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에서 페라리 엔진소리가?”...인공 엔진음 개발 붐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biz.com)
  • 승인 2015.07.31 14: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외 자동차 업체, 엔진음 작곡가 채용
1997년 대우자동차 레간자 지면광고 / 출처: 광고정보센터

1997년 한 자동차 광고는 차가 소리 없이 질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광고가 끝나갈 때쯤 질주하는 자동차 옆에 개구리 한 마리가 나타난다. 그리고 들려오는 ‘개굴’소리. ‘소리없이 강하다’는 문구로 히트 친 대우차 레간자 광고다.

과거에는 개구리 울음소리보다 엔진소리가 작은 차가 좋은 차였다. 엔진음이 고요할수록 자동차는 대우받았다. 엔진음은 소음이었다. 하지만 최근 경향이 바뀌었다. 엔진음은 더 이상 소거 대상이 아닌 들려줘야할 상품이 됐다.

◇ 엔진음, 이제 소거 아닌 작곡 대상

지난 30일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스포츠카 엔진음이 벨소리로 공개됐다 / 마세라티 제공

이탈리안 럭셔리카 브랜드 마세라티는 ‘사운드 디자인 엔지니어’를 별도로 둔다. 이들은 피아니스트, 작곡가 등과 함께 악보를 그려가며 엔진음을 튜닝한다. 그들에게 엔진은 기계가 아닌 악기다.

그렇게 작곡된 웅장한 엔진음은 마세라티 상징이 됐다. 마세라티는 지난 30일 대관령국제음악제 후원을 기념해 시가 2억원을 호가하는 슈퍼카 그란투리스모 스포츠 엔진음을 벨소리로 제작·공개하기도 했다.

엔진 소리는 작곡을 넘어 표절되기도 한다. 얼마 전 공개된 중국 요우시아사가 만든 요우시아X는 테슬라S의 닮은꼴 전기차다. 전기차라서 주행음이 고요하다.

요우시아에게 조용한 전기차는 고루했다. 엔진에서 소리가 안 나자 게임처럼 엔진사운드를 선택하게끔 했다. 전기차에 테블릿PC를 설치해 운전자가 취향에 따라 라페라리, 페라리 488 GTB, 재규어F 타입 엔진음을 설정할 수 있게 했다.

국산차 역시 엔진음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 벨로스터가 대표적이다. 지난 1월 출시된 더 뉴 벨로스터에는 엔진사운드 이퀄라이저라는 시스템이 적용됐다. 중국 요우시아X처럼 단순 엔진음 모방을 넘어 운전자가 직접 차량의 가상 엔진 사운드를 튜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운전자는 주행 모드별(다이나믹·스포티·익스트림) 엔진 음량과 음역대별 음색, 가속페달 반응도를 세팅해 다양한 엔진음을 설정할 수 있다. 현대차는 엔진사운드 이퀄라이저 기능을 전 차종에 확대 적용할 지를 검토하고 있다. 내달 출시 예정인 신형 아반떼 스포츠, i30 터보 등에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 엔진음은 본능, 고고익선(高高翼善) 지양해야

엔진 소리를 되살리는 추세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유럽연합(EU)는 자동차 소음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독일 교통법에는 '자동차는 발전하는 기술 수준에 맞는 소음을 내어야 한다' 고 명시돼 있다.

자동차 엔진소리가 보행자에게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전자와 자동차 회사는 소음을 낮춰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엔진사운드 이퀄라이저를 잘못 설정했다가는 경찰에 연행될 수 있다.

반면 가짜 엔진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운전 재미를 살릴 수 있는데 엔진 소리가 안전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은 소음이 거의 없다. 청각에 의존하는 시각 장애인은 차의 접근을 알 수 없어 위험하다. 일반 보행자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메릴랜드주에서는 2010년부터 자동차 소음 최저레벨을 법안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배명진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 소장은 “소리 없는 자동차는 운전자에게 하나의 재미를 앗아간 것과 같다”며 “엔진음이 소음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청각에 재미를 줄 수 있다면 판매증진 효과도 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