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왕국’ 사람들, 추적은 계속된다
  • 정락인│객원기자 ()
  • 승인 2015.07.01 11: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족·측근들 구속되거나 실형…세월호 참사 관련성은 미제로

세월호 참사가 터진 후 검찰은 초대형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전 방위 수사에 들어갔다. 1차 타깃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이었다. 세월호는 총체적인 부실덩어리였다. 배가 침몰한 배경에는 과도한 화물 적재, 부실한 결박(고박), 미숙한 운항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기상 악화와 인재가 합쳐진 사고였다. 검찰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의 이면에 공무원 등과의 결탁이 있었는지를 집중 조사했다. 청해진해운을 수사하던 검찰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실질적인 소유자로 지목했고, 저인망식으로 그의 비리를 찾았다.

검찰은 유 전 회장과 그의 자녀들에게 차례로 소환을 통보했다. 하지만 이들은 소환에 불응하거나 이미 잠적한 상태였다. 유 전 회장은 지난해 4월23일 경기도 안성 금수원을 빠져나간 후 자취를 감췄고, 검찰은 부랴부랴 그의 신병 확보에 나섰다. 유 전 회장은 검찰의 추적을 피해 도피 행각을 벌이다가 6월12일 전남 순천의 한 야산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지난해 7월25일 경찰에 검거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씨가 인천지검으로 압송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가 사망하면서 수사는 답보 상태에 빠졌다. 유 전 회장은 모든 계열사의 횡령, 배임, 탈세, 해외 재산 도피, 부동산실명거래법 위반, 계열사 불법 지원, 뇌물 공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중심에 서 있었다. 검찰은 핵심 피의자가 사망하면서 기소된 가족과 측근들의 혐의를 유 전 회장 없이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했다.

유 전 회장이 사망한 후 가족과 측근들이 하나둘 검거되거나 자수했다. 장남 대균씨는 세월호 참사 석 달 만인 지난해 7월25일 검거됐다. 이들은 검찰 수사를 받은 뒤 재판에 회부돼 법의 심판대에 섰다.

유병언 전 회장 ‘공소권 없음’ 처분

검찰은 지난해 8월12일 사망한 유병언 전 회장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유씨 일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지 114일 만이다. 유 전 회장에게는 형과 두 동생이 있다. 형 병일씨(76)와 동생 병호씨(62)는 수사 과정에서 구속됐고, 여동생 경희씨(57)는 긴급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던 병일씨는 검찰의 포위망을 뚫고 도피하다가 지난해 6월13일 오전 안성 금수원 근처에서 체포됐다.

그는 부친이 설립한 유성신협에서 부이사장을 맡아왔다. 2010년 6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청해진해운에서 1억3500만원 정도를 고문료 명목으로 받았으나 개인 용도로 사용한 점이 드러나면서 기소됐다. 검찰은 유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고, 법원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구속된 지 약 5개월 만에 풀려났다.

동생 병호씨는 상대적으로 죄가 무거웠다. 그는 유 전 회장의 동생임을 내세워 세모그룹에서 30억원을 지원받아 개인적으로 쓴 혐의를 받았다. 세모그룹 계열사인 ‘사이소’에서 감사를 지낸 병호씨는 2008년쯤 기독교복음침례교회(구원파) 소유의 호미영농조합 명의로 ㈜세모로부터 지원받은 30억원(이 중 8억원은 반환)을 부동산 투기 등에 개인적으로 쓴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유병언 전 회장의 여동생 경희씨는 남편인 오갑렬 전 주체코 대사(61)와 함께 긴급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친인척에게는 범인도피 혐의를 적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검찰은 오갑렬 전 대사가 유병언 전 회장 도피를 총괄 기획한 인물로 드러나자 그를 범인 도피 교사 혐의로 지난해 8월 불구속 기소했다. 같은 혐의를 받은 부인 경희씨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4월23일 검찰의 금수원 압수수색 계획이 전해진 직후 대책회의를 열어 도피 계획을 세웠고, 유 전 회장이 금수원을 빠져나온 후 신도들의 집을 거쳐 순천 송치재 별장으로 은신하는 과정에서도 유 전 회장의 의식주를 책임졌다. 특히 도피와 관련해 유 전 회장으로부터 지시 사항을 직접 전달받아 도피처를 물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오 전 대사에게 징역 1년6월을 구형했지만,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유병언 전 회장의 부인 권윤자씨(72)와 동생인 오균씨(64) 남매도 재판에 넘겨졌다. 동생 오균씨는 지난해 6월 서울 도곡동 자택에서 검찰 수사팀에 긴급 체포됐고, 누나 권씨 또한 16일 후인 21일 도피처에서 경찰 합동수사팀에 검거됐다.

권오균씨는 조카인 유대균씨가 최대주주인 건설사 트라이곤코리아의 대표를 맡고 있었다. 그는 계열사 자금을 경영 고문료 등의 명목으로 유 전 회장 일가에 몰아줘 회사에 수십억 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누나 권씨는 트라이곤코리아에 교회 자금 297억원을 지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지난 6월12일 남매에 대한 횡령·배임 혐의 항소심에서 누나 권씨에게는 1심과 같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동생 권씨에게는 1심보다 2년 감형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후계자로 알려진 차남 미국 체류

유병언 전 회장은 슬하에 2남 2녀를 뒀다. 검찰에서 유씨 일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유 전 회장의 자녀들도 줄줄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 중 막내인 상나씨(47)를 제외한 장남 대균씨(45), 차남 혁기씨(43), 장녀 섬나씨(48)에게 수배령이 떨어졌다. 네 자녀 중 유일하게 국내에 있던 대균씨는 아버지 유 전 회장과 횡령·배임, 조세 포탈 등을 공모한 혐의로 소환을 통보했지만 불응하고 잠적했다. 유씨는 도피를 시작한 지 약 3개월 만인 지난해 7월25일 은신처에서 검거됐다. 검찰은 유씨를 특가법상 횡령혐의 등으로 기소했고, 법원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에서 2년으로 감형됐다.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차남 혁기씨는 아버지 유 전 회장의 실질적인 후계자로 전해졌다. 그는 유 전 회장 일가의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최대주주이자 주요 계열사의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검찰은 세 번에 걸쳐 혁기씨에게 소환 통보를 했지만, 그는 불응하고 잠적했다. 검찰은 미국에 범죄인 인도 청구와 함께 인터폴에 적색 수배령까지 내렸다.

유병언 전 회장의 장녀인 섬나씨는 492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출석을 통보했지만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인터폴을 통해 적색 수배령을 내렸다. 유씨는 지난해 5월 프랑스 경찰에 체포돼 재판을 받아왔다.

파리 항소법원은 지난 1월 한국 정부가 범죄인 인도를 요청한 유씨를 한국에 인도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석 달 후 프랑스 대법원에 해당하는 파기법원은 파리 항소법원의 인도 결정을 파기 환송했다. 그리고 지난 6월23일(현지 시각) 베르사유 항소법원 재판부는 섬나씨의 석방을 조건부로 결정함으로써 그녀는 1년 1개월 만에 풀려났다. 베르사유 항소법원은 오는 9월15일 유씨의 범죄인 인도 재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차녀 상나씨는 오빠 혁기씨와 함께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빠·언니와 달리 수배령이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도 검찰 수사 대상이다. 하지만 상나씨가 자진 출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울러 미국 시민권자인 그녀를 국내로 송환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병언 핵심 측근들도 직격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측근들은 어떻게 됐을까. 측근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구원파 신도로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그룹과 세모그룹 계열사의 대표를 맡고 있던 인물들이다.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신도들 중 대표적인 인물은 이른바 ‘신엄마’로 통하는 신명희씨(65)와 ‘김엄마’로 통하는 김명숙씨(60) 그리고 운전기사 양회정씨(57)다. 이들 세 명은 지난해 4~5월 순천 별장에서 유 전 회장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차량을 이용해 도피를 도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법원은 지난 4월 열린 항소심에서 신명희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김명숙씨와 양회정씨에게는 각각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필배 전 문진미디어 대표(76)는 유병언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불린다. 그는 송국빈 다판다 대표(62) 등과 짜고 계열사 돈으로 유 전 회장에게 고문료를 지급하거나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등에서 열린 유 전 회장의 사진전을 지원한 혐의(횡령·배임)를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5년을 선고했고, 항소심 선고 공판은 7월3일에 열린다.

유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53)는 미국에 체류하다 검찰의 소환 통보에 불응했다. 그러자 검찰은 미국 당국에 요청해 체류 자격을 취소하고 인터폴에 적색 수배령을 내렸다. 그녀는 같은 해 9월 국토안보수사국(HSI) 수사관들에 의해 불법 체류(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후 10월에 강제 송환됐다. 김씨는 조세범처벌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된 후 재판을 받고 있다. 혐의 액수는 횡령 및 배임 61억원과 조세 포탈 5억원 등 총 66억원이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김한식 대표(72)는 무리한 선박 증·개축과 부실 고박, 그리고 화물 과적으로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지난 5월 항소심 재판부는 김 대표에 대해 1심보다 3년이 감형된 징역 7년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회사 자금을 빼돌려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노른자쇼핑 대표인 탤런트 전양자씨(73·본명 김경숙)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그 밖에 계열사 돈으로 유 전 회장에게 고문료를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됐던 송국빈 다판다 대표에게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고창환 세모 대표(67)에게는 징역 2년6월, 변기춘 천해지 대표(42)에게는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이강세 아해 전 대표와 이재영 아해 대표에게는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