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석학 릴레이 인터뷰]④ 박상규 ETRI 소프트웨어기반기술 본부장
  • 윤민화 기자 (minflo@sisabiz.com)
  • 승인 2015.10.21 11:40
  • 호수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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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BM 왓슨 뛰어넘는 컴퓨터 프로그램 만들 것...인공지능의 부작용 이미 발생”
박상규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소프트웨어기반기술 본부장은 지난 15일 시사저널 경제매체 시사비즈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김재일

박상규(56)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소프트웨어기반기술 본부장은 음성·언어처리와 빅데이터 기술 분야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ETRI에서 엑소브레인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기계와 인간 사이 지식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의사, 변호사 등 전문가 수준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인공두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연구다.

박 본부장은 또 대규모 영상 데이터를 수집·처리해 영상 속 상황을 이해하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하고 있다. 프로젝트 명은 딥뷰다.

박 본부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산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 본부장은 1987년부터 ETRI에서 합류해 행정전상망용 주전산기 운영체제 타이콤, 지능형 워크스테이션, 다국어자동통번역기 지니톡 등을 개발했다.  그는 1995년엔 미국 스탠포드연구소(SRI)에서 지능형 멀티 에이전트(Intelligent Multi Agent)를 연구하기도 했다.  

박 본부장은 다음달 11월 11일 온라인 경제매체 <시사비즈>가 종합시사주간지 <시사저널>과 함께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소재 밀레니엄 서울힐튼 호텔 3층 아트리움에서 공동 주최하는 인공지능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해 주제 발표할 예정이다(시사비즈·시사저널, 11월11일 인공지능 국제컨퍼런스 개최 기사 참조 )

다음은 박상규 본부장과 일문일답.

박상규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소프트웨어기반기술 본부장은 지난 15일 시사저널 경제매체 시사비즈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김재일

-언제 ETRI에 합류했나.

1987년 ETRI에 들어와 행정전산망용 주전산기 타이콤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지금은 소프트웨어 기반기술 본부장이다.

ETRI 소프트웨어 기반기술 본부 인원은 190명가량이다. 소프트웨어 본부에는 4개 부서가 있다. 부당 50명가량 부서원이 있다.

클라우드(cloud, 서비스 사업자 서버), 자동통역인공지능 연구센터,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기반연구센터다. 자동통역인공지능 연구센터와 빅데이터 부서가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한다. 자동통역 인공지능센터는 언어이해, 음성이해 등을 다룬다.

-인공지능 연구 성과는.

자동통역인공지능 연구센터가 개발한 지니톡(휴대용 자동통역기)가 대표적 성과다. 지니톡은 한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통역 서비스가 가능하다.  스페인어, 프랑스어, 러시아 통역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일반인을 위한 한-프랑스, 한-스페인 통역 시범 서비스는 내년쯤 시작할 듯하다.   

지니톡의 궁극적 목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해외 인사들이 행사장에서 언어 소통의 불편함이 없도록 동시 통역기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려 한다.  

-통역기가 개발되면 통역사는 필요 없어지나.

통역기와 통역사는 쓰이는 용도 자체가 다르다. 통역기는 여행객을 주 상대로 간단한 일상 대화에 쓰인다. 반면 통역사는 전문 영역에서 긴 문장을 꼬임 없이 풀어내는 역할을 한다.  

-데이터 양이 축적되고 기술이 발전하면 통역기가 통역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통역기가 전문 통역사를 완전 대체하기는 어렵다. 기술이 개발되면 둘 간의 격차는 조금 줄어들 것이다. 먼 훗날의 얘기다. 통역기는 인간만이 이해할 수 있는 기본 상식, 비문 등을 처리하지 못한다. 통역기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것은 이때문이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또 다른 사업은.

엑소브레인 SW(Exobrain Software)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미래부가 2012년에 주관한 그랜드챌린지 과제의 첫 번째 프로젝트다. 그랜드챌린지는 10년 장기 연구개발(R&D) 투자로 인공지능 핵심기술 확보와 상용화 추진이 주된 목표다. 액소브레인 프로젝트는 지난 2013년에 시작했다.  말 그대로 밖으로 나온 뇌, 인공 뇌를 뜻한다.

미국 IBM 왓슨(Watson)보다 앞선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을 목표로 한다. 2016년 하반기정도 완성될 예정이다. 왓슨이 퀴즈대회에서 인간을 상대로 우승했듯 엑소브레인도 장학퀴즈에 출전할 예정이다. 아직 미국 연구 수준보다 뒤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미국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있다.

-왓슨보다 앞선 기술이란.

왓슨은 검색 기반 프로그램(IRQA)인 반면 우리 연구소는 지식 기반 프로그램(KBQA)이다. 지식 기반 프로그램은 검색 기반 프로그램보다 발전 가능성이 더 크다.

-엑소브레인 상용화 시점은.

액소브레인 프로젝트는 총 세 단계로 나뉜다. 처음 4년은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1단계, 다음 3년은 상용화를 위한 2단계, 그 다음 3년은 기술 고도화 및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3단계다.

엑소브레인은 아직 1단계 진행 중이다. 지금대로만 간다면 예정대로 다음해에 1단계 마무리가 가능하다. IBM 왓슨은 현재 2단계 수준이다. 빠른 시일 내에 중국을 중심으로 외국어 개발 사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한다.

-IBM이 수십 년 거쳐 달성한 연구를 10년안에 끝낼 수 있겠나.

우리나라도 이전부터 계속 언어처리 관련 기술을 연구했다. 그랜드챌린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도 이미 기초 기술력은 확보한 상태였다.

엑소브레인 프로젝트에 ETRI 연구원 20명정도 투입했다. 외부 기업 11개정도, 학교 13개정도와 공동 연구 중이다. 모든 인력은 300명정도다.

-정부가 그랜드챌린지 프로젝트에 충분히 투자하나.

어느 곳이든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지기는 힘들다. 주어진 환경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한다. 정부는 80억원가량 지원한다. 기업체 매칭펀드까지 합하면 연 100억원가량이다.

-해외 기관, 학계와교류하나.

엑소브레인은 언어 의존성이 강하다보니 외국 기관과 공동 연구하지 않는다. 반면 빅데이터 연구소는 미국 유명 기업과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빅데이터 연구부는 무엇을 연구하나.

2014년부터 딥뷰(Deep View)를 개발 중이다. 사진, 영상의 세부 내용을 분석하고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정부 지원과 전체 인력은 엑소브레인 프로젝트와 비슷하다.

딥뷰는 CCTV에 적용될 예정이다. 더 나아가 위성 영상을 분석해 미래 예측 용도로도 개발하려 한다. 이 분야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활발하다. 매년 세계 경합도 열린다. 딥뷰는 이 경연에서 3등 안에 드는 것을 목표한다.

-인간 의식을 모방하는 인공지능은 약한 인공지능, 자의식을 가지는 인공지능은 강한 인공지능이라 부른다. 강한 인공지능이 가능할까.

강한 인공지능은 아직 꿈에 불과하다. 인공지능 분야를 공부한 사람들은 강한 인공지능 현실화 시기를 매우 멀리 본다. 강한 인공지능은 자의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우선 기계는 인식이 필요하다. 인식은 인간의 오감 기능과 같다. 인식 다음에는 이해가 필요하다. 이해는 여러 신호를 상징화, 지식화, 연계화, 상식화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인식과 이해가 모두 이루어졌을 때 의식에 대한 개념을 논할 수 있다. 현재 의식 관련 인공지능 기술은 초입 단계에 있다. 인식도 완벽히 안되는 수준이다.

약한 인공지능 기술로도 충분히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는 지금부터 기술 개발에 따른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인공지능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부작용만 더 커지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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