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잘 드는 칼로 새판 짜기 나서나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5.07.1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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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명 경찰청장 사퇴 후 내년 총선 출마설 확산

청와대와 의회권력의 충돌로 하반기 정국에 사정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내년 4·13 총선 일정까지 겹치면서 사정기관들이 술렁이고 있다. 선거법상 4·13 총선에 출마하려는 공직자의 사직 기한은 선거일 90일 전인 내년 1월 초다. 그러나 임기 후반기에 접어드는 박근혜 정부의 ‘정치 셈법’에 따라 올 하반기에 조기 사퇴가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황교안 국무총리 체제가 출범하면서 새로운 사정 라인이 구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데, 핵심인 감사원·검찰·경찰의 인사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조정 정년’ ‘검찰총장 인사’와 복잡하게 얽혀  

시사저널은 지난주 1342호 보도(7월7일자 ‘정치권 ‘군기’ 잡는 기획사정설 무성’ 기사)에서 김진태 총장의 조기 사퇴설이 계속 불거지는 검찰 분위기를 전한 데 이어, 이번호(28쪽 ‘TK에 검찰 출신 ‘그분’이 오시려나’ 기사)에서는 감사원 사무총장 외부 영입설을 보도했다. 여기에 경찰청장 자리가 도마에 올라 3대 핵심 사정기관이 일제히 전열을 재정비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왼쪽부터 강신명 경찰청장, 구은수 서울청장, 이상원 경찰청 차장 ⓒ 연합뉴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해 8월 임명됐다.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과 서울지방청장을 거쳤다. 2년 임기가 보장되는 만큼 내년 8월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다. 현 정부의 청와대 출신인 만큼 대통령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경찰청장의 조기 교체설이 나돌고 있다. 박근혜 정부 4~5년 차를 맡을 후임 경찰청장을 위해 강신명 현 청장이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는 경찰 조직 내부의 정년과 검찰총장 인사 등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게 경찰 내부 고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경찰 조직 내부에는 만 57세가 넘은 경무관 이상 고위 경찰 간부들이 60세 정년을 다 채우지 않고 일찍 퇴직하는, 이른바 ‘조정 정년’이라는 관행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급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해 지난 2000년 이무영 당시 경찰청장 시절부터 시작된 것으로, 경찰공무원법이나 경찰 인사관리규정에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오랜 기간 유지돼온 일종의 관행이라고 한다. 문제는 올해 조정 정년에 차기 청장 후보들이 대거 포함된다는 것이다.

올 조정 정년 대상자는 구은수 서울지방청장, 이상원 경찰청 차장(이상 치안정감), 이철성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 정해룡 강원지방청장, 허영범 경찰청 보안국장, 김성근 경찰청 외사국장, 윤철규 충북지방청장(이상 치안감), 설용숙 대구지방청 1부장, 남병근 인천지방청 3부장(이상 경무관) 등 9명이다. 이 중 구은수 청장과 이상원 차장은 유력한 차기 청장 후보다. 특히 구 청장은 2013년 말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치안감)으로 파견 나간 후 8개월여 만에 경찰 조직 내 ‘넘버 2’로 통하는 서울지방청장에 올랐을 정도로 청와대의 신임이 두텁다. 구 서울청장은 강신명 청장처럼 ‘청와대 비서관(치안감)→서울지방청장(치안정감)→경찰청장(치안총감)’이라는 엘리트 코스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금까지 19명의 역대 경찰청장 중 이 루트를 밟은 청장은 5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조정 정년이라는 변수로, 구 서울청장은 오는 11월 경찰 정기 인사를 앞두고 옷을 벗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렇게 되면 임기 후반기를 준비하는 현 정부의 스텝도 꼬일 수밖에 없다. 강신명 청장을 잇는 차기 경찰청장은 2017년 대선 정국을 관리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한번 믿고 쓴 사람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박근혜 대통령 스타일상 (구 청장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게 경찰 내부의 시각이다. 청와대가 여러 비판적 시선을 무릅쓰고 강신명 전 서울청장에 이어 또다시 청와대 비서관 출신을 서울청장에 앉혔는데, 그런 사람을 1년만 쓰고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권 말 치안 총수가 누가 되느냐는 청와대로서는 민감한 사안이다. MB 정권에서도 청와대가 영포 라인인 이강덕(전 해양경찰청장)을 치안 총수에 앉히려고 조현오(전 경찰청장)를 징검다리로 활용하지 않았나.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후보들 음해 투서 나돌아

경찰청장 조기 교체설은 검찰총장 인사와도 얽혀 있다. 현재 검찰 내에서 가장 유력하게 차기 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수남 대검 차장은 대구 청구고 출신으로, 강신명 경찰청장과 동문이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TK 출신 인사 편중으로 홍역을 치른 박근혜 정부가 양대 사정기관 수장 자리에 TK를 넘어 같은 고교 출신을 앉힐 수 있겠는가. 검찰과 경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검찰 쪽을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황 총리발(發) 사정 정국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검·경 모두 정치권 사정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치권과 연루된 기업 리스트가 서초동 주변에서 돌고 있다. 양대 사정기관 수장을 교체해 정치권과 공직사회 기강 잡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강신명 청장이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경찰 안팎에 파다하다. 강 청장이 조기 사퇴하는 대신 새누리당 공천으로 고향인 경남 합천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19대 국회에서 경찰 출신 의원은 2명에 불과하다. 반면 검찰 출신은 12명에 이른다. 내년 총선에서 경찰 몫(공천)을 늘리자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안다. 강 청장은 뚜렷한 흠결이 없고, 박근혜 정부로부터 신임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내에서는 벌써부터 강 청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차기 청장 자리를 둘러싼 물밑 다툼이 벌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조정 정년은 오래된 관례이기 때문에, 이를 갑자기 없앨 수는 없다. 강 청장이 ‘경찰의 목소리를 국회에서 대변하겠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물러날 것으로 본다”며 “차기 청장 후보들 간에 물밑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벌써 본청에 후보군을 음해하는 투서가 전달되고 있는데, 그 내용이 매우 자세하다. 거론되고 있는 당사자들도 이를 알고 있다. 이 가운데는 (차기 청장을 두고) ‘경찰대’와 ‘비경찰대’ 간의 해묵은 갈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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