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신동주 도발에도 “내 갈길 간다”
  • 한광범 기자 (totoro@sisabiz.com)
  • 승인 2015.11.2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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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지배구조개선 작업 박차…“여론전에 일일이 대응 않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배구조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호텔롯데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본사에서 열린 사장단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 사진=뉴스1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호텔롯데의 상장 추진과 함께 순환출자고리 해소 방안 마련에도 분주한 모습이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계속되는 ‘도발’에도 신동빈 회장은 제 갈 길을 가는 모양새다.

롯데는 호텔롯데의 내년 2월 상장을 목표로 다음 달 안에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애초 예상과 달리 잠실 월드타워점 면세점 특허권을 잃었지만, 호텔롯데 상장은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롯데가 계획하고 있는 호텔롯데 상장 시점은 내년 2월이다.

롯데는 당초 중장기적으로 호텔롯데를 지주회사로 하는 지주회사체제를 완성시키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면세점 수성에 실패한 여파로 기업공개(IPO)를 통해 당초 목표보다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 게 됐다. 롯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또 다른 지배구조 개선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는 호텔롯데의 상장을 위해 광윤사 등 주요 주주와 특수관계인에 보호예수에 동의해달라는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희망하는 회사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했거나,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일 경우엔 보유지분을 6개월 동안 팔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신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보호예수 규정이다.

광윤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50% + 1주’를 보유한 신동주 전 부회장이다. 신 전 부회장이 보호예수에 동의해야만 호텔롯데의 국내 증시 상장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동안 신 전 부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장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롯데는 신 전 부회장이 결국 보호예수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롯데의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상당한 상황에서 호텔롯데 상장이 실패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떠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신 전 부회장 측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전면에 앞세워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신 총괄회장은 일본 시사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 최신호에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롯데를 바로잡는 데 온 힘과 마음을 기울일 것을 맹세한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의 기고가 한국 언론이 아닌 일본 언론에 실린 배경에는 신 전 부회장의 ‘종업원지주회’ 설득 작업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신 전 부회장 측은 한국보다 일본에서의 여론전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롯데가 재계 순위 5위인데 반해, 일본 롯데는 비상장 회사로 매출 규모 역시 한국 롯데의 20분의 1 수준이다. 여론의 관심도 측면에서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신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내 종업원지주회만 포섭할 경우 경영권을 손에 쥘 수 있다. 일본인인 종업원들의 설득에 일본 언론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15일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집무실을 방문한 신 회장을 향해 “1주일 내에 나와 신 회장을 원상 복귀시켜라”고 요구했다. 지난 16일에는 롯데 계열사 7곳의 대표들을 ‘업무보고 거부’ 등의 이유로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소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공세에 롯데 측은 대응을 최대한 자제하는 양상이다.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이 전면에 등장한 상황에서 맞대응은 실익이 없다는 판단 에서다. 또 종업원지주회가 신 회장을 확고하게 지지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롯데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 측은 이슈화가 되면 무조건 좋은 상황이다. 우리가 일일이 맞대응할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의 슈칸분슌 기고문이 공개된 직후인 21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은 ‘니혼게이자신문(日本經濟新聞)’과의 인터뷰에서 “(2009년) 취임했을 때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오너가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경영에서 탈피하라’는 의뢰를 받았다”며 “경영과 소유의 분리를 앞으로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 기고문에 대한 간접 반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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