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방지 샴푸 효과 없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5.10.07 18:12
  • 호수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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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외품’ 샴푸 효능이 의약품 수준으로 나와? 식약처, 업체가 제출한 자료로 허가해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예방한다는 이른바 탈모 방지 샴푸는 효과가 있을까? 의대 교수들에게 물어보니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특정 물질이 탈모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한 건도 없다”는 공통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샴푸에 탈모 방지 효과가 있으면 약품으로 허가가 났을 것”이라며 “외국에서 10만원짜리 탈모 방지 샴푸를 사오는 사람도 있는데, 병원에서 진료받고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는 비용이 탈모 방지 샴푸를 구매하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고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탈모 방지 샴푸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모발 이식이나 의약품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부작용 걱정도 적기 때문이다. 의약외품이라고 적혀 있어 의약품과 같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몫했다. 일반 샴푸는 화장품류에 속하지만 탈모 방지 샴푸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된다. 의약외품은 인체에 대한 작용이 가벼운 제품으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의약품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의약외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한다.

ⓒ 시사저널 이종현

식약처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 허가를 받은 탈모 방지 샴푸 821개 중 실제 임상시험 기준을 통과한 제품은 4개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려 자양윤모 샴푸액, 알에이치 샴푸액, 꽃을든남자 헤어로스 크리닉 샴푸액, 다모애 테라피 골드샴푸다. 나머지 817개 제품은 실제 탈모방지에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이들 제품이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고 시중에서 판매되는 배경은 무엇일까. 과거에 이미 허가를 받은 성분을 사용한 제품은 굳이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 때문이다. 식약처 바이오생약국 의약외품정책과 관계자는 “기존에 품목 허가를 받은 제품은 반드시 임상시험을 거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물에 불린 모발 측정해” 효과 과장

임상시험(양모제 효력 평가 시험법 가이드라인)은 2009년 11월에 마련됐다. 그 이전에는 식약처가 업체로부터 받은 동물실험 결과나 외국의 연구 논문을 검토한 후 허가를 내줬다. 문 의원은 “탈모 방지 샴푸는 탈모 방지 또는 모발의 굵기 증가라는 분명한 기능이 있어야 하지만, 식약처가 기존 동물실험 결과나 외국 연구 자료만 검토해 무분별하게 허가해줘서 이를 사용하는 국민은 불분명한 효과에도 비싼 값을 지불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며 “식약처는 임상시험 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채 허가를 받은 탈모 방지 샴푸에 대해 반드시 재평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이후에는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허가 여부를 가린다. 그렇다면 임상시험을 거쳤다는 4개 제품은 효과가 있을까. 시사저널은 임상시험 결과표를 입수해 살펴봤다. 4개 샴푸 모두 16주 동안 사용한 후 ㎠당 모발 수가 크게 늘어났다. 려 자양윤모 샴푸액의 경우 10.6가닥(100.6→111.2) 증가했다. 알에치 샴푸액은 8.1가닥(111.6→119.7), 꽃을든남자 헤어로스 크리닉 샴푸액은 4.5가닥(124→128.5), 다모애 테라피 골드샴푸는 11.4가닥(111.6→123) 각각 늘어나는 결과를 보였다. 모든 제품에서 모발 직경도 굵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라면 의약품 효과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허 교수는 “모발 수는 ㎠당 20가닥이 증가하고 굵기는 10마이크로미터 증가하면 의약품 효과인데, 샴푸가 여기에 육박하거나 더 좋은 효과가 난 결과”라며 “모발 측정은 동일한 장소와 조건에서 해야 함에도 그런 데이터가 없다. 또 머리카락은 물에 적시면 직경이 불어나는데 이때 굵기를 측정해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탈모 방지 샴푸가 진열되어 있다. 사진은 특정 내용과 무관함. ⓒ 시사저널 박은숙

과장 광고한 업체 샴푸가 임상시험 통과

샴푸에서 의약품 수준의 결과가 나온 데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 공인 시험기관의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고 업체가 자체적으로 시행한 검사 결과이기 때문이다. 식약처도 이 점을 인정했다. 식약처 화장품심사과 관계자는 “그 시험 결과는 업체가 제출한 것이다. 어떻게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발 수가 늘어났으니 ‘탈모 방지 효과’라고 봐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식약처가 탈모 방지 샴푸의 한계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 동안 샴푸 제조업체들은 효능을 과장하느라 바빴다. 식약처는 올해 8월 탈모 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거짓 광고한 업체 5곳을 적발했다. 탈모 방지로 허가받은 샴푸를 마치 머리카락이 새로 나는 것처럼 홍보한 것이다. 한 업체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머리카락이 나는 것처럼 광고해 2억여 원어치의 제품을 팔았고, 죽은 모근이 되살아난다는 허위 광고로 1억여 원을 벌어들인 업체도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의약외품 샴푸는 머리카락이 새로 나는 등의 ‘탈모 치료 효과’로 허가받지 않았으므로 탈모 관련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 거짓·과장 광고나 표시 등에 주의해 구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올해 8월 식약처 임상시험을 거쳐 허가를 받은 샴푸를 만드는 업체는 몇 해 전 허위·과대 광고로 적발된 경력이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다모애는 2011년 ‘탈모 치료 샴푸 다모애’라는 광고 표현을 사용해 의약품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적발당했다. 탈모에도 종류와 원인이 여러 가지인데 일부 탈모 방지 샴푸는 모든 탈모에 특효약인 것처럼 광고하기도 했다.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탈모 치료제(의약품)를 6개월 이상 사용해도 머리카락 수 증가 효과는 10~15%에 불과하다”며 “탈모 방지 샴푸는 의약품이 아니므로 탈모 예방 목적으로 특정 샴푸에 의존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당부했다.

탈모 환자는 1000만명을 헤아린다. 국민 5명 가운데 1명꼴이다. 탈모는 거의 100% 유전이며 빠르면 20대부터 진행된다. 유전형 탈모는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과 관련이 있어 일반적으로 남성형 탈모 또는 대머리 탈모로 불린다. 여성의 남성호르몬 분비량은 남성의 10~20% 수준이어서 여성 탈모는 대머리로 진행되지 않는다.

머리 감을 때 비누와 드라이어 멀리해야

탈모 치료법은 약물 요법과 모발 이식 두 가지다. 치료제에는 먹는 것과 바르는 것이 있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선택하고 경우에 따라 병행해야 효과를 본다. 아예 모낭이 없는 경우라면 모발 이식이 대안이다. 탈모가 덜 일어나는 옆머리나 뒷머리에서 모낭을 떼어내 앞머리에 심는 것이다. 권 교수는 “탈모는 가족력이 있는 사람 가운데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탈모가 진행된다. 여기에 흡연·식습관 등 환경적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병원에서 원인을 진단받아 자신에게 맞는 치료제를 찾는 것이 현명한 탈모 방지법”이라고 조언했다.

가족력이 없는데도 머리카락이 빠지는 경우는 원형 탈모 또는 휴지기 탈모다. 과거에는 탈모의 원인을 스트레스에서 찾았지만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원인인 비율은 10% 내외다. 오히려 생활습관이 원형 탈모나 휴지기 탈모의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잦은 염색과 파마는 모발을 약하게 만들어 일시적인 탈모를 일으킨다. 심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불균형이 원인이 되기도 하다. 이런 경우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만으로도 탈모 증세가 사라진다. 허 교수는 “남성형 탈모는 바르는 약이나 먹는 약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고, 휴지기 탈모는 영양소 공급만으로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의사와 약사들이 추천하는 건강한 모발 유지법은 머리를 청결히 하고 드라이어를 사용하지 않는 습관이다. 자신의 머리 기름 양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에 머리 감는 횟수는 1~2회가 적당하다. 머리를 감을 때 비누는 피한다. 두피에 자극을 주어 탈모를 촉진할 수 있다. 일반 샴푸로 머리를 감되 깨끗이 헹궈내야 한다. 박수아 약사는 “탈모 방지 샴푸에 의존하기보다는 두피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머리를 말리는 데도 요령이 있다. 되도록 드라이어는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자연적인 바람에 머리카락이 마르도록 한다. 저녁에 머리를 감아서 반드시 드라이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 30cm 정도 띄우고 찬바람으로 말린다. 더운 바람일수록 머리카락은 끊어지기 쉽게 변한다. 미용실 등지에서 두피 마사지를 받거나 손을 머리카락 사이에 넣어 갈퀴질을 하면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오히려 염증을 악화시키고 머리카락이 심하게 빠질 수 있다.

 

나는 탈모일까?  

머리카락은 매일 50~100가닥씩 빠진다. 그 이상이면 탈모다. 자신이 탈모인지를 간단히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두 손가락으로 머리카락(10~20가닥)을 잡고 두피가 들릴 정도의 힘으로 5~10회 당겨 몇 가닥이 빠지는지 세어본다. 전혀 빠지지 않아야 정상이다. 1회 평균 3~4가닥이 빠지면 탈모증이 진행된 것으로 보고 관리해야 한다.

또 다른 방법도 있다. 한 가닥의 머리카락을 잡고 힘껏 뽑았을 때 머리카락이 꼬불꼬불한 모양으로 뽑히면 두피가 건강하고 모발도 건조하지 않은 상태다. 일자로 뽑힌다면 두피와 모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뽑은 머리카락의 뿌리 부분이 끝 부분보다 얇으면 머리카락이 점점 가늘어져 탈모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탈모 환자는 정상인보다 심장병과 전립선암에 걸릴 확률이 각각 32%, 69%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탈모는 단순히 머리카락이 빠지는 증상이 아니라 치료해야 할 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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