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버페스트를 사수하라”
  • 강성운│독일 통신원 (.)
  • 승인 2015.09.22 10:14
  • 호수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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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른 지역 정당, 축제와 난민 연계해 ‘눈살’

한 해의 수확에 감사를 표하고 풍요를 축하하는 전통은 독일 문화권에도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햇과일과 곡식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왕관 모형을 만들어 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독일의 큰 명절은 부활절과 성탄절이며 추수감사절은 도시화가 진행된 요즘에는 잊힌 전통이 됐다. 그러나 독일에도 매년 9월 중순이면 추석 못지않은 잔치가 벌어지는 곳이 있다. 바로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바이에른 주 뮌헨이다.

215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방문객들이 옥토버페스트를 찾는 이유는 바로 맥주 때문이다. 축제 방문객들은 평일 아침 10시부터 총 95개 업체가 34헥타르의 대지에 지은 천막에서 1만2000여 명의 종업원이 날라주는 맥주를 마시며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춘다. 지난해에는 2주간의 축제 기간에 630만명의 방문객이 총 650만 리터의 맥주를 마셨다. 해외에서 옥토버페스트는 독일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각인됐지만, 정작 독일인들은 바이에른 주의 전통색이 강하다는 이유로 이 축제를 낯설어 한다. 방언으로 건배를 외치거나 구전 가요를 부르는 등 지역 정체성이 전면에 부각되기 때문이다.

2014년 열린 ‘옥토버페스트’에서는 630만명의 사람이 650만 리터의 맥주를 마셨다. ⓒ EPA 연합

독일은 1871년 통일되기 전까지 수백 개의 국가로 나뉘어 있었다. 이 때문에 여전히 전국 각지의 마을마다 방언과 맥주 맛이 다를 정도로 지역색이 강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바이에른은 그중에서도 ‘별종’ 취급을 받는다. 특정 정당이 지역색을 전면에 내세우며 전국구 정치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독민주연합(CDU)의 자매 정당인 기독사회연합(CSU)은 바이에른 주의 지방 정당이다. 두 당은 별개의 정당이지만 연방의회에서는 연맹을 결성한다. 즉 총선에서 CSU가 얻는 표는 CDU 표와 합산된다. 바이에른 주는 독일 내 경제 규모 1위, 인구 규모 2위를 자랑하는 데다 CSU 지지층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연방의회에서도 CDU에 큰소리를 친다. 연맹을 파기하면 CDU가 잃을 것이 더 많으니 알아서 하라며 배짱을 부린다.

CSU는 지역 정체성을 강조하고 지역 이익을 철저히 관철시키면서 성장해왔다. 이는 곧 정책적으로 끊임없이 타자(他者)에 대한 선 긋기를 해왔다는 말이다. 올해는 가을을 기념하는 옥토버페스트가 CSU의 전략 대상이 됐다. 개막을 앞둔 지난 9월14일 호어스트 제호퍼 CSU 당수는 “2주간의 축제 기간에 뮌헨이 지금 같은 (난민)집합소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연방에) 요청했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같은 당의 요아힘 헤르만 바이에른 주 내무장관은 “이슬람교를 믿는 난민들은 음주문화에 익숙지 않다”며 “옥토버페스트 기간 동안 뮌헨 역의 경찰 병력을 강화해 축제 방문객과 난민을 분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호퍼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독일어권의 트위터 사용자들은 ‘옥토버페스퉁’이라는 태그를 붙여 CSU를 비판하고 있다. 옥토버페스트를 모두 함께 즐기는 축제(페스트) 대신 배제와 차별의 요새(페스퉁)로 만들지 말라는 뜻이다. 하지만 축제를 즐기는 ‘우리’와 불청객 난민 사이에는 이미 골이 파이기 시작했다. ‘난민’이라는 키워드가 자리한 올해의 옥토버페스트는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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