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 솎아내기’ 위한 친노의 대반격
  • 김현│뉴스1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5.09.22 09:57
  • 호수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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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향한 차별 대응 움직임 안철수·박영선 등엔 ‘손짓’, 김한길·박지원 등엔 ‘냉랭’

새정치민주연합이 9월16일 중앙위원회에서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공천 혁신안을 참석자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당내 친노·주류와 비노·비주류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혁신안 및 자신의 거취를 두고 당내 비주류로부터 거센 공세를 받아오다 ‘재신임’ 카드로 정면 돌파를 시도했던 문재인 대표로선 1차 관문이었던 중앙위에서 혁신안 의결을 무난하게 이끌어내면서 일단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중앙위 승리의 여세를 몰아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 측은 비주류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석 전까지 재신임 투표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 대표는 9월16일 중앙위에서 혁신안이 통과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말씀드린 재신임은 아직 남아 있다. 이번 추석 이전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고, 17일에도 “제 생각에 달라진 게 별로 없다. (당 중진들에게) 재신임을 묻는 방안들을 제시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는데, 재신임을 아예 하지 않고 거둬들이는 것은 지금 저로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재신임 투표 강행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9월16일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에 대한 가부 의결을 위해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중앙위원회에서 혁신안이 통과되자 문재인 대표가 기자들 앞에 서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친노, 비주류 진영 내 균열을 노리고 있어”

문재인 대표의 이 같은 재신임 투표 강행에는 이미 정면 돌파를 선언한 만큼 재신임 투표까지 신속하게 마무리해 흔들렸던 리더십을 확고히 하는 한편, 내년 총선을 앞두고 향후 예상되는 비주류 측 공세를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차단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의 한 측근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문 대표가 재신임 투표를 하겠다고 밝힌 데다 재신임 투표를 통해 국민과 당원으로부터 확고한 지지를 받는다면, 당내 분란을 확실하게 잠재우고 향후 대통합 등을 위한 행보에서 강한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도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계속 발목을 잡는 분란을 해소하지 못하면 우리가 힘을 쓸 수 없다”고 밝혔다.

문 대표를 비롯한 주류 측의 비주류를 향한 ‘강공’은 그 대상에 따라 다소 강도 차이가 느껴진다. 잠재적 대선 경쟁자인 안철수 전 대표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끌어안기 위한 ‘러브콜 행보’를 보이는 반면, 전대 경쟁자였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나 비주류의 핵심 인사인 김한길 전 대표 등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구애의 정도가 떨어져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 대표는 그동안 비주류 측의 그 누구보다 안 전 대표를 자주 만나 공감대를 넓히는 데 주력해왔다. 비록 만남 이후 서로 다른 말을 하며 불협화음을 내긴 했지만 꾸준히 접촉을 가져왔다. 안 전 대표가 “당 혁신은 실패”라고 규정하며 ‘혁신 반란’을 주도했던 ‘재신임 정국’ 속에서도 문 대표는 9월15일 안 전 대표와 단독 회동을 갖고 합의 도출을 시도했다.

문 대표와 가까운 한 측근 인사는 “안 전 대표는 새 정치의 아이콘으로, 여전히 안 전 대표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있다고 본다. 문 대표가 안 전 대표를 만나는 것은 같이 새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겠느냐”며 “안 전 대표가 제시한 세 가지 혁신 방향(낡은 진보 청산, 당 부패 척결, 새로운 인재 영입)이나 공정성장론은 문 대표가 그동안 얘기해왔던 혁신 방향이나 소득주도성장론과 다르지 않다. 어찌 보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이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문 대표가 안 전 대표를 향해 구애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주류 인사 가운데선 박원순 서울시장과 박영선 전 원내대표도 문 대표의 ‘포용 대상’에 들어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표는 대표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희망 스크럼’ 구상을 밝히고 있다. 또한 문 대표는 지난 9월16일 중앙위에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톱투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하고 있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도 접점 찾기를 시도했다.

9월16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중앙위원회. 친노·주류와 비노·비주류 간 대결 양상은 더욱 첨예화됐다. ⓒ 시사저널 이종현

호남과 수도권 비주류 의원이 ‘물갈이’ 대상

반면 상대적으로 김한길 전 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는 다소 냉랭한 기류가 강한 분위기다. 주류 측으로 분류되는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안 전 대표가 혁신안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을 때 “안 전 대표의 발언은 (김 전 대표나 박 전 원내대표와) 구분돼야 한다. 결이 다르다”며 “김 전 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는 어떻게 해야 된다는 뉘앙스도 안 줬다. 그냥 못마땅하다는 것이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양측 간 불편한 기류가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주류에 속하는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문 대표와 주류가 철저하게 ‘분리 대응’을 하면서 비주류 진영 내에 균열을 내려고 하고 있다”며 “문·안·박 희망 스크럼도 사실상 비주류 분열을 노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 안팎에선 호남과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비주류 진영 의원들이 주류 측 ‘물갈이’의 주된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표에게 강하게 반기를 들고 있는 비주류 의원들 대다수가 호남과 수도권 비주류 의원들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9월16일 중앙위에서 혁신안에 대한 공개 투표가 시작되자 집단으로 퇴장한 의원들(김영환, 김동철, 문병호, 유성엽, 최원식)만 보더라도 호남과 수도권 비주류 의원들이다. 현재 비주류 진영에서 새 구심점이 되고 있는 이종걸 원내대표도 그 대상에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비주류 측의 한 핵심 인사는 “그나마 호남 의원들은 호남에서 문 대표의 지지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공천에서 탈락하면 탈당해서 나가도 된다는 분위기지만, 수도권 비주류 의원들은 더욱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문 대표는 모든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비주류를 분열시키거나 편을 가르려는 생각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그는 “수도권 비주류 의원 중에는 대부분 개인 역량으로 당선된 분이 많다. 오히려 그분들이 반발하는 것은 자신의 공천 때문이라기보다는 당을 좀 더 혁신해 자신의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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