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와 생명보험회사의 몰락
  • 전성인 |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 승인 2015.10.22 14:31
  • 호수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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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사실상 연기되면서 우리나라 통화정책의 향배도 안갯속을 걷고 있다. 국내 경기 상황이나 물가 수준을 고려할 경우 금리를 내리지 않을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다만 대내적으로는 급증하는 가계부채가,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그나마 금리 인하 때 추가적으로 조심해야 할 부분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연기되면서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논거가 더욱 취약해진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초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물가상승률이 당초 한국은행이 약속했던 수준을 심각하게 밑도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임무 해태(懈怠)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국은행이 가계부채와 미국의 금리 인상을 금리 인하 불가론의 논거로 제시할 때마다 가계부채는 채무자 부채 조정의 방식으로, 그리고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원화의 평가절하로 대응할 것을 주문해왔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시기를 놓치면서 추가적인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채권자들이 금리 인하를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는 채무자를 편하게 하고, 채권자를 재무적으로 압박한다는 점에서 채권자로부터 채무자로 부를 이전하게 만든다. 따라서 금리 인하가 선택 가능한 정책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채권자들이 금리 인하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해야 한다.

문제는 가장 전형적인 채권자인 금융기관의 재무 상태가 영 시원치 않다는 점이다. 특히 자금을 장기로 조달하기 때문에 금리 부담이 비교적 고정된 상태에서 조업하는 생명보험회사들의 재무 상태가 요주의 대상이다. 금리 인하에 따라 자금 운용 쪽에서의 수입이 급감하는 반면, 조달 금리는 별다른 변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생명보험회사들은 기조적으로 이자 마진 축소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아마도 조만간 운용 수익률이 조달 금리를 밑도는 역금리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변화된 회계기준에 따라 자기자본을 더 쌓아야 하는 부담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명보험회사를 압박할 것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생명의 경우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삼성전자 주식의 매각이 불가피하고 그 매각 차익의 상당 부분을 잔존하는 유배당 계약자에게 이익배당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3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결국 금리를 안 내리면 가계부채 부담에 신음하는 다중 채무자의 문제가 터지고, 금리를 과감하게 인하하면 금리 마진 하락에 신음하는 생명보험회사에 치명타를 가하게 된다. 그렇다고 엉거주춤하면서 시간만 보내면 두 가지 문제의 폭발성만 더 키울 뿐이다. 진퇴양난이 따로 없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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