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신동주 부자의 급습…신동빈을 벼랑으로 몰다
  • 한광범 기자 (totoro@sisabiz.com)
  • 승인 2015.10.1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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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 34층 카드키 접수...일본롯데홀딩스 장악 나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판 흔들기가 계속 되고 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그 전면에 아버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을 내세우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16일 롯데호텔 34층에 위치한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 접수에 성공했다. 실력행사에 나선 끝에 집무실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엘리베이터 카드키를 받아냈다. 그는 당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신 총괄회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건강이상설이 도는 신 총괄회장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동주가 후계자”라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의 급습은 일단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롯데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오후 6시가 넘어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통지서 내용을 적극 해명했지만, 신 총괄회장의 ‘후계자’ 발언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롯데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소상히 보고 드렸을 때 하는 말을 들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전 부회장, 즉 형의 반격은 이제 시작인 것 같다. 그는 지난 7월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완패한 후 지난 8일 기자회견 전까지 절치부심 해왔다. 신 전 부회장 측은 한국과 일본에서 제기한 3건의 소송 이외에도 추가적인 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이미 소송을 제기한 롯데쇼핑 이외에도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해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이 이어질 전망이다. 심지어 신동빈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형사 고소까지 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롯데그룹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로서의 권한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소송과 별개로 최대주주 자격으로 롯데그룹에 경영 정보를 요구하거나 주주총회 소집도 검토 중이다. 신 전 부회장은 이를 통해 신 회장의 경영 능력을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신동빈은) 경영 능력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 집무실을 장악한 뒤 롯데그룹 사장단의 업무보고도 함께 받겠다고도 했다. 이에 롯데 측이 “경영정보가 유출될 수 있어 법적인 책임까지 질 수 있다”고 반박하자, 신 전 부회장 측은 “스케줄 차원이었다”며 한발 물러섰다.

신 전 부회장이 이렇듯 기세등등하게 ‘롯데 흔들기’에 나서는 배경에는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이 있다. 비록 현재는 종업원지주회가 신 회장을 지지하고 있는 듯 하지만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이 직접 나설 경우 어렵지 않게 되돌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영능력 검증을 벼르고, 아버지를 앞세워 ‘경영권을 빼앗겼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이유도 종업원지주회 설득을 위한 여론전 차원으로 해석된다. 주요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을 자신이 더 많이 보유한 점도 자신감을 더해주는 배경이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의 ‘전쟁’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우선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학적 입증이다. 건강 상태에 대해 신 총괄회장 자신과 신 전 부회장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신 총괄회장이 지난 16일 취재진과 두 차례 만남을 가진 것도 건강이상설을 일축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 측은 “언론을 통해 드러난 상태 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롯데 관계자는 지난 8월 신 총괄회장의 건강과 관련해 “3~4년 전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매일 약을 복용 중”이라고 전한 바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 환자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질환이다.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알츠하이머 초기엔 겉으로 증세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아무튼 신 총괄회장의 건강 문제가 향후 소송 등 경영권 분쟁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자신의 경영능력도 입증해야 한다. 종업원 지주회가 신 회장을 지지한 결정적 이유는 롯데를 한국 재계 순위 5위로 키운 경영능력이다. 한국과 일본 롯데를 비교했을 때, 일본 롯데는 한국 롯데의 20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 롯데가 일본에서 출발한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차이가 더욱 커보인다. 이에 대해 신 전 부회장 측 민유성 SDJ 코퍼레이션 고문은 지난 8일 “일본 롯데는 한국 롯데의 성장에 필요한 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양측이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면서 롯데는 적잖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롯데는 현재 연말 종료를 앞두고 있는 면세점 특허권 재승인을 위해 그룹의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롯데는 지난해 전체 면세점 매출의 50.8%를 차지했다. 롯데 측은 경영권 분쟁이 특허 재승인에 악영향이 있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롯데가 특허권 재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롯데와 신 전 부회장 측 간에 책임 공방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여론 악화는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유통기업 롯데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압박도 부담스럽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경영권 다툼을 벌여 매우 실망스럽다”며 “경영권 다툼이 아닌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스스로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위한 노력을 신속하게 해야한다”고 압박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19일 롯데그룹의 해외 계열사 지배구조 분석에 나섰다.

형제 간 소송 전은 오는 28일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첫 심리기일로 본격화 된다. 또 신 전 부회장의 이사직 해임에 대해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배당이 완료된 상태다. 법조계에선 소송이 수년 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 사람 간 극적 화해가 없다면, 롯데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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