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이제는 쇼핑감사절”
  • 김원식│국제문제 칼럼니스트 (.)
  • 승인 2015.09.22 10:16
  • 호수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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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 부흥의 원동력 추수감사절의 비밀

미국판 추석이라고 할 수 있는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은 매년 11월 넷째 목요일이다. 이 기간 사람들은 고향으로 향하며 오랜만에 함께 모인 가족들은 칠면조 고기 등 음식을 장만해 파티를 연다. 삭막한 도시에서도 주변 이웃을 초대해 음식을 함께 나누는 거의 유일한 날이다.

원래는 미국 각 주에서 개별적으로 열리던 추수감사절이었다. 그런데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을 명절로 선포하면서 전국적으로 자리 잡게 된다. 마지막 목요일이었던 추수감사절이 네 번째 목요일로 바뀐 것은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이었다. 경제 대공황을 겪던 당시,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에 이르는 기간을 한 주 더 늘려 사람들이 더 많이 소비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루스벨트의 시도에 많은 사람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매장 앞에 장사진을 친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해야 했다. 추수감사절은 경기 회복의 신호탄이 됐고, ‘쇼핑감사절’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추수감사절 바로 다음 날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대규모 쇼핑을 즐기며 카트에 가득 물건을 담는 미국인들. ⓒ AP 연합

오늘날 추수감사절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화는 ‘소비’다. 추수감사절 바로 다음 날은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다. 기업들이 물건을 파격적으로 낮춘 세일가로 판매하는 날이다. 전날 파티를 즐긴 사람들도 다음 날 새벽부터 매장으로 달려가고,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날 정도로 소비가 대폭발한다. 빨간색 숫자(적자)인 기업도 이날이 지나면 검은색 숫자(흑자)로 바뀐다는 데서 나온 명칭으로, 미국 경기 부흥에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한다.

하지만 쇼핑감사절의 끝은 추수감사절이 아니다. 추수감사절 연휴에 물건을 사지 못한 소비자들은 연휴가 끝난 월요일에 일상으로 돌아와 온라인 쇼핑을 점점 많이 했다. 그러자 2005년부터 이날이 ‘사이버 먼데이(Cyber Monday)’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쇼핑감사절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지금은 사이버 먼데이가 오히려 블랙 프라이데이의 성장세를 능가하고 있을 정도다. 아메리카온라인(AOL)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 블랙 프라이데이의 1인당 평균 소비액은 310달러였지만 사이버 먼데이 참가자들은 평균 470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블랙 프라이데이에 참가한 고객 수는 9200만명이었지만, 사이버 먼데이 때는 1억3000만명이 소비에 나섰다. 한 해의 수확이나 매출에 대해 감사하는 추수감사절이 오히려 수확과 매출이 시작되는 ‘쇼핑감사절’이 되고 있는 셈이다.

추수감사절에 등장하는 칠면조는 한 해 동안 미국 전역에서 3억 마리 정도가 소비되고 있다. 이 중 추수감사절 하루에만 소비되는 게 5000만 마리에 달한다. 이렇게 희생되는 칠면조를 위로(?)하기 위해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칠면조 한 마리를 방면하는 ‘칠면조 사면(turkey pardoning)’ 행사를 치른다. 어찌 보면 칠면조에 대한 위로나 감사가 아니라 미국 경제를 부흥하게 만드는 추수감사절의 시작에 대한 감사의 표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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