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정명훈, 2년 연속 정상에 서다
  •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5.09.22 09:49
  • 호수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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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사태’에도 영향력은 굳건…조수미·조정래, 2·3위

세계적 지휘자인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여전히 문화예술인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지난 1년간 서울시향 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지만 ‘이상 무’였다. 정 감독은 시사저널이 해마다 선정하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문화예술인 분야에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1위를 지키다 2012년과 2013년 각각 소설가 이외수와 영화감독 봉준호에게 자리를 내준 바 있다. 정 감독은 지난해 다시 1위 자리에 복귀하더니 올해도 13.5%의 지지를 받아 순위를 유지했다. 이는 지난해 얻은 지목률(12.5%)보다 1%포인트 높은 것으로, 여러 잡음에도 그가 문화예술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 굳건함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것이다. 정 감독에 이어 2위는 성악가 조수미(10.6%)가 차지했고, 그 뒤를 소설가 조정래(7.7%), 소설가 이외수(5.6%), 지휘자 금난새(4.6%)가 이었다.

정 감독은 현재 서울시향 감독 재임 중 지급된 항공료를 횡령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만히 있었더니 일이 엉뚱하게 돌아갔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올 연말 계약 기간이 끝나는 예술감독직에 대해서는 “재계약 서류에 사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현재 서울시와 서울시향 측이 발칵 뒤집어진 것뿐만 아니라 경찰 측도 수사 자체를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정명훈 지휘자 ⓒ 연합뉴스

정 감독과 서울시향의 계약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최근 서울시향 단원들은 정 감독 재계약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정 감독은 올해 초 재계약과 관련해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건립과 지원이 확인되지 않으면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재원 마련을 위해 콘서트홀 전체나 내부 시설별로 후원 기업 명칭·브랜드를 써주는 ‘네이밍 스폰서(Naming Sponsor)’를 유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후원 의사를 구체화한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감독은 서울시향과는 별개로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와 함께 평양 공연을 추진하고 있다.

2위에 오른 성악가 조수미는 내년이면 데뷔 30주년을 맞는다. 그는 1983년 3월 서울대 음대 2학년 때 이탈리아로 떠나 1986년 10월 이탈리아 트리스테의 베르디 극장에서 리골레토 질다 역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지난 8월 데뷔 후 처음으로 가요 앨범을 내면서 활발하게 대중 앞에 서고 있다. 이 앨범은 <꽃밭에서>와 <바람이 분다> 등 인기 대중가요 7곡으로만 채워졌다. 앨범을 내기 위해 아이돌 스타와 듀엣곡도 부르고 재즈와 국악 연주자들의 도움도 받았다.

소설가 조정래는 지난해에 이어 한 계단 오른 3위를 차지했다. 특히 2013년 출간한 소설 <정글만리>(전 3권)는 지난 8월 출간한 후 25개월 만에 각 권 100쇄를 돌파했다. 해냄출판사 측은 “2013년 7월 출간된 <정글만리>가 지난해 3월에 1권 100쇄에 이어 최근 2권과 3권 모두 100쇄를 넘어서면서 3권을 합쳐 모두 320쇄를 기록했다”며 “책의 총 판매부수는 170만부를 넘었다”고 밝혔다. 그의 작품 가운데 여러 권으로 구성된 <태백산맥> 이후 두 번째로 모든 권이 100쇄를 돌파한 것이다.

(시계방향) 조수미 성악가 ⓒ 시사저널 포토, 조정래 소설가 ⓒ 시사저널 임준선. 금난새 지휘자 ⓒ 시사저널 포토, 이외수 소설가 ⓒ 시사저널 임준선

10위권에 영화감독 4명이나 포진

‘SNS 대통령’으로 통하는 소설가 이외수는 순위가 2위에서 4위로 두 계단 하락했다. 소설 출간이 뜸해진 데다, SNS상에서의 영향력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지휘자 금난새는 지난해 10위권에 턱걸이했으나 올해는 순위가 5위까지 뛰었다. 그는 9월 한 달간 ‘비세그라드 음악축제’를 우리나라와 슬로바키아 등에서 진행했다. 비세그라드는 헝가리·체코·폴란드·슬로바키아 4개국의 연합체다. 구소련이 붕괴한 1991년 결성됐다. 금난새는 이 지역과 한국의 문화 교류가 확대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축제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각 나라의 연주자들을 섭외해 초청하고 프로그램을 짰다. 금난새는 이에 대해 “아시아와 유럽 전체를 아우르는 음악축제로, 매년 개최할 것”이라며 “꼭 한국인이 유럽의 유명 축제에 참가해 연주하는 것만 영광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 좋은 축제를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영화감독의 약진이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5위)만 10위 안에 들었던 데 비해, 올해는 영화감독이 4명이나 포함돼 있다. 최동훈 감독(4.5%)이 6위를 차지하며 새롭게 10위 안에 진입했다. <타짜>와 <전우치>, <도둑들>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은 현재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암살>을 내놓아 다시 한번 스타 감독으로서의 명성을 확인했다. 박찬욱(3.7%)과 봉준호(3.6%) 감독이 각각 7, 8위를 차지했다. 올해 102번째 작품 <화장>을 찍은 임권택 감독(3.1%)은 10위에 올랐다.

그 밖에 지난해 6위에 올랐던 소설가 이문열은 10위권 밖인 12위로 밀려났고, 시인 고은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9위(3.5%)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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