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는 적게 먹는 게 좋다고?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5.09.09 16:55
  • 호수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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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7명 육류 섭취 부족 하루 닭가슴살 한 덩어리만큼 먹어야

국민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은 고기 섭취량이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문현경 단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한국영양교육평가원장) 연구팀이 201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대상자 1만7460명(남성 7355명, 여성 1만105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72.6%(1만2682명)는 육류를 하루 섭취 권장량보다 적게 먹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 교수는 “10세 이상 한국인은 하루 평균 돼지고기 37.5g, 소고기 26.4g, 닭고기 20.5g 등 모두 84.4g을 섭취하는데 이는 하루 권장량보다 적은 수치”라고 밝혔다.

육류 100g은 닭가슴살 한 덩어리 또는 보쌈 고기 8점 또는 스테이크 6점 정도의 양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성인은 하루에 101~138g의 육류를 섭취하는 게 적당하다. 그러나 나이와 성별에 따라 고기 소비량에 큰 편차를 보인다. 예를 들어 12~18세 남학생은 고기를 가장 많이 먹는다. 청소년의 절반가량은 하루 육류 섭취량이 권장량을 웃돈다. 국내 육류 소비는 초·중·고등학생들이 주도한다고 볼 수 있다. 김정현 배재대 가정교육과 교수는 “성장기 어린이·청소년에게 육류는 필수 먹거리”라며 “요즘 아이들의 체형ㆍ체격 변화의 일등공신도 육류 섭취”라고 설명했다.

그 밖의 사람들은 대부분 육류 섭취량이 부족한 상태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19~64세 여성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은 육류 소비가 권장량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을 때보다 육류 섭취량을 늘려야 할 65세 이상 노인도 고기 섭취를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연령대의 여성은 90% 이상이 육류 섭취를 권장량(51g)보다 적게 한다. 권장량 이상의 육류를 섭취하는 비율은 8.8%에 불과하다. 같은 연령대의 남성 역시 83.9%가 하루 육류 섭취 권장량(93g)을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윤재 서울대 동물생명공학과 교수는 “국내 장년층 및 노년층의 육류 섭취량이 너무 적다는 것이 문제”라며 “노인의 육류 섭취가 권장량에 미달하면 건강 유지와 일상생활 수행에 심각한 지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가 권장하는 하루 육류 섭취량을 성별·연령별로 살펴보자. 남성의 경우 10~11세는 94g, 12~18세 216g, 19~64세 137g, 65세 이상 93g이다. 여성은 10~11세 96g, 12~18세 138g, 19~64세 101g, 65세 이상 51g이다.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을 모두 합쳐 하루에 이 정도 이상은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권고안이다. 우유·달걀 등은 제외한 수치다.

빈혈 예방에 육류 도움

다만 매일 우유를 별도로 마신다는 가정하에 나온 권장량이다. 문 교수는 “10?18세 남녀는 하루에 우유 두 컵, 19세 이상은 한 컵을 마신다는 가정하에 연령대별로 남녀의 적정 단백질 섭취량, 하루 칼로리 섭취량, 식사 형태(평소 육류 섭취량 등)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하루 육류 섭취 권장량을 산출했으므로 성(性)과 나이에 따라 최대 4배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육류를 하루 섭취 권장량만큼 먹으면 빈혈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빈혈 예방을 돕는 철분이 풍부한 육류 섭취가 적어 국내 여성의 빈혈 유병률이 10.9%(2012년)에 달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영양 부족으로 인한 빈혈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39만6000명이다. 문 교수는 “빈혈은 생리불순 등의 증상을 동반해 임신을 힘들게 할 뿐 아니라 임신 후 태아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노인에게는 기억력 감퇴 등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킨다”며 “철분이 풍부한 육류 섭취를 통한 빈혈 예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내 육류 공급이 부족해 육류 섭취량이 적은 것은 아니다. 농촌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1인당 육류 공급량은 148g으로, 섭취 권고량보다 많다. 오상우 동국대 가정의학과 교수도 “육식을 지나치게 꺼리면 영양 균형이 깨져 오히려 건강에 손해”라며 “인간의 문명이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기 섭취를 통한 풍부한 단백질 공급이 두뇌 발달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삶거나 찌면 고기 지방 41% 줄어

노릇노릇하게 구운 돼지고기 삼겹살은 한국인이 즐겨 먹는 대표적인 육류다. 문제는 지방이다. 육류에 지방이 많을수록 식감이 좋다. 그러나 비만·심장병·뇌졸중 등을 생각하면 고기에 젓가락이 가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닭가슴살과 같은 퍽퍽한 살코기만 찾아 먹는 사람도 많다. 지방이 붙은 고기로 식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실제 섭취하는 지방량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한국식품연구원이 조리 방법에서 그 해법을 찾았다.

한국식품연구원 전기홍 박사 연구팀은 육류의 지방과 수분 함량을 다양한 조리법으로 측정했다. 일반 할인점에서 구매한 돼지고기 삼겹살과 목살(모두 국내산)을 여러 가지 방법(팬 구이·삶기, 전기그릴 구이·찌기, 오븐 구이, 숯불 구이, 이중 팬 구이)으로 조리했다. 또 그렇게 익힌 삼겹살과 목살을 성인 15명에게 먹어보게 한 후 외관, 육색, 다즙성, 풍미, 조직감, 전반적인 기호도를 평가했다.

삼겹살은 쪄서 먹을 때 숯불 구이보다 지방 함량이 41%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겹살을 숯불에 구우면 100g당 지방 함량이 33.2g이고 찌면 23.6g으로 측정됐다. 또 삶은 삼겹살의 지방 함량(100g당)은 24.8g으로 낮았으나, 이중 팬 구이(32.4g), 오븐 구이(30.9g), 전기그릴 구이(30.2g)의 지방 함량은 높았다.

목살은 전기그릴 구이의 지방 함량(100g당)이 16g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삶은 목살과 찐 것의 지방 함량은 각각 10.4g과 11.7g이었다. 같은 양의 목살을 먹을 경우 전기그릴로 구우면 삶거나 쪘을 때보다 지방을 각각 54%와 37% 더 섭취하는 셈이다. 전 박사팀은 연구 논문에서 “삼겹살과 목살 모두 삶을 때와 찔 때의 지방 함량이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삼겹살·목살의 수분 함량은 지방 함량과는 정반대로 모두 쪄서 먹을 때 각각 60.2%와 67.2%로 가장 높았다. 삶은 삼겹살과 목살의 수분 함량도 각각 58.9%와 65.2%로 높게 나타났다. 삼겹살을 숯불에서 구울 때의 수분 함량은 50%에 불과했다. 전 박사는 “육류에서 수분은 저장성·맛·육색 등 육질에 영향을 미친다”며 “일반적으로 조리 온도가 높을수록 돼지고기의 수분 손실이 크고, 육즙이 적다”고 설명했다.

고기의 지방 함량과 수분은 다즙성과 관련이 있다. 다즙성(多汁性)은 고기를 씹을 때 육즙이 배어 나오는 정도를 말한다. 연구팀은 “삼겹살과 목살 모두 팬에 구웠을 때 다즙성이 가장 뛰어났다”고 발표했다. 전 박사는 “조리법에 따라 돼지고기의 질이 차이 나는 것은 에너지 전달과 관계가 있다”며 “돼지고기가 열원(열을 공급하거나 흡수하는 물체)과 직간접적인 접촉을 할 때 열 전달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수분·단백질·지방 함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돼지고기의 전반적인 기호도 평가에선 삼겹살의 경우 전기그릴 구이, 목살은 팬 구이가 최고 점수를 받았다. 최저 점수는 삶거나 찐 돼지고기가 차지했다. 건강에 좋은 음식이 식감은 떨어진다는 통설이 확인된 셈이다.

찌기는 스테인리스 찜통에 고기 무게의 10배에 달하는 물을 넣고 열을 가한 후 수증기가 나오면 스테인리스 재질의 망 위에 고기를 올리고 그 증기로 가열하는 방식을 택했다. 삶기는 알루미늄 냄비에 고기 무게의 10배에 달하는 물을 넣고 가열한 후 물이 끓어 100도 가까이 되면 고기를 넣는 방식이다. 오븐 구이에선 200도로 예열된 오븐에 고기를 넣었다. 숯불 구이에선 석쇠에 숯을 넣고 그릴 판에 고기를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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