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 반환에 차질 생길 경우 공적인 사항에 해당”
  • 송응철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5.12.24 18:54
  • 호수 1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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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아이쿱생협이 시사저널 상대로 낸 배포 중지 가처분신청 ‘기각’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사업연합회(이하 아이쿱생협)가 시사저널을 상대로 낸 배포 중지 및 온라인 기사 삭제 가처분신청이 기각됐다. 시사저널은 2015년 9월1일 생협업계 1위인 아이쿱생협의 수천억 원대 불법 자금 모집 의혹을 단독으로 보도한 바 있다. 기사가 나간 직후 아이쿱생협은 시사저널 보도로 자사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해당 기사가 실린 제1350호를 모두 회수해 폐기하고, 온라인에 올라간 기사를 삭제하라는 취지의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재판장 이건배)는 지난 12월16일 열린 2차 심리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시사저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아이쿱생협이 운영하는 유통 매장 ‘자연드림’. ⓒ 시사저널 임준선

본지 기사 “정당한 언론 활동”

해당 기사에 따르면, 아이쿱생협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중금리를 웃도는 이자율을 제시하며 조합원들을 상대로 차입금을 모집해왔다. 시사저널은 아이쿱생협이 최근 3년간 모집한 차입금만 2000억원에 달했으며, 이는 유사수신행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행위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사수신행위는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말한다. 시사저널은 또 아이쿱생협의 경영 상황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아이쿱생협은 가처분신청에 앞서 본지에 보내온 내용증명을 통해 기사 내용을 ‘허위사실’로, 보도를 ‘악의적인 행위’로 규정했다. 그러나 아이쿱생협의 주장과 달리 재판부는 시사저널 보도를 ‘악의’가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아이쿱생협의 자금 조달 방법의 적법성 및 재정 건전성에 관한 의혹과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그 내용이나 표현 방식, 공익 관련성 등에 비추어 감시·비판·견제라는 정당한 언론 활동의 범위를 벗어나 아이쿱생협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 내지 모함에 해당한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시사저널 보도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시사저널은 언론기관으로서 차입금 반환 불능이 초래할 사태에 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조합원들의 수나 규모, 자금 조달 방식 등을 고려해 불법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그 사실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소명할 자료가 현재로서는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금 모집의 불법성 여부에 대해 “조합원들을 상대로 모집된 자금 일부는 ‘예금’ 또는 ‘적금’의 명목으로 조성돼 마치 금융기관에서 취급하는 예금 등과 같이 장래에 원금을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것과 같은 외양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재무 건전성과 관련해서도 “아이쿱생협의 2013년 및 2014년 대차대조표에 의하면 2014년의 경우에는 총자산 766억9800만원 중 부채가 588억9200만원에 이르고, 2013년의 경우에는 총자산 722억580만원 중 부채가 564억3700만원에 이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아이쿱생협에는 다수의 조합원들이 가입돼 있고 그 조합원들로부터 거액의 돈이 차입됐는바 만약 차입금 반환에 차질이 생겨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는 공적인 사항에 해당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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