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수습 ‘5500억’ 국민 혈세로 메우나
  • 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5.07.01 11:3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병언 일가 재산 환수 난항…정부가 비용 부담할 수도

세월호 참사 직후 정부는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각종 재산을 ‘사고 책임재산’으로 규정했다. 이들이 구조적 비리를 바탕으로 부를 축적하며 방만 경영을 해온 데 사고의 근본 원인이 있다고 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국민담화에서 “국가가 먼저 피해자들에게 신속하게 보상을 하고 사고 책임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특별법안을 정부입법으로 즉각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겠다. 그래서 이번에 크나큰 희생을 당한 분들이 부도덕한 기업과 범죄자들로부터 피해를 보상받느라 또 한 번 고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사고 수습이 모두 끝나기까지는 5500억원 상당의 막대한 국가 재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확보한 유 전 회장 일가 및 측근들의 재산은 1600억원대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국고에 제대로 환수될 가능성이 작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고 책임자’가 부정하게 축적한 재산을 환수해 참사 수습에 충당하려 했던 정부의 계획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소요액 대부분을 국민의 혈세로 메우게 될 공산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해 4월18일 인천 청해진해운 사무실 전경. 참사 후 1년 이상이 흐른 현재까지도 유병언 전 회장 일가의 ‘사고 책임재산’ 환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 시사저널 이종현

“금융권 우선 변제하면 환수 금액 거의 없어”

지난 4월 해양수산부는 수색·구조, 피해자 지원, 배·보상, 선체 인양 등에 총 5548억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참사 직후부터 2014년 12월까지는 주로 수색·구조 부문에 지출이 많았다. 총 집행액 1854억원 중 60%(1116억원)가 선체 수색 과정에서의 유류비, 어선 지원, 인건비 등에 들어갔다. 앞으로 집행해야 할 비용 중에는 배·보상, 선체 인양 등의 비중이 높다. 총 3694억원의 예산 중 각각 1731억원, 1205억원씩이 배분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도, 앞으로 소요될 예산도 수천억 원대로 막대한 규모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확보한 유병언 전 회장 일가 및 측근의 재산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 4월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정부가 확보한 유 전 회장 측 재산은 총 1600억원 상당이다. 정부의 추징은 민·형사별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됐다. 민사상으로는 법무부가 주도해 유 전 회장 일가 및 임직원·법인 소유의 부동산·금융 재산 등에 민사 가압류를 신청했다. 총 1282억원 상당이다. 형사상으로는 검찰이 5차에 걸친 ‘기소 전 추징보전 절차’를 진행해 1157억원 상당의 부동산·주식 등 재산을 동결했다. 국세청도 조세 포탈 혐의가 있는 부동산·주식 등에 대한 압류를 실시했다. 이 중 중복된 재산 751억원을 제하면, 정부가 확보한 재산 총액은 1688억원이다. 총 소요 예산 5500억원의 30%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도 국고에 온전히 환수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해부터 유 전 회장 일가 및 계열사 소유 재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들이 꾸준히 경매 시장에 매물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병언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 소유의 서울 청담동 주택이 58억2737만원에, 바로 옆에 있는 차남 유혁기씨 소유의 토지가 47억8612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낙찰된 금액 모두가 국고에 환수되는 것이 아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의 이창동 선임연구원은 “가압류한 재산에서 국고로 환수할 수 있는 금액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부분 부동산에서 정부가 후순위 채권자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유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부동산의 특징은 대부분이 대출을 끼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 등 선순위 근저당권이 해소되고 남는 금액만을 배당받을 수 있음을 감안하면, 국가가 가압류해 확보한 부동산에서 실제로 받아낼 수 있는 돈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병언 자녀 재산 환수 법적 근거 없다”

지난해 10월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같은 취지로 지적한 바 있다. 민 의원은 금융감독원 제출 자료를 근거로 “정부가 유병언 일가로부터 세월호 사건의 책임재산을 추징하기 위해 상당한 금액을 압류했으나, 금융권에서 압류 재산에 대한 선순위 채권을 2000억원 정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권이 우선적으로 변제받게 되면 사실상 정부가 유병언 일가의 압류 재산으로부터 환수할 수 있는 금액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수습 관련 비용 대부분을 정부가 부담하게 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형사상 추징보전 절차를 거쳐 동결한 재산 역시 실제 환수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 전 회장 사망 후 국회에서 ‘범죄 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일명 ‘유병언법’이다.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대형 사고에 대해 형사적 책임이 있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범죄 수익을 은닉한 제3자에게도 재산 추징이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재산을 상속한 가족 등 제3자에 대한 추징이 가능하려면 ‘형사적 책임’이 있는 범인을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 청해진해운 및 계열 법인의 실소유주라는 혐의를 받았던 유 전 회장은 사망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유 전 회장에게 범인으로서의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면서, 가족 및 법인의 동결 재산을 환수할 법적 근거가 없어졌다는 것이 법조계 및 정치권 일각의 시각이다. ‘유병언법’이 유 전 회장이 사망했을 경우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입법이 추진된 ‘부실 법안’이었다는 것이다.

각각 500억~600억원대로 횡령 및 배임 혐의 액수가 큰 차남 유혁기씨와 장녀 유섬나씨의 신병을 검찰이 확보하지 못한 점도 걸림돌이다. 부인 권윤자씨와 장남 유대균씨는 상속 포기 신청을 했지만 차남과 장녀의 경우에는 상속권이 남아 있는 상태다. 유섬나씨는 프랑스 현지 경찰에 체포됐지만 한국 송환을 거부하고 있다. 오는 9월에야 범죄인 인도 청문회가 예정돼 있는 등 언제 한국에 송환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해외 도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혁기씨는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다. 미국 내 유명 변호사를 선임해 해외 재산 몰수 소송에 본격 대응하고 나서는 모습이 지난해 말 포착되기도 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