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과 김부겸의 행보 ‘태풍의 눈’
  • 김현│뉴스1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5.10.07 17:45
  • 호수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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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도 성향 전·현직 의원 6명과 ‘통합행동’ 모임 친노와 비노 강경파 사이 역할 주목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의 공천 및 인적 혁신안을 둘러싸고 당내 친노·주류와 비노·비주류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비주류 내 ‘통합파’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류와 비주류 간 갈등이 격화할수록 이들의 독자적인 움직임도 수면 위로 드러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향후 당내 갈등 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들 ‘통합파’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상황 인식은 다른 비주류들과 동일하지만, 야권의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선 야권 분열보단 당 밖의 신당 세력까지 모두 끌어안는 통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대안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경론을 주장하고 있는 비주류 내 ‘신당파’들과 차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통합파’가 주류와 비주류 강경파 가운데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느냐가 향후 당내 갈등의 중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주류 강경파 “지금은 전투 중인데…” 불만도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전 원내대표(오른쪽)와 김부겸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정치리더십센터 주최 ‘정치 혁신, 누가 주도할 것인가’ 토크콘서트에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 ‘통합파’에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김부겸 전 의원 등이 대표적인 인사로 꼽히고 있다. 당내 비주류의 핵심 인사로 평가받고 있는 두 사람은 4·29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드러난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보이면서도, 이른바 ‘반문(반문재인) 전선’엔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는 등 다소 중립적인 스탠스를 취해왔다.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 조경태 전 최고위원 등이 문 대표 체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과는 결이 다른 행보를 한 셈이다. ‘평형수(平衡水)’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김 전 의원은 문 대표가 촉발한 재신임 정국이 한창이던 지난 9월11일 개인 성명을 내고, 문 대표를 향해 “재신임 카드를 내리고 폭넓게 당의 화합을 요청해야 한다”면서도 “우리는 문재인만으로도 총선 승리가 불가능하지만 문재인을 배제한 총선 승리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지금의 주류 측과 정면으로 충돌했던 구원(舊怨)을 갖고 있는 박 전 원내대표는 최근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문 대표와 혁신위에 대해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문 대표 체제에 대한 공세의 전면엔 나서지 않았다. 지난 8월엔 당 재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문 대표 체제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비주류 내 강경 그룹에선 이들을 향해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특히 야권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김 전 의원보다는 박 전 원내대표를 향한 푸념이 컸다. 비주류의 한 핵심 인사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전투가 벌어진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대구에 있는 김 전 의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박 전 원내대표는 지켜만 보고 있을 위치는 아니지 않으냐”며 “승패와 관계없이 정치판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 때 몸을 내던져 한 세력을 이끌지 않는 사람에게 어떤 기회가 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류에 속하는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최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김부겸 전 의원에 대해 “그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조금 더 적극적인 액션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양측도 이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김 전 의원 측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 쪽도, 그렇다고 다른 쪽도 아니고 입장이 애매하니 ‘이래서야 되겠느냐’라는 얘기가 우리 내부에서도 많다”며 “(입장이 애매하다 보니) 이쪽저쪽에서 다 오퍼를 넣고 있는 상황이다. 김성식 전 의원은 ‘무소속 영남연대’를 하자는 제안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면서 지역에 충실하자고 내부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박 전 원내대표가 해야 할 말은 다 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그가 전면에 나서는 상황이 오면 비대위원장 시절 있었던 일에 대한 양측 간 진실게임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거기까지 가면 결국 당이 깨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박 전 원내대표로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통합파와 신당파가 힘을 합치게 될 것”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두 사람 간 접촉이 잦아지고 있는 것은 물론, 비주류 내 ‘통합파’의 세력화를 꾀하는 모습도 확인돼 당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11월4일 대구에서 열리는 자신의 저서 <누가 지도자인가> 북콘서트에 김부겸 전 의원을 초청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전 의원에게 전대 출마를 강력하게 권유한 바 있다. 여기에 두 사람을 비롯해 송영길 전 인천시장과 민병두·조정식·정성호 의원, 김영춘·정장선 전 의원 등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8인이 최근 몇 차례 모임을 갖고 당내 계파 갈등을 포함해 야권 통합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8인 모임은 가칭 ‘통합행동’으로 불리고 있는데, “내년 총선에서 야당 의원들이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민심을 통합의 힘으로 실현시켜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정 전 의원은 “지나친 극단적 투쟁을 (지양하고), 야권 내부의 분열을 종료시켜 야권의 대통합을 이뤄낼 길이 무엇인지 들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결국 두 사람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지금의 새정치연합을 리모델링해 야권 통합에 나서는 쪽으로 일단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당이 파국적 상황을 맞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원내대표는 ‘만약 국민이 원한다면 신당의 주체가 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당 안에서 혁신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연말까진 할 수 있는 만큼 해봐야지 않겠느냐. 끝까지 해보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모르겠지만…”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전 의원 측의 한 관계자도 “김 전 의원이 먼저 깃발을 들고 나갈 수 있는 상황은 절대 아니다”면서도 “당을 정비하는 데 최선을 다하다가 차라리 당이 무너지면 무소속으로 총선을 치르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비주류의 한 핵심 인사는 “겉보기엔 다소 다른 행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문재인 체제로는 안 된다’는 공통의 인식이 있기 때문에 주류가 현 체제를 고수하는 한 비주류 내 신당파나 통합파가 힘을 합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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