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부부는 페니실린도 안 통하는 매독”
  • 김원식│국제문제 칼럼니스트 (.)
  • 승인 2015.11.05 16:37
  • 호수 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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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 연쇄 강간범, 힐러리 = 악랄한 폭행범’ 묘사한 책 파문

“불행하게도 클린턴 부부는 모두 추악한 과거를 갖고 있다. 그들은 미국 정치 체제에서 페니실린에도 저항하는 매독일 뿐이다.” 지난 10월13일, 미국 공화당계 유명 정치 컨설턴트인 로저 스톤이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부부에게 치명타를 날리겠다는 확고한 목적으로 발간한 <클린턴 부부의 여성들과의 전쟁>(‘Clintons’ War on Women, 로버트 모로 공저) 서문에서 밝힌 말이다.

로저는 많은 미국 사람이 힐러리의 남편인 빌 클린턴의 모니카 르윈스키 섹스 스캔들로 인해 이들 부부의 추한 모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가 이번에 발간한 책 내용이 맞는다면 이 주장은 과장이 아니다. 그만큼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은 가위(可謂) 충격에 가깝다. 한마디로 빌 클린턴은 젊은 시절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다반사의 연쇄 강간범이었으며, 힐러리 또한 다혈질에다 남편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주위 경호원에게도 늘 욕으로 일관하는 최악의 여성이라는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자가 10월24일(현지 시각) 민주당의 아이오와 기금 모금행사가 끝난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 ⓒ 연합뉴스

힐러리 딸의 아버지는 빌 클린턴이 아니다?

이 책은 빌 클린턴의 첫 성폭행 희생자는 그가 23세의 젊은 나이에 옥스퍼드 대학 장학생이던 시절에 당시 19세의 영국 여성인 에일린 웰스톤이었다고 서두에서 밝히고 있다. 책의 저자들은 바로 이 이유로 빌 클린턴이 이례적으로 학위를 따지 못하고 옥스퍼드 대학을 떠나야 했다고 그럴싸한 증거도 담고 있다. 1978년에는 아칸소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빌 클린턴으로부터 선거 캠프 자원봉사자였던 후아니타 브로아드릭이라는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도 담았다. 빌 클린턴은 이후 아칸소 주지사 시절에도 모금 행사로 호텔을 방문한 여성에게 방에 들어오자마자 강제로 오럴 섹스를 강요했으며, 미스 USA로 뽑힌 미스 아칸소에게도 다짜고짜 성관계를 요구했었다고 이 책은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이 노리는 것은 빌 클린턴이 아니라, 바로 지금 대선에 출마한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이다. 따라서 책의 저자들은 힐러리 클린턴도 악랄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묘사하고 있다. 일례로, 아칸소 주지사 시절 어느 날 밤에 잠에서 깨어보니 빌 클린턴이 침대에 없자 힐러리는 주 경호경찰에게 즉각 찾아오라고 지시했고, 빌이 관저로 들어오자마자 닥치는 대로 살림살이를 던지며 빌을 문 앞으로 내동댕이쳤다는 것이다. 워낙 큰 소리로 고함을 질러 관저 직원 모두가 알게 됐고, 이들은 다음 날 깨진 유리와 물품을 다시 정리하는 데 진땀을 흘렸다는 것이다.

이 책은 또 힐러리는 또한 남편인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이 불거질 때마다 클린턴에게 성폭행 또는 성추행을 당한 여성들을 직접 찾아가 ‘입막음’을 시도했으며, 그 대신 클린턴에게 수시로 폭력을 행사했다는 주장도 펼친다. 특히 힐러리가 빌 클린턴에게 폭력을 행사할 때는 묵직한 물건으로 때리거나 피가 날 정도로 할퀴고 꼬집었지만 빌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이러한 주장의 근거를 주로 백악관 전직 경호원이나 운전기사의 폭로에서 찾고 있다. 한 운전기사는, 클린턴 부부는 공식 행사장에 가기 위한 리무진 안에서도 수시로 목소리를 높여 싸웠고, 이 과정에서 힐러리는 차 내에서 손에 잡히는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집어들어 빌 클린턴에게 던졌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클린턴 부부는 행사장에 도착하면 어쩔 수 없이 손을 잡고 내리면서 환영하는 인사들을 위해 손을 흔드는 이중성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 책의 내용은 클린턴 부부의 사생활이나 섹스 스캔들의 폭로에만 그치지 않는다. 빌 클린턴이 퇴임한 후 ‘클린턴 재단’에 조성된 기금을 사실상 힐러리가 마음대로 다 빼내 써도 클린턴은 아무 말도 못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하지만 이 책의 주장은 클린턴 부부의 유일한 딸인 첼시 클린턴에 이르러 압권을 이룬다. 첼시도 어머니인 힐러리의 피를 받아 백악관 경호원을 ‘돼지(pig)’라고 친구들 앞에서 부를 만큼 예의 없는 여성이라고 주장한 것은 그나마 약과다. 결론은 첼시의 친아버지는 빌 클린턴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은 첼시가 클린턴 전 대통령의 생물학적 딸이 아니라는 강력한 정황 증거가 있다며, 첼시의 진짜 아버지는 한때 힐러리의 비즈니스 파트너이며 아칸소 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감옥에 드나든 웹 허벨이라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로저 스톤은 자신은 관련 자료와 인터뷰를 통해 ‘진실’만을 기록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 책 출간 이후 예정된 각종 방송 인터뷰가 힐러리 측의 압력으로 줄줄이 취소되고 있을 뿐 아니라, 힐러리 선거 캠프 측에서 교묘하게 책에 대한 비난 댓글을 집단으로 조작해 올리는 등 조직적인 탄압을 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처럼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이 예상만큼 파문을 불러오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저자가 공화당 출신…책 내용 순수성 떨어져

가장 큰 이유는 주요 저자인 로저 스톤이 닉슨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해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캠프에도 한때 발을 담근 공화당 출신의 선거 전문가라는 점에서 주장의 순수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유권자들의 이른바 ‘학습 효과’도 이 책의 파문이 예상처럼 커지지 못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이미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탄핵 소추 케이스에 이를 만큼 온갖 추문(醜聞)이 다 드러나고 퇴임 후에도 끝없이 튀어나오고 있는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 문제는 이미 유권자들에게는 식상한 소재가 됐다는 것이다. 이 책이 나름으로 빌 클린턴이 아니라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의 악행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도긴개긴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충격적인 주장은 오히려 기존 힐러리 지지자들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결집을 강화할 수 있는 ‘네거티브 역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힐러리가 빌 클린턴을 무의식 상태에 이를 때까지 폭행했다”는 제목의 기사에 대해 미국 네티즌들이 “정말 영웅(hero)이고 멋있는 여장부”라며 “정말 대통령이 돼야 할 사람은 힐러리”라는 부류의 댓글들을 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힐러리 측에서 그저 안심하고 있을 상황도 아닌 것이 현실이다. 우선 아직은 대선 레이스가 시작하는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워싱턴 정가(政街)에서는 로저 스톤을 포함한 또 다른 인사들이 클린턴 부부에 대한 폭로전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번에 발간된 책의 폭로가 힐러리의 정적(政敵)이라고 할 수 있는 공화당계의 정치 컨설턴트가 펼친 주장이라서 오히려 그 효과가 반감됐을 뿐이라는 얘기다. 특히 대선 레이스가 앞으로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힐러리가 빌 클린턴의 성폭행 피해 여성들을 찾아가 직접 압력을 행사하며 이를 무마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피해 여성들의 공식적인 증언들이 이어진다면, 그 파문은 가히 상상을 불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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