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차세대 리더 100] ‘전설’은 살아 있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5.10.22 11:55
  • 호수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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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김연아·박지성, 2년 연속 1·2위 손흥민·손연재·추신수 順

스포츠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차세대 인물로 김연아와 박지성이 선정됐다. 응답자 가운데 각각 42.7%와 18%가 이들을 꼽았다. 지목률은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 사람은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두 사람 모두 현역에서 은퇴한 선수라는 점이다. 박지성은 2014년 5월 수원에서 열린 ‘PSV 아인트호벤 코리아투어’ 경기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김연아도 지난해 2월 소치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접었다. 은퇴한 지 1년 이상 된 선수들을 전문가들이 차세대 리더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연아와 박지성은 닳은 점이 많다.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200점대를 돌파한 여자 싱글 선수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때는 여자 싱글 사상 최고 점수인 228.56점을 받으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007 메들리’에 맞춰 총을 쏘는 피날레는 아직도 국민들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돼 있다. 상체나 팔의 움직임이 발레리나의 표현과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 일러스트 신춘성

쓰러져도 일어나는 ‘오뚝이 스타’에 대한 향수

김연아의 등장으로 피겨 변방인 한국을 전 세계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선수의 배출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열린 소치동계올림픽 당시 납득할 수 없는 심판 판정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당시 외신들은 “김연아가 소트니코바에 뒤져 은메달을 차지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체육회가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박지성도 마찬가지다. 박지성은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입단하며 한국인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았다. 맨유 시절 그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우승 메달을 받았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도 아시아 선수 최초로 출전했다. 직장인들은 밤잠을 설치며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지켜봤다. 박지성은 2012년 QPR로 이적했다. 이름에 걸맞지 않게 20경기 출전에 3개의 도움만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한국 축구사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긴 것만은 분명하다.

두 사람은 은퇴 후 모습도 비슷하다. 김연아는 올해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를 맡았다. 최근에는 2016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겨울유스올림픽 홍보대사도 맡는 등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박지성도 현재 친정팀 맨유의 앰배서더(글로벌 홍보대사)를 맡으며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비유럽권과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박지성이 갖는 영향력을 인정한 결과였다. 7월에는 4년 임기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되면서 본격적으로 축구 행정가의 길을 걷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이들이 전성기 때만 해도 한국은 피겨스케이팅이나 축구의 변방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타고난 재능보다는 노력으로 성공 신화를 일궈낸 것이다. 지칠 줄 모르는 투지와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정신을 한국인들이 그리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역 스포츠 스타 중에서는 손흥민이 3위로 가장 높았다. 손흥민 지목률은 지난해 6%에서 올해 12%로 두 배 뛰었다. 순위 역시 지난해 8위에서 올해 3위로 다섯 계단이나 상승했다. 최근 이적한 토트넘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했고, 5경기 동안 3골을 넣으며 토트넘의 연승을 이끌었다. 영국 현지 언론들도 손흥민을 ‘슈퍼 손데이’라 부르며 극찬하고 있다.

4위는 손연재가 차지했다. 손연재는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 7월 광주에서 열린 201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도 처음으로 개인종합 금메달을 획득했다. 내년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목률은 8%로 지난해(11.3%)보다 하락했지만, 순위는 한 계단 상승했다.

2위 박지성 1981년생. 세계적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일곱 시즌을 보내면서 한국 축구사에 큰 발자국을 남겼다. ⓒ 시사저널 최준필

손흥민·추신수 순위 급등

5위는 지난 시즌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한 추신수가 차지했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추신수는 실망 그 자체였다. 9푼대 타율을 보이며 ‘먹튀’ 논란까지 빚었다. 후반기로 들어서면서 추신수의 방망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7월에는 동양인 최초로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했고, 9월에는 아메리칸리그 ‘9월의 선수’로 선정되면서 팀의 서부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동부 지구 우승팀 토론토에 패배하면서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은 무산됐지만, 추신수는 여전히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추신수는 지난해 10위권 밖에서 올해 5위로 영향력이 급상승했다.

이 밖에도 최근 야구와 축구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박찬호와 이영표는 지난해 각각 7위와 10위였으나   올해 공동 6위에 올랐다. 박인비와 이승엽, 정현이 공동 8위에 올라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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