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차세대 리더 100] 안희정, 3년 연속 ‘차세대 리더 정치인’ 1위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5.10.22 11:31
  • 호수 13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권에서는 남경필 지사가 원희룡 지사 제치고 선두 회복

‘결국 우리는 다 같은 사람이다. 진보도 보수도 이데올로기의 꺼풀을 벗겨내면 자식 걱정, 농사 걱정이 많은 이웃집 어르신이고, 친구고, 또 선후배다. 이 땅 위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낯섦의 배타성을 해소하는 과정 없이 보수와 진보가 부닥치면 사생결단의 분노만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자신이 쓴 책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2013년)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특히 분노에 대해 주목했다. ‘분노를 내려놓아야 대한민국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분노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은 극단적인 대결 속에서 뒷걸음질하다가 또 다른 독재형 지도자를 만나거나, 아니면 그냥 그렇게 서서히 몰락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최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공산주의자’ 발언 논란에 이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논란 등으로 정치권에서는 다시 보수와 진보 사이에 이념 논쟁이 뜨겁다. 안 지사는 1980년대 대학 시절 이른바 ‘골수 운동권’이었다. 이후 정치권에 입문해서도 좌파의 길을 걸어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왼팔이라고 불릴 정도로 ‘친노’의 핵심이었다. 물론 지금도 새정치민주연합에 몸담고 있는 진보 진영 인사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차가움보다는 따뜻함을, 대결보다는 대화를, 가장자리보다는 가운데를 지향하는 쪽으로 어느덧 서서히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충남 지역의 도지사를 하고 나서부터인지, 아니면 그 전부터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 변신에 가장 성공한 모델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 일러스트 신춘성

“4050세대에 의한 ‘새 정치’ 염원 높아”

안희정 지사는 시사저널의 ‘차세대 리더’ 전문가 조사의 정치 분야에서 지난 2008년 공동 10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09년은 공동 6위, 그리고 충남도지사에 당선된 2010년에는 3위로 뛰어올랐다.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공동 4위와 야권 3위에 올랐고, 2013년에 드디어 1위로 올라섰다. 충남도지사에 재선된 지난해에도 1위를 이어갔고, 올해 역시 3년째 1위 자리를 지켰다. 지목률은 지난해 37.3%에서 올해는 46.7%로 상승했다. 그는 10월15일 저녁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진심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안 지사가 정치 분야뿐만 아니라 전체 통합 순위에서도 2위에 올라섰다는 점이다. 1위는 경제 인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20.0%)으로, 물론 정치권 인사 가운데는 안 지사(14.6%)가 첫 번째다. 그의 지난해 통합 순위는 4위(8.7%)였다. 정치 분야는 정치 전문가 150명에 의해 조사가 이뤄지지만, 통합 순위는 경제, 법조, NGO, 종교, 문학, 문화예술, 대중문화, 스포츠, 과학·의학 분야까지 모두 망라해 1500명의 전문가가 선정한다. 즉 비(非)정치 전문가들 중에서도 안 지사를 자기 분야와 상관없이 차세대 리더로 꼽은 사람이 상당히 늘어난 셈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차세대 리더’라는 개념에서 정치 전문가들은 미래 지향적인 정치권의 세대교체에 비중을 두는 반면, 비정치 전문가들은 당장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는 변화 욕구를 나타내는 경향이 짙다. 그런 면에서 안 지사를 비롯해 여권의 원희룡·남경필 지사 등의 통합 순위 상승은 4050세대 정치인들에 의한 ‘새 정치’의 염원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야권의 차세대 리더로 안 지사가 독주 체제를 굳혔다면, 여권에서는 여전히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엎치락뒤치락 각축전이 계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조사에서는 남 지사가 22.0%로 여권 정치인 중에서는 가장 높은 지목률을 나타냈다. 원 지사는 11.3%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에는 거꾸로 원 지사가 16.0%, 남 지사가 9.3%로 나타났다. 여권 쇄신파 ‘남·원·정’을 주도했던 두 사람은 본지 첫 조사인 2008년 이후부터 여권의 선두를 번갈아가며 차지해왔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줄곧 여권 선두를 달리던 원 지사는 19대 총선 불출마 이후인 2012년과 2013년에는 남 지사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다. 여야 전체로는 남 지사가 안 지사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원 지사는 안철수 새정치연합 전 대표(14.0%)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7위(4.0%)에서 올해 세 계단 상승했다.

유승민 前 원내대표, 단숨에 5위에 올라

올해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등장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혀 순위에 나타나지 않았던 그는 10.7%로 5위에 올랐다. 지난여름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국회법 개정안’ 파동에 따른 원내대표직 사퇴 논란 이후 그를 차세대 주자로 주목하는 시선이 부쩍 많아졌다. 대구 동구 을에서 3선을 한 그는 이른바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신보수’를 내세우며 여권 차기 주자로서의 입지를 노리고 있다. 한때 ‘원조 친박’으로 불릴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그는 원내대표 사퇴 파동으로 지금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면서 TK(대구·경북)를 대표하는 차기 지도자로서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위기를 맞고 있다. 향후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역시 TK 지역에서 ‘나 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김부겸 전 새정치연합 의원은 공동 6위(6.7%)에 올랐다. 야당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철옹성인 대구 지역에서 김 전 의원의 도전은 그 자체로 평가받고 있다. 2011년 서울시장 사퇴 이후 한동안 정치권을 떠나 있다가 최근 다시 총선 준비에 나서고 있는 오세훈 전 시장도 나란히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 밖에도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해에 이어 역시 8위(6.0%)에 올랐고, 이준석 전 새누리당 혁신위원장(5.3%)과 이재명 성남시장(4.0%)이 9,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3위였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우리 나이로 59세 이하(1957년생 이후)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 규정으로 인해 올해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