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올해의 인물] 그의 얼굴에서 숱한 청춘의 모습이 겹쳐진다
  • 정덕현│대중문화 평론가 (.)
  • 승인 2015.12.24 18:40
  • 호수 1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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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사도>를 거쳐 <육룡이 나르샤>까지 절정의 연기력 과시

2010년 <성균관스캔들>은 유아인이라는 꽃미남 배우의 탄생을 알렸다. 하지만 이 젊은 배우는 그저 그런 꽃미남 이미지의 ‘스타’가 아니라 ‘배우’가 되길 간절히 원했다. 이전 <패션왕>이나 <완득이> <깡철이>   같은 작품에서 그는 자신의 겉면을 깨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순수와 반항을 동시에 껴안고 있는 청춘의 자화상을 연기하려 했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만의 ‘청춘 이미지’를 구축해나갔다. 2013년 <장옥정, 사랑에 살다>와 같은 사극을 보면 불과 3년 전 <성균관스캔들>에서와는 다른 진중한 유아인의 모습이 조금씩 비춰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 연합뉴스

정극에서도 밀리지 않는 팽팽한 연기력

그리고 2014년 <밀회>를 만나면서 비로소 유아인은 본격적인 연기의 세계 속으로 뛰어들었다. ‘청춘의 반항과 방황’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순수한 영혼의 청춘 ‘이선재’라는 인물을 제대로 해석해냈다. 이 일련의 연기의 텃밭을 다지는 과정을 통해 2015년에는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베테랑>에서부터 <사도> 그리고 <육룡이 나르샤>까지 올 한 해 유아인은 그의 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돋보이는 성장을 보여줬다.

영화 <베테랑>은 유아인으로선 도전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밀회>를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된 그는 한 가지 이미지에만 머무르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순수한 ‘이선재’라는 이미지가 <베테랑>의 ‘조태오’라는 뻔뻔하고 안하무인 격의 재벌 3세로 변신하는 과정을 유아인은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 “이거, 어이가 없네”라는 대사 하나로도 존재감을 보인 유아인은 바로 그렇게 만들어낸 공분으로 이 영화의 흥행 도화선에 불을 지폈다. 사실상 이 영화의 1000만 관객 돌파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건 그의 연기였다.

유아인의 연기가 물이 올랐음을 방증하는 건 그가 동시에 <사도>라는 작품에서 사도세자를 연기했다는 점이다. 역사에서 광인으로 기록하고 있는 사도세자지만 이 작품은 그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에 더 초점을 맞췄다. 기존의 관점을 뒤집는 이야기인 만큼 새로운 사도세자에 대한 해석을 설득시키는 연기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유아인이 연기한 사도세자는 그저 광인(狂人)이 아니라, 아버지 영조와 노론 세력이 이미 구축해놓은 시스템 속에서 결코 ‘떳떳하게’ 뻗어나갈 수 없어 스스로를 파괴하는 청춘의 슬픈 자화상이었다.

그리고 그는 올 하반기 최대의 기대작으로 꼽히던 <육룡이 나르샤>에서 육룡 중 한 명인 ‘이방원’을 연기하고 있다. 지금껏 여러 번 사극에서 해석된 인물이 이방원이지만 <육룡이 나르샤>에서 유아인의 이방원은 그들과는 사뭇 다르다. 훨씬 젊은 청춘의 이방원이고 무엇보다 실행력이 남다른 인물이다. 천호진이나 김명민 같은 굵직한 배우들과 나란히 자신의 연기를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은 배우 유아인의 입지가 확고해지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렇다면 유아인의 승승장구를 가능하게 한 그만의 힘은 무엇일까. 젊은 세대부터 중년까지를 아우를 수 있는 폭넓은 멜로 연기가 되고, 악역도 되며, 때로는 정극의 틀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팽팽함을 보여주는 연기력이라는 기본이 밑바탕이 된다. 사실 우리 시대에 가장 많은 질곡과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존재들이 청춘이다. 그 많은 청춘의 얼굴들이 유아인이라는 한 얼굴 속에 겹쳐지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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