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날리지 말자]② 가맹본부 갑질에 창업자 눈물 쏙
  • 김명은 기자 (eun@sisabiz.com)
  • 승인 2015.07.20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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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과장 광고 탓에 피해 사례 증가...온갖 갑질도 횡행

# 가맹점 사업자 A씨는 가맹본부 B사의 사업설명회에서 "한달에 순이익 550만원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대표자로부터 설명듣고 사업계획서도 제공받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순이익이 550만원의 20%에도 못 미치자 A씨는 "B사가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했으니 투자금을 반환하라"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을 요청했다. 결국 B사가 A씨의 점포를 인수하는 내용으로 합의 조정이 성립됐다. (공정거래조정 실제 사례)

 

창업에 성공하려면 참신한 아이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맹업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국내 가맹사업은 이미 문어발식으로 시장을 잠식해나가는 커피, 햄버거, 피자 등 대형 브랜드나 유행을 타는 콘셉트를 차용한 업종에 몰리고 있다.

 

가맹본부의 예상 매출액 부풀리기 등 허위·과장 정보를 걸려내야 그나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이디야커피는 과장 광고로 공정위 제재를 받은 바 있다. / 이디야 홈페이지 캡처

◇가맹업 허위·과장 광고 어떻길래?

 

가맹본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하는 정보공개서 표준양식에 따라 가맹사업 관련 매출액, 재무상황, 가맹점 수, 가맹금, 영업조건 등의 정보를 가맹희망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공개 내용이 실제와 달라 가맹사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교촌치킨' 가맹본부인 교촌에프앤비는 2010년 10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자사의 인터넷 홈페이지 가맹점 개설 게시판에 '매출액의 약 25~35% 이상을 가맹점주님의 순수익율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라고 과장 광고해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커피전문점 업계도 거짓·과장 광고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디야커피, 할리스커피 등 유명 커피브랜드의 가맹본부 12곳도 지난해 가맹점 수익률, 창업 비용 등을 잘못 표시해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이디야커피는 객관적인 근거 없이 순이익(마진)이 매출액의 35%를 차지한다고 광고하고 국내 매장 수가 커피 전문브랜드 가운데 1위라고 기만했다. 더카페 가맹본부인 이랜드파크는 유럽의 커피협회인 SCAE가 인증하는 바리스타 전문 교육 과정을 운용한다고 사실과 다르게 알렸다.

 

화장품 가맹본부인 토니모리는 지난해 4월 정보공개서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음으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09년 이미 한 차례 정보공개서 제공의무 위반으로 공정위 경고 조치를 받았음에도 이를 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정위 제재의 실효성 여부다. 허위·과장 광고 행위에 대해선 가맹금 반환은 물론 시정명령과 과징금(매출액의 2% 이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의 벌금 등의 가맹사업법상 벌칙이 따른다. 위반 행위가 중대할 경우 검찰 고발로도 이어진다.

 

그러나 공정위는 그동안 시정 명령 등 비교적 낮은 수위의 제재를 해왔다.

 

박종천 프랜차이즈법률원 대표는 "공정위가 허위·과장 광고 건과 관련해 가맹본부를 검찰에 고발한 예는 지금껏 거의 없었다. 또 최고 벌금액도 요즘 가맹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할 때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제재가 약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인식”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법 개정의 필요성도 물론 있지만 가맹사업거래과 등 공정위 관련 부서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면서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해도 소송에서 지는 예가 많은데 위법행위가 중대한 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증거 수집에 나설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가맹본부 갑질 갈수록 심해져  

 

2013년 대리점주에게 '물량 밀어내기' 영업을 한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식품과 유통 업계가 윤리경영을 강조하며 내부 단속에 나섰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을 관계' 관행이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 들어서도 웰빙 죽 전문점 본죽과 유명 피자 체인업체 피자헛 등이 갑질 논란에 휩싸이자 공정위가 칼을 빼들었다. 가맹본부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계약을 체결하는 등 가맹사업자에게 주는 피해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가맹업계의 갑질 행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해 10월 공정위는 드라마 광고에 드는 비용 일부를 가맹점에 전가하고 이를 비난한 가맹점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베트남 쌀국수 가맹본부인 포베이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렸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불공정피해상담센터에도 여러 피해 사례들이 접수되고 있다.

 

매장 개점 직후 본사가 주변에 동일한 매장을 열어 손해가 나도 계약 해지를 해주지 않아 폐업을 못하는 경우,  매출이 안정적인 점포를 직영점으로 전환하자고 회유하는 경우, 가맹비만 받고 사전 공지 없이 폐업 처리하고 환불 없이 유사업종 가맹사업을 재개하는 경우 등 다앙하다.

 

편의점 업계의 경우 가맹점주가 일일 송금의무를 위반하거나 계약 중도해지 시 과중한 위약금을 물리게 하고, 임대료 증가분을 가맹점주에게 전가하는 등의 불공정 약관이 오랫동안 운용돼 오다 2013년 10월 공정위 시정으로 일부 개선이 된 상황이다.

 

인테리어 갑질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실내건축업 면허가 없는 가맹본사가 가맹점주로부터 받아낸 공사비용 가운데 일부만 시공업체에 지급한 뒤 남은 돈을 챙기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가맹본부의 이익률이 60%가 넘는 예도 있다.  

 

올 초 서울시가 92개 가맹본사에 소속된 서울시내 1천933개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대해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가맹본사 92곳 가운데 1곳만이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실내건축업을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본사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인테리어 업체가 미등록 업체인 경우도 있었다.

 

가맹점주가 가맹점을 양도하려고 하자 본사에서 리뉴얼 공사를 하지 않으면 승인해 줄 수 없다고 통보하는 식 갑질도 횡행하고 있다. 최근엔 배달앱 업체들이 가맹업체에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또 다른 갑의 지위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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