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노칼과 소송전 꼭 이겨야
  • 유재철 기자 (yjc@sisabiz.com)
  • 승인 2015.10.01 16:47
  • 호수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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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르 회사로 알려진 하노칼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하노칼은 보유하고 있던 현대오일뱅크 주식을 2006년과 2010년 처분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부과한 양도소득세를 문제 삼았다.

하노칼은 한국-네덜란드 조세조약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네덜란드와의 조세조약에 따르면 재산 양도로 발생하는 이득은 양도인의 거주지국에서만 과세할 수 있는데, 하노칼이 네덜란드 법인이기 때문에 한국 국세청은 과세권이 없다는 것이다.

조세조약은 국내세법보다 우선 적용된다. 따라서 조약만 놓고 봤을 땐 하노칼 측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세법에는 과세의 대원칙인 ‘실질과세원칙’이라는게 존재한다. 국세청도 이 원칙을 하노칼에 들이댔다.

실질과세원칙은 ‘바지사장’을 내세워 명의를 위장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유흥업주, 차명으로 대량의 주식을 보유해 자식에게 편법증여를 한 대주주 등에게 세금을 매길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자 공평과세의 첨병 역할을 한다.

대법원도 하노칼이 주식을 취득·처분하는 과정에서 형식상의 거래당사자일 뿐, 실질주체는 아부바디 정부가 100% 출자한 IPIC라고 봤다. IPIC가 우리나라와 네덜란드의 조세조약 혜택을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하노칼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OECD는 ‘OECD 모델조세협약’ 주석서 등에서 실질과세원칙을 오래전부터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실질과세원칙이 통용된다. 하노칼과의 ISD 소송전에서 우리 정부의  승소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하노칼과의 ISD 소송에 대처하기 위해 국세청을 중심으로 분쟁 대응단을 꾸렸다. ISD 소송 경험이 많은 외국 유명 로펌과 우리나라의 유명 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자세는 평가 받을만 하다.

만약 패소 한다면 우리나라 세법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로 심각해진다.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외국 기업들이 파리떼처럼 달려들 게 뻔하다.  국부 유출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의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이번엔 반드시 승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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