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한국의 가벌] #36. 대한민국은 ‘끼리끼리 혼맥’이 주무른다
  • 소종섭│편집위원 ()
  • 승인 2015.07.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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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연재로 본 한국의 ‘가벌’… 정치·언론·재벌가 얽히고설켜

그동안 시사저널에 인기리에 연재된 ‘신(新)한국의 가벌’은 이번 호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혼맥은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틀 가운데 하나다. 촘촘히 연결된 혼맥은 거대한 그물망을 형성하며 사회를 움직인다. 과거 한국의 재벌들은 권력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성장했다. 지금은 ‘끼리끼리 문화’를 통해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런 연결망을 통해 ‘땅 짚고 헤엄치기식’ 돈벌이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력, 언론사 사주를 비롯한 언론권력도 재벌가와 혼맥으로 이렇게 저렇게 얽혀 있다. ‘신한국의 가벌’이 주는 시사점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하면서 이번 연재를 마무리한다.

■ 재벌가 인맥의 허브는 LG 구인회家

재벌가 중 혼맥이 가장 화려한 곳은 LG가다. 삼성·현대·한진·대림·SK·태광·경방·두산그룹 등과 직접 또는 한 다리 건너 연결되고 정·관계, 학계로도 뻗쳐 있다. 방계인 LIG금융그룹과 LS그룹, 사돈 간인 GS그룹의 혼맥까지 더하면 더욱 화려하다. 효성·벽산·신동방 등과도 연결된다. ‘재계의 모든 혼맥은 LG가로 통한다’, 즉 ‘통혼(通婚) 경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 시사저널 포토

LG가는 우선 자녀를 많이 낳았다. 창업주인 구인회 본인이 6형제 중 맏이였다. 구인회는 6남 4녀, 구인회의 후계자인 아들 구자경도 4남 2녀를 낳았다. 자녀를 많이 두었을 뿐 아니라 재계 인사들과의 혼사에도 특별히 신경을 썼다. 구인회를 비롯한 여섯 형제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남부럽지 않은 혼맥을 구축해 오늘날 거대한 혼맥을 이뤘다.

LG는 창업 때부터 형제들이 힘을 모았다. 구인회는 1947년 1월5일 락희화학공업사를 창립한 후 1953년 서울사무소를 차릴 때 대구에서 도매상을 경영하며 경북 일원의 판매권을 장악하고 있던 첫째 동생 구철회를 서울로 불렀다. 이로써 사장 구인회, 부사장 구철회, 전무 구태회(셋째 동생), 지배인 구평회(넷째 동생) 등 구인회 형제들이 서울사무소의 주축을 이뤘다. LG가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허씨 일가다. 1947년 창업 이래 57년간 동업 관계를 유지했던 구씨가와 허씨가는 2005년 1월 사업적으로 분리했다. 허씨가는 LG그룹 산하 15개 회사를 넘겨받아 지주회사인 (주)GS홀딩스를 창업해 GS그룹(회장 허창수)으로 거듭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 조선·동아·중앙, 혼맥으로 연결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장남 방준오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이사대우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녀 허유정과 혼인했다. 허광수의 장남 허서홍은 홍석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의 장녀 홍정현과 결혼했다. 허광수의 부인은 김동조 전 외무부장관의 딸 김영자이고, 김영자는 정몽준 전 의원의 부인 김영명의 언니다. 홍정욱 헤럴드미디어 회장은 지난 1999년 손정희와 결혼했는데 손정희의 어머니가 허광수의 부인 김영자의 언니 김영숙이다. 허광수를 매개로 조선일보·중앙일보·헤럴드미디어가 혼맥으로 연결돼 있다.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의 동생 김재열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녀 이서현과 결혼했다. 이건희 회장의 부인은 홍라희로 홍석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의 누나다. 삼성을 고리로 해서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도 혼맥으로 이어진다. 따지고 보면, 3대 메이저 언론사라고 일컫는  조선·중앙·동아일보는 한두 다리를 건너면 혼맥이 닿는다. 여기에 홍정욱 전 의원이 이끄는 헤럴드미디어도 연결된다.

■ 재벌-정치권 혼맥은 줄었다

이 가운데 가장 화려한 혼맥을 가진 언론 가문은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홍석현 회장 일가다. 홍석현 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처남이고 동생인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을 통해 태광그룹 및 한일그룹과도 연결된다.

과거에는 재벌-정치인-관료가 혼맥을 맺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이후락 전 중정부장이 SK·한화그룹과 혼맥으로 연결된 것이나,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의 오빠인 김복동 전 국회의원이 두산·한일그룹 등과 혼맥으로 연결된 것 등이다. 재벌가가 직접 정치에 뛰어들거나 가까운 친인척이 정치권에 진출하는 경우도 많았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전 명예회장, 정주영의 아들로 7선 의원을 지낸 정몽준 전 의원,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의 형인 김종철 전 국민당 총재, LG 창업주 구인회의 셋째 동생으로 6선 의원을 지낸 구태회 전 국회부의장, 대림그룹 창업주인 이재준의 형 이재형 전 국회의장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정치인 가문은 재벌들로부터 점차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대신 성장 배경이나 문화적인 공감대가 큰 재벌가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결혼을 끝으로 한동안 재벌가와 정치인 가문의 결합은 보기 힘들어졌다. 2001년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이수연과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아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결혼한 것이 눈에 띈다. 조현범은 이수연의 리라초등학교 선배로 주변 친구들과 함께 오랫동안 가까이 지내온 것이 결혼으로 이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셋째 사위 조현범을 매개로 전두환 전 대통령과 연결된다. 조양래의 형 조석래 효성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의 부인은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의 셋째 딸 이미경인데, 이미경의 언니 이윤혜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막내아들인 전재만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2010년 7월,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막내 동생인 신준호 (주)푸르밀 회장의 딸 신경아와 결혼식을 올려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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