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묻지 마세요”
  • 조현주│객원기자 (.)
  • 승인 2015.11.05 15:59
  • 호수 136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계 대부업체’ 꼬리표 떼려 ‘국민 스포츠’ 뛰어든 J트러스트의 야망

프로야구 구단 히어로즈가 최근 일본계 금융사 ‘J트러스트그룹’과 네이밍 스폰서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히어로즈는 올해까지 넥센타이어와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유지하면서 ‘넥센 히어로즈’라는 팀명으로 경기를 해왔으나, 내년 시즌을 맞아 스폰서 업체를 J트러스트로 바꿀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대부업으로 성장한 J트러스트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다. J트러스트는 한국에서의 사업 확장을 위해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그 일환으로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에까지 손을 뻗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일본계 자본에 대한 국민적 반감과 대부업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까지 더해져 네이밍 스폰서 계약 협상이 수월하게 진행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실제로 국내 프로야구에 일본계 제2금융권의 자금이 흘러들어오는 것에 대해 야구팬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지난 10월23일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히어로즈-J트러스트 후원 계약’에 대한 반대 의견이 64%로, 찬성의견 11%를 압도했다.

서울 테헤란로 동훈빌딩 1층 JT친애저축은행 본점 영업부 ⓒ 시사저널 최준필

J트러스트그룹은 도쿄(東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일본계 금융회사다. 1977년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잇코(一光)상사’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신용보증과 채권 회수 등 사업으로 자리를 잡은 이후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웠다. 지난 2005년 일본에서 신용보증 사업을 통해 금융권에 처음으로 뛰어든 후 채권 회수 전문 회사인 파르티르, 스테이션파이낸스, 세이쿄카드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사업을 확대했다.

2011년 한국 대부업계 진출…문어발 확장

J트러스트는 이 경험을 한국 시장에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J트러스트가 한국에 처음 발을 들인 건 지난 2011년 대부업을 통해서였다. 당시 대부업체 네오라인크레디트의 주식을 전량 취득하는 방식으로 한국 사업을 시작했고, 그 후 하이캐피탈대부와 KJI대부까지 인수하며 국내 대부업계의 큰손이 됐다. 2012년에는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했고, 올해 3월에는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까지 추가로 사들였다.

J트러스트그룹은 지난 7월 국내에서 운영하는 금융사 브랜드를 ‘JT’로 통일하면서 대부업체 이미지를 벗고 저축은행으로의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J트러스트그룹은 지난 10월15일 한국 내 계열사인 하이캐피탈대부와 네오라인크레디트대부 주식 100%를 매각하면서 사실상 대부 업무 중단을 선언했다. 현재 국내에 남은 계열사는 JT캐피탈(구 SC캐피탈)과 JT친애저축은행(구 미래저축은행), JT저축은행(구 SC저축은행), TA에셋자산관리 등 4개사다. J트러스트는 이번 매각을 통해 대부업을 배제한 제2금융권 중심의 사업 재편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J트러스트가 히어로즈 구단과의 네이밍 스폰서 계약 협상을 추진하는 것은 대부업체였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지우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J트러스트가 이미지 개선에 성공한다면, 이와 유사한 업체들이 포진해 있는 제2금융권 전반에 스포츠 마케팅 열풍이 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부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대부업체에 대한 인식이 워낙 안 좋았고, 제재 또한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마케팅 활동을 자제하고 있었다”면서 “업계에서는 J트러스트의 네이밍 스폰서 계약이 체결되면 마케팅 면에서 분위기가 많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히어로즈 구단 측 또한 이번 논란에 대해 “J트러스트가 현재 제도권에서 저축은행 영업만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해명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J트러스트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좋지 않다. 금융정의연대는 지난 10월26일자 논평에서 “프로야구 히어로즈는 (J트러스트가) 이미 대부업체를 매각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보고 있지만,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의 대출 취급 금리가 비슷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살인적인 고금리로 서민들의 눈물을 자아냈던 대부업체와 마찬가지로 저축은행 역시 막대한 이자율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정의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2015년 7월 기준으로 저축은행의 신용등급별 가중 평균 금리는 29%에 육박했다”며 “가뜩이나 서민 금융기관 본연의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을 받던 저축은행은 2008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 여파로 대거 대부업체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무늬만 서민 금융기관이 되었다”고 밝혔다.

서울 테헤란로 동훈빌딩 1층 JT친애저축은행 본점 영업부 ⓒ 시사저널 최준필

J트러스트 “타 저축은행 비해 금리 낮다”

금융정의연대 측은 “J트러스트 논란이 벌어지는 근본 이유는 (대부업체의) ‘무차별 광고-고금리-고강도 추심’이라는 약탈적 영업 관행에 있는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서민들의 금융기관이라는 저축은행 또한 도입 취지에 맞게 10%대로 금리 수준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J트러스트그룹 측에선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단계인데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게 많이 부담스럽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J트러스트그룹의 한 관계자는 10월29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금융정의연대측이 고강도 추심을 이유로 비판하는 것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다. 현재 추심 관련해서는 모든 저축은행들이 기준법을 지켜나가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일본계 기업이 한국스포츠, 특히 프로야구를 후원한다는 부분인 것 같다”며 “사실 J트러스트가 일본계 자금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금융사가 글로벌화되는 상황에서 그런 잣대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금융사들도 지금 외국에 진출하고 있는데, 만약 해외에서 ‘한국계 은행이 하는 투자라서 반대한다’는 논리를 편다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국내 저축은행의 금리를 전반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부업체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하는 시도로 인해 오히려 불똥이 저축은행업계 전반으로 향하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J트러스트 관계자는 “일단 J트러스트 산하 저축은행들은 타 저축은행에 비해 금리가 낮다. JT친애저축은행의 예를 들면, 다른 저축은행의 최고 금리가 30% 중반대에 이르는 것에 비해 JT친애저축은행은 29%로 낮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게다가 저축은행의 대손율(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하는 비율)이 10~13%로, 시중은행(0.1%대)에 비해 상당히 높다. 돌려받지 못한 돈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라며 “만약 저축은행이 20%대 이하로 최고 금리를 낮추게 되면 사업 자체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