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와 IS 분리해서 봐야…테러와의 전쟁 승산 있다”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5.11.26 21:07
  • 호수 1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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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이젠하워 前 미국 대통령 손녀 메리 진 아이젠하워

메리 진 아이젠하워(Mary Jean Eisenhower·60) 여사가 한국을 방문했다. 국제 민간 외교단체 피플투피플(People to People)의 명예총재이기도 한 그는 피플투피플의 한국본부 설립 50주년을 맞아 11월18일 한국을 찾았다.

그는 미국의 34대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손녀로 더 유명하다.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1890~1969년)은 생전에 여러모로 한국과 인연이 깊었다. 퇴역 장교였던 그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다시 현역으로 복귀해 한국전에 참여했다. 이후 그는 맥아더의 후임으로서 한국 주둔 미군을 관리했다. 1952년 공화당 후보로 대통령에 출마해 당선된 아이젠하워는 1953년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이끌어냈다.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 그는 당선인 신분으로는 최초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대통령 퇴임 후 그는 대통령 재임 시절 정부기관으로 만들었던 외교단체 피플투피플을 민간 단체로 독립시켰다. 그의 손녀 메리 진 아이젠하워는 지난 2003년부터 10년간 이 단체의 총재로 일해왔다. 김길연 피플투피플 한국본부 총재는 “피플투피플에서 메리 진 아이젠하워의 존재는 정통성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한국본부의 50주년 행사에 메리 진 아이젠하워 명예총재가 직접 와 축사를 전할 정도로 한국 피플투피플의 활동이 세계적으로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월1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국 피플투피플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앞서 기자는 메리 진 아이젠하워 여사를 만났다.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테러리즘과 국제 평화에 대한 그의 생각을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

 

만나서 반갑다. 10년 만의 한국 방문이라고 들었는데, 오랜만에 찾은 한국의 모습은 어땠나?

“이번이 세 번째 한국 방문이다. 마지막 방문이 10년 전이었으니 상당히 오래전이다. 그동안 한국은 경제적으로 더 많은 성장을 한 것 같다. 새로운 빌딩도 많아졌다. (한국에) 올 때마다 새롭고 활기차다는 인상을 받는다. 특히 이번에는 긍정적인 기운이 가득한 것 같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문화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파리 테러에서 이슬람교와 이슬람국가(IS)를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는 별개의 건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인이었다고 모두 나치당원이라고 볼 순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국가에서 온 사람이라 하더라도 무고한 시민에 대해 세계는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사람들이 테러리즘과 특정 지역을 동일시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테러리스트들은 특정 소수 집단일 뿐이다. 내가 테러리즘에 대해 늘 강조하는 것은 우리 모두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여전히 악인(惡人)보다 선인(善人)이 더 많다.”

또 하나의 전 지구적 이슈가 난민 문제다. 난민 포용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 모두는 곤경에 처한 난민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곤경에 빠졌을 때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해지지 않겠나. 역지사지의 마음이 필요하다.

다만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에 대한 신원은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그게 누구든 말이다. 절차적 신원 확인과 인종차별은 별개의 문제다. 이건 신중함의 차원이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난민은 포용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절차적 신중함을 반드시 담보해야 한다.”

1953년 할아버지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에 서명함으로써 전쟁을 중단시켰다. 오늘날의 테러리즘과의 전쟁은 그 형태나 주체가 과거의 전쟁과는 크게 다르지만, 오늘날의 전쟁 역시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때와 지금은 시대가 너무 다르다. 적의 형태도 다르다. 이제 우리는 국경을 두고 싸우는 게 아니라 명분을 두고 싸우고 있다. 때문에 과거보다 훨씬 어려운 전쟁이 됐다.

최근 한 기사를 보고 굉장히 괴로웠는데, 검거 과정에서 사망한 파리 테러의 용의자 중 한 명에 대한 기사였다. 그의 휴대폰에 담겨 있던 어떤 동영상을 보고 나는 너무 충격을 받았다. 동영상 속에서 그는 8세 정도로 보이는 그의 아들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그가 했던 테러리스트로서의 훈련을 아들에게 똑같이 시키는 것이었다. 비록 그는 이제 죽었지만, 그의 아들은 여전히 그의 아버지가 옳았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그 나이대의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위대한 존재니까. 신념이란 눈에 보이진 않지만 이렇게 더 강하게 이어질 수 있다.

분명 오늘날의 전쟁은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하지만 나는 이 전쟁에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선(the good)’이 승리할 것이란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신념의 정수는 ‘이해를 통한 평화(peace through understanding)’다. 사람들이 더 화합할수록 상황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 사람들은 다른 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 우리가 노력할수록 이후 세대들은 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다.”

‘이해를 통한 평화’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뭐라고 생각하나.

“전쟁을 유발하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mystery), 두려움(fright), 그리고 절박함(desperation). 이 세 가지가 서로 결합하면 더욱 공고한 장막을 형성한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건 희망(hope)이다. 나는 희망을 아이들에게서 본다. 얼마 전 이집트에서 피플투피플이 평화캠프를 열었는데 프로그램 중에 물자가 부족한 아이들에게 생필품이 든 가방을 나눠줬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생필품이 부족한 다른 아이들에게 자신의 물건을 나눠주었다. 그러면서 마구 신나서 떠들고 뛰어다녔다. 남을 도울 수 있다는 데서 오는 기쁨, 나눔에서 오는 기쁨이었다. 나는 그게 희망이라고 본다. 피플투피플에서 내세우는 가치 역시 이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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