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근은 되는데 유승준은 왜 안 되지?
  • 하재근│문화평론가 ()
  • 승인 2015.06.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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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일으킨 연예인들 ‘복귀의 법칙’…사안 따라, 사람 따라 제각각

도박 파문으로 자숙에 들어갔던 개그맨 이수근이 돌아왔다. KBS N Sports <죽방전설>에서 MC를 맡은 것이다. 앞서 이수근은  tvN <SNL 코리아>에 게스트로 등장했었다. 자신이 복귀해도 괜찮은지, 일종의 ‘간’을 본 셈이다. <죽방전설>에서 반응이 좋으면 이를 발판 삼아 결국 지상파로 복귀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도박 파문이었어도 앤디나 붐은 1년 내외의 자숙 기간 후에 복귀했다. 1년 반 만에 돌아온 이수근은 복귀가 늦은 셈인데, 한편으로는 아직도 자숙하고 있는 김용만이나 탁재훈 등에 비하면 또 그리 늦은 것도 아니다. 신정환은 복귀 시기가 가늠조차 안 된다. 사례들이 엇갈리면서 연예인들이 자숙하고 복귀하는 데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온다. 왜 누구는 빨리 나오고 누구는 늦는 걸까. 왜 누구는 환영받으며 복귀하고 누구는 자숙을 했는데도 계속 비난이 따라다니는 걸까.

신정환·유승준·노홍철(왼쪽 사진부터) 등은 도박과 병역 의무 회피,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후 방송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TV 화면 캡쳐, ⓒ 시사저널 포토

성범죄·병역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여져

한 매체에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물의를 일으켰던 스타급 연예인을 대상으로 낸 통계를 보면, 음주운전 및 교통사고일 경우 평균 자숙 기간은 4.5개월이었다. 반면 불법 도박은 18.1개월로 나왔다. 우리 사회가 음주운전보다 도박을 좀 더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는 셈이다. 이수근은 1년 반 만의 복귀이기 때문에 공교롭게도 딱 평균 자숙 기간만큼 쉬었다. 이수근이 영악하게 계산해서 시간을 맞췄다기보다는, 그 정도 시간이 지나니 대중 정서가 자연스럽게 바뀌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마약류 투약은 평균 14.5개월로 불법 도박보다 짧지만 이것은 최근 프로포폴·졸피뎀 등 신종 마약류 사건이 평균을 깎아먹은 결과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의 조사에선 평균 20개월로 나왔었다. 필로폰·대마초 등 전통적 마약류에 대한 대중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다만 신동엽 같은 남자 대마초 사건에 대해선 일단 죗값을 치르면 대중이 그 전과를 ‘쿨하게’ 잊어주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여자에겐 이 전과가 낙인처럼 찍힌다.

성범죄는 심각하다. 전자발찌를 차게 된 고영욱의 복귀는 현재로선 어려워 보인다. 미성년자 성매매 문제가 있었던 이경영은 방송 복귀에 10년 이상 걸렸는데 그나마도 케이블TV였다. 미성년자 성매수 혐의를 받았던 이수는 6년 만에 MBC <나는 가수다3>에 캐스팅됐으나 결국 하차하고 말았다. 병역 문제도 심각하다. 연예인 병역 문제의 상징이 된 유승준은 복귀 시도가 있을 때마다 국민적 저항에 직면한다. MC몽도 TV 복귀가 요원한 상태다. 병역 문제의 해결책은 지금으로선 입대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송승헌·장혁·싸이 등이 입대 또는 재입대로 병역 문제를 풀었다.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우리 국민은 대체로 음주운전보다는 도박을, 도박보다는 성범죄와 병역 문제를 더 심각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향후엔 연예인 소득 증대와 우리 공동체의 시민의식 성숙이 맞물리면서 연예인 탈세가 중대한 문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이수근이 최근 방송에 복귀한 KBS N Sports의 . ⓒ KBS 제공

연예계 비중이나 이미지에 따라 달리 적용

같은 사안이라도 사람마다 복귀 시기가 다르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같은 도박인데 앤디·붐·양세형 등에 비해 이수근은 복귀 시기가 늦었다. 과거 김준호는 도박 파문 후 7개월 만에 복귀했고, 신정환도 처음엔 수월하게 복귀했었다. 실정법이 아닌 대중의 ‘정서법’이 복귀 시기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정서법은 그 사람의 연예계 비중이나 이미지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 이수근은 국민 예능인 KBS <1박 2일>로 인한 신망이 두터웠기 때문에 배신감이 더 컸다. 그래서 붐보다 복귀에 더 어려움을 겪었는데, 김용만·탁재훈 같은 메인 MC들은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수근보다도 더 시간이 걸리고 있다. 김준호·신정환은 TV 속에서 까불까불하고 남한테 당하는 보조 캐릭터였기 때문에 복귀를 쉽게 인정받았다. 그러나 거짓말을 한다든지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면 정서법은 준엄하게 돌변하는데, 신정환이 지금 그런 경우에 처해 있다. 메인 MC급인 김구라는 과거 막말 때문에 몇 개월의 자숙 기간을 거쳤지만 그보다 비중이 작은 장동민은 막말 파문에도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음주운전 파문 후에 자숙 없이 활동한 사람도 있지만 국민 예능인 MBC <무한도전>을 통해 신망을 쌓아온 노홍철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배신감과 질타로 철저한 자숙에 돌입했다.

대중의 배신감은 청순한 이미지였던 여자 연예인이 마약 파문에 휩싸였을 때 가장 크게 나타난다. 황수정이 바로 그런 경우였고, 일단 이런 파문에 연루된 여자 연예인은 ‘19금’ 영화나 화보로 복귀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난다. 남자 연예인은 상대적으로 여자 연예인보다 잘못이 쉽게 잊히는 편인데, 특히 군대가 좋은 도피처로 작용한다. 강인·주지훈 등이 물의를 빚은 후 입대해서 지금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최근엔 여자친구 폭행 논란에 휩싸였던 김현중이 입대했다.

과거엔 마약 논란이 가수들에게 저승사자였지만, 요즘 한류 스타는 조금 다르다. 빅뱅의 지드래곤이나 투애니원의 박봄 등이 논란에도 활동을 이어나갔다. 한류 아이돌에겐 해외 행사도 빠른 복귀 통로로 활용된다. 연예인으로서의 확고한 전문적 능력이 면죄부로 작용할 때도 있다. 김혜수는 논문 표절 논란이 있었으나 활동을 이어나갔다. 대중이 논문 문제와 별개로 김혜수의 배우로서의 역량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연예인의 복귀 문제는 사안 따라, 사람 따라 제각각인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일반 원칙을 도출할 수는 있다. 거짓말은 상황을 매우 악화시킨다.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응분의 죗값을 달게 치를 때 복귀 시기가 빨라진다. 국민적 사랑을 받는 선한 메인 캐릭터보다, 불쌍하거나 하찮은 캐릭터를 보여준 연예인의 복귀가 빠르다. 복귀한 후엔 확고한 자기 능력을 보여주는 사람이 빨리 자리 잡는다. 최근에 나타난 또 하나의 복귀 법칙은 케이블TV와 종편 출연을 통해 먼저 ‘간’을 보고 지상파에 입성하는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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