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촉법 공백 현실화, 구조조정 작업 비상
  • 황건강 (kkh@sisapress.com)
  • 승인 2016.01.04 18: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권은행간 죄수의 딜레마가 벌어질 수 있어"

S

기촉법 일몰을 앞두고 진웅섭 금감원장은 "법적 강제수단이 없다는 이유로 은행이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지 말고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 사진=시사비즈DB

TX조선해양 채권단은 지난해 12월 기결 지원예정자금 4530억원의 용도변경과 금리인하를 주요 안건으로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채권단 지분 48%, 수출입은행도 21%를 보유하고 있어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다. 그러나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은 채권단에서 빠지기로 했다.

STX조선해양의 사례는 기업을 살리는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미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간 기업임에도 지원 방안에 채권단 전체의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다.

4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공백에 임시협약을 만들기 위한 실무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달 안으로 임시협약을 만들어 기촉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임시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기업 구조조정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시협약이 마련되면 협약에 참여한 채권금융기관 간에는 기촉법 없이도 채권단 75% 동의만으로 자율적 구조조정 개시나 자금 지원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근거법이 있는 상황에서도 채권단이 이탈했던 전례를 비춰볼 때 법적인 구속력 없는 협약 아래서 채권단의 동의를 이끌어 내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해양 채권단 회의를 앞두고 채권은행들 사이에서는 회사의 회생가능성을 두고 대부분 비슷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 시점에서 STX조선해양이 실적을 개선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채권단은 동의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채권단 관계자는 "조선 업종에서 업황 회복이 시기를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지연되고 있다"며 "지금 상태로는 STX조선해양이 다시 살아나기 어렵다는데는 동의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채권은행 대응은 달랐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현 시점에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시 청산이 예상된다며 자율협약 상태를 유지하며 구조조정을 추진하자고 설득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손실처리하고 더 이상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기업개선 과정에서 채권단 자율협약과 회생절차 신청은 차이가 있다. 기업이 회생절차를 신청하면 법원에서는 해당 기업을 청산할지 살릴 지를 결정한다.

법원에서는 계속가치와 청산가치를 비교한다. 계속 사업할 때 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고 판단될 경우 회생절차 개시 명령을 내리고 반대의 경우 청산명령을 내린다.

채권자 기준 동의율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에도 회생절차는 개시되지 못한다. STX조선해양 채권은행들은 지난 2013년 4월 채권단 자율협약 개시 결정을 내렸다. 만약 현 시점에서 자율협약 개시를 결정해야 한다면 다른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

시중은행 여신관리부 관계자는 "건설이나 조선, 해운 등 업황전망이 부정적인 회사에 대해서는 채권단 일부가 이탈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며 "누군가 먼저 이탈한다면 너도나도 이탈할 수 있는 죄수의 딜레마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