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세계 ‘귀한 몸’들, 아이돌 부럽지 않다
  • 신중섭 인턴기자 (.)
  • 승인 2015.08.12 19:34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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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연예 스타처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사도 생겨

출퇴근 시간의 ‘지옥철’ 속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은 스마트폰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화면에는 카카오스토리·페이스북·트위터 등 다양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들이 띄워져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1년 16.8%에 불과하던 SNS 이용률이 2014년에는 39.9%에 달했다. 특히 20대는 무려 74.4%가, 30대에서는  61%가 SNS를 이용한다. 다른 연령대에서도 모두 이용률이 상승했다. 해마다 증가폭은 더 커지고 있다. 그렇다. 바야흐로 SNS의 시대다.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 그 흐름을 타고 생겨나는 스타들도 있는 법. SNS의 뉴스피드에는 짧은 시간에도 엄청난 양의 콘텐츠들이 홍수처럼 넘쳐난다. 그중 유난히 ‘좋아요’나 댓글이 많이 달린 인기 게시물도 보인다. 동영상 게시물을 보면 일반인 같은데 엄청난 인기를 한 몸에 받는 경우도 있다.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끈다는 이른바 ‘SNS 스타’들이다. 과연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세계에 살고 있을까.

ⓒ 시사저널 임준선·안재억 제공·유투브 캡처

SNS 스타로 떠서 연예계 진출하기도

현실에서 이들은 대부분 학생, 취업 준비생, 직장인 등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SNS에서만큼은 ‘스타’로 다시 태어난다. 연예인들처럼 팬들에게 선물과 편지를 받기도 하고, 걷다가 사진 촬영을 요청받기도 한다. 단지 예쁘고 멋진 외모만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재밌는 동영상으로 인기를 얻는 사람도 있다.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으로 화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영상을 올리며 의도적으로 관심을 끄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변기로 세수를 하는 등 더러운 영상 장면으로 화제가 된 사람도 있다. 내용이야 어찌 됐건 팔로워가 30만명에 달하니 연예인 못지않은 관심을 받고 있는 셈이다. 젊은 세대들은 이런 사람들을 두고 ‘관종(관심종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개인적으로 올린 동영상이나 사진이 우연히 퍼져 인기를 얻게 된다. 어느 정도 궤도에만 오르면 순식간에 공유되는 SNS의 특성 때문이다. 별다른 활동 없이 일상적인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는 데 그치는 사람도 있지만, 이를 발판으로 더 큰 무대로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라디오스타> 등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예정화도 페이스북 스타 출신이다. 일일 드라마 <딱 너 같은 딸>의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를 부른 가수 반하나도 마찬가지다. 기자가 만난 한 SNS 스타는 “실제로 SNS에서 인기를 얻으면 방송 출연 제의나 광고 제의가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방송업계에서도 SNS는 새로운 인재 발굴의 통로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발전시켜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처음엔 그저 재미로 영상을 올렸지만, 팬들이 생겨나고 그들의 응원에 힘입어 더욱 노력하는 경우다. 단순히 스마트폰 촬영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방송국 PD 못지않은 기획력과 촬영·편집 기술을 보유한 SNS 스타도 많다. 이들을 ‘1인 크리에이터(창작자)’라고 부른다. 보통 자신의 집이나 야외 등지에서 자유롭게 촬영 및 제작을 한다. 항상 머릿속엔 기획이 꿈틀거리고, 손에는 고프로(GoPro) 같은 액션 카메라가 들려 있다.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기업의 바이럴 마케팅도 해주며 쏠쏠한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마냥 쉽고 재미있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하는 소리도 있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활동 중인 1인 크리에이터 조섭씨(24)는 “혼자서 5명 역할을 다 하는 것 같다. 밤새 편집하고 아침에 잔다”며 “TV 수목드라마처럼 영상을 기다리는 팬들이 있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려면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84쪽 상자 기사 참조) 광고 또한 자신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이들의 잠재력을 알아본 것인지, 최근에는 이들을 관리하고 키워주는 기획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MCN(Multi Channel Networks·다중 채널 네트워크)이라고 불리는 이 분야에 대한 미디어업계의 관심도 대단하다. CJ E&M, 아프리카TV뿐 아니라 지상파 방송인 KBS도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밖에도 많은 스타트업회사가 생겨났는데 ‘트레져헌터’와 ‘비디오빌리지’가 대표적이다. 트레져헌터에 아프리카TV의 유명 BJ(Broadcasting Jockey·콘텐츠 제작자)가 많다면, 비디오빌리지에는 페이스북 스타가 많다. MCN 기업들은 이들에게 영상 제작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해줄 뿐 아니라 광고를 끌어다주기도 한다. SNS에서 개인 영상을 올리던 이들이 MCN에 소속되면서 ‘1인 크리에이터’라는 엄연한 직업을 갖게 된 것이다.

‘1인 크리에이터’로 진화하는 SNS 스타들

페이스북 페이지 ‘안재억의 재미있는 인생’을 운영하는 안재억씨(26)는 비디오빌리지 소속의 크리에이터다. 그는 “혼자서 영상 제작을 할 때는 의미 없거나 질적으로 부족한 영상을 찍었는데 이제는 비디오빌리지와 같은 MCN의 지원 덕분에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됐다”며 “기획과 촬영, 편집 등 모든 부분에서 교육도 받고 있어 크리에이터로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씨는 현재 60만개의 ‘좋아요’를 가진 명실상부한 SNS 스타이자 크리에이터가 됐다.

SNS 스타가 ‘1인 크리에이터’로 변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네가 뭔데 그런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냐” “그냥 이상한 영상을 통해 관심 벌어먹고 사는 사람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한국외대에서 디지털문화를 가르치고 있는 오현주 강사는 “취미라고 하기엔 전문적인 역량과 참신함을 가진 SNS 스타가 많고, 이제는 그들을 인정하는 시대가 됐다”며 “이런 시대의 흐름이 계속 유지된다면 이들에 대한 편견이 곧 깨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 강사는 이어 “처음 프로게이머가 등장했을 때도 게임하는 게 무슨 프로 선수냐는 말이 많았다. 그런데 이들도 지금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MCN의 성장과 더불어 1인 크리에이터로서 자부심을 갖고 노력한다면 자연히 사람들의 인식이 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은 8월4일 ‘비디오빌리지’의 1호 크리에이터 조섭씨를 만났다. 그는 현재 페이스북과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에서 ‘섭이는 못 말려’라는 제목으로 유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운영 중인 페이스북 페이지의 경우 ‘좋아요’ 수가 40만개에 달한다.

 

언제부터 영상을 찍기 시작했나.

2012년쯤에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원래는 미술 공부를 했다. 군 제대 후엔 패션 공부를 시작해 올해 패션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취미가 휴대전화로 일상을 찍는 것이었다. 그러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내 영상을 원해, 편집 공부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어떻게 해서 이처럼 많은 인기를 얻게 되었나.

갑자기 한 영상이 의도치 않게 ‘빵’터져버렸다. 대학 과제를 하다 미쳐버리는 콘셉트의 영상을 찍었는데 많은 사람이 공감한 것이다. 나도 신기했다. 늘어나는 시청자들의 취향도 존중하게 되면서 영상 콘셉트가 점점 잡혀갔다. 그래서 더욱 인기가 올라간 것 같다.

팬이 많아 보이는데.

‘진짜’팬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기도 하고 간혹 선물을 보내주시기도 한다. 장문의 편지도 써서 보내준다. “조섭씨 영상 보고 힘이 났다”는 메시지 덕분에 지금 이 일을 하게 된 것 같다.

수입은 어떻게 되나.

한 달에 바이럴 광고 2편 정도 일이 있다 치고, 유튜브·아프리카TV를 통한 수익까지 합하면 월 400만~500만원 정도인 것 같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나는 매일 영상을 올려 하루하루가 빡빡하다. 오후 3시쯤 촬영을 시작하고 월·수·금 밤 10~12시에는 아프리카TV 방송을 한다. 성격이 예민해 새벽에 편집 작업을 하고 아침에 잠든다.

‘1인 크리에이터’라는 용어가 생소하다.

사람들도 ‘1인 크리에이터’라고 하면 잘 모르는 게 현실이다. 그게 무슨 직업이냐고 비꼬기도 한다. 나는 ‘SNS 스타’라는 말을 싫어한다. ‘크리에이터’라는 내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관심’이 아닌 ‘영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 이런 직업도 있다는 걸 세상에 알리고 싶다.

앞으로의 목표는.

내가 유명해진다면 꿈 없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돕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나를 브랜드화해야 한다. 그게 궁극적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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