당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불과 2년 전 트레블을 달성했던 또 다른 최강팀이다.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3-2로 승리했지만 상황을 뒤집진 못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메시를 앞세운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막을 수비 전술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 50승 4무 6패로 42승 13무 7패를 기록한 과르디올라 시대의 바르셀로나보다 뛰어난 승률을 기록했다.

더 넓은 차원으로 확대한다면 어떨까. 클럽팀에 한정하지 않고 국가대표까지 볼 때 말이다. 펠레를 앞세워 처음으로 월드컵 3회 우승에 성공하며 줄리메컵을 영구 보관한 1970년의 브라질 대표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1번의 월드컵과 2번의 유럽선수권을 차지한 ‘무적함대’ 스페인 대표팀, 그리고 가장 이상적인 스쿼드를 구축했다는 평을 들으며 준결승에서 개최국 브라질을 7-1로 대파했던 2014년 월드컵 우승팀 독일 대표팀 등이 후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답도 단호하다. 퍼거슨, 무리뉴, 아르센 벵거 등 세계적인 감독들은 “단기간 소집돼 훈련하는 대표팀의 조직력은 상시 호흡을 맞추는 클럽팀을 절대 능가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메시를 보유한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정상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 그 방증이다. 게다가 클럽팀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긁어모았던 레알 마드리드의 ‘갈라티코 정책’처럼 국적을 넘어선 드림팀을 구축했다.

혹자는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러피언컵에서 5연패를 달성한 레알 마드리드(1956~60년), 3연패를 달성한 아약스(1971~73년), 바이에른 뮌헨(1974~76년)을 거론한다. 하지만 당시 유러피언컵은 한 시즌에 7경기를 치르고 챔피언에 오를 수 있어 13경기를 치르는 현재의 챔피언스리그와는 차원이 다르다. 실제로 1992년 현재의 챔피언스리그로 대회가 전환된 이후 연속 우승한 클럽팀은 단 한 곳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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