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어디 가고 건보공단 뜬 거야
  • 신중섭 인턴기자 ()
  • 승인 2015.07.2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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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직장 선호도’ 추이…급여보다 안정성 따지는 추세

사회 진출을 앞둔 대학생들은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희망 직장을 고르곤 한다. 누군가는 급여를 기준으로 삼고, 어떤 이는 안정성을 중시한다. 기업문화를 따지는 학생들도 있다. 직장을 고르는 기준은 각자의 관심과 가치관에 따라 다르지만, 당시의 사회상이나 경제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스마트폰처럼 획기적인 발명품이 해당 기업에 대한 관심도를 올려주기도 하고, ‘땅콩 회항’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기업 이미지를 떨어뜨려 취업 준비생의 외면을 받는 경우도 있다.

2004년 처음 실시된 ‘대학생 직장 선호도’ 조사가 올해까지 12년간 이어지고 있다. 매년 이맘때 발표되는 조사 결과와 그 추이는 사뭇 흥미롭다. 그 시대 대학생들의 생각과 우리 사회의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아모레·공기업 뜨고 대기업 하락

취업 포털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2004년의 대학생들은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3위로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를 꼽았다. 이들 기업은 2005년에도 상위권 ‘빅3’를 형성했다. 이들 기업은 국내를 대표하는 재벌그룹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10위권 내 나머지 기업들도 모두 각 업종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었다. 공기업으로는 한국전력이 유일했다. 당시 대학생들이 ‘만족스러운 급여’와 ‘선도 기업 이미지’를 직장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뚜렷했음을 알 수 있다.

2000년대 중·후반을 지나면서 빅3를 비롯한 전통적인 대기업 중심 구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여전히 대기업 선호 경향은 지속됐지만, LG전자가 뒤로 밀렸고 대한항공·CJ·국민은행 등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이 시기에 순위권에 진입했다. 이들은 젊은 세대에게 감성과 문화 측면에서 소구하는 대표 기업들이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대학생들에게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2010년에는 스마트폰 열풍으로 IT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갤럭시S’를 출시하며 애플과 함께 스마트폰업계의 선도 기업으로 올라섰다. 모바일 기기 대변혁은 우리 사회뿐 아니라 인류의 삶 자체를 한순간에 바꿔버렸다. 기존의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시장과 미디어 시장 구조,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이는 대학생들의 직장 선호도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삼성전자는 이전까지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2위와 큰 차이가 없었으나, 2010년 조사에서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이에 힘입어 2011년에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10위권 내에 진입하기도 했다. 모바일 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게임산업도 영향을 받았다. 한 번도 10위권 안에 진입한 적 없던 넥슨코리아는 2013년 현대자동차와 함께 나란히 7위를 차지했다. 모바일 시장 개척에 나선 NHN(현 네이버)도 이 시기부터 꾸준히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단순히 연봉 높은 ‘대기업’이라서가 아니라 대학생들이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다.

 이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문화’ ‘관심 업종’이라는 기준이 대학생들의 직장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아모레퍼시픽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고, 2014년에는 대한항공이 삼성전자를 넘어 1위로 도약했다. 하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또다시 순위가 급변했다. 네이버가 처음으로 1위에 올랐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위로 껑충 뛰어 깜짝 돌풍을 일으켰다. 아모레퍼시픽도 3위에 오르며 인기 직장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절대 강자’ 삼성전자가 6위로 내려앉았고, 지난해 1위였던 대한항공은 9위로 급락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땅콩 회항’ 사건이라는 이슈에 대학생들이 반응한 결과로 보인다. 업계 최고 점유율을 가진 네이버는 모바일 세대인 젊은 대학생들에게 쉽게 어필한다. 몇 해 전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아모레퍼시픽도 마찬가지다.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그루밍족’이 생겨났을 만큼 요즘 젊은이들에게 ‘뷰티’는 남녀 할 것 없이 관심이 많은 분야다. 대한화장품협회에 따르면 2014년 국내 화장품 생산 실적은 8조9704억원으로 계속 상승세이며, 한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세계 10위다. 젊은 대학생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분야라는 점, 현재 떠오르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네이버와 아모레퍼시픽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복리후생과 즐거운 기업문화 중시

지난 11년간 조사에서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과 국민연금공단이 10위권 안에 진입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건보공단의 경우 최근 ‘메르스’ 사태로 관심을 끌었다. 조사를 진행한 인크루트 측은 “건보공단을 선택한 이유는 직업 안정성이었다”며 “높은 공공기관 입사 선호도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조기 퇴직 위험이 도사리는 요즘의 시대상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지난 12년간의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과거에는 만족스러운 급여나 선도 기업 이미지가 직장 선택의 주요한 이유였다. 최근에는 복리후생,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 관심 업종, 안정성 등이 우선 꼽히고 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경우 큰 조직이 갖는 한계로 개인의 개성이나 창의성을 존중받을 기회가 적다”며 “네이버가 1위에 오른 것은 개성이나 창의성을 존중하는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는 학생들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공기업의 인기가 높아지는 현상에 대해선 “조기 퇴직 분위기 속에서 고용 안정이 소득보다 더 크게 평가된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을 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요즘 젊은이들은 창의성과 개성, 문화를 중시하는 세대이면서도 보수적인 특성을 가진 공공기관에 대한 열망이 커가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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