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요시대 맞은 철강·화학산업, ‘변해야 산다' 안간힘
  • 송준영 기자 (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1.12 17:23
  • 호수 1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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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들도 적극적인 수요 중심 전략 펼쳐
수요 침체로 위기를 맞은 철강, 화학업계 등 국내 제조사들이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 사진=포스코

저성장, 저소비 등으로 일컬어지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맞아 철강·석유화학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수요 중심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고객사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객 접점 전략을 쓰고 현지화를 통해 고객 이해하기에 나서고 있다.

정적인 산업으로만 인식되던 이들 기업들이 저수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 대형 컨설팅 업체로 변하는 철강 기업들

철강 업체는 대형 컨설턴트로 변하고 있다. 기술력만을 내세워 제품을 팔던 과거와 달리 고객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지원, 제품 기획, 마케팅 자문, 외부 투자 등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마케팅이 인기다. 기술 수준이 평준화 되고 수요산업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변화인 것으로 풀이 된다.

포스코는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고객사 접점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포스코가 역점을 두고 있는 솔루션 마케팅은 해당 제품을 고객의 필요에 가장 알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성형·용접 등의 이용기술도 함께 제공한다. 고객사 수익성 향상이 포스코 수익 향상과 직결된다는 인식에서다.

수요자 위주 전략의 효과는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10월 르노삼성차 신차 개발에 맞춰 고강도 강판 개발, 신소재 적용 등과 관련해 기술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생산하는 르노삼성 자동차에 포스코의 외판용 고강도 강판이 쓰일 예정이다.

현대제철도 고객과 가까이 하는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KAM(Key Account Management· 핵심고객관리) 부서를 운영한다. 철근KAM, 형강KAM, 건설KAM 등 부문 별로 핵심 고객을 섬세하게 관리한다. 고객사가 원하는 철강 제품을 제공하고 발주 단계에서부터 내진용 강재 등 고부가 제품이 반영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진행하는 게 핵심이다.

◇ 현지에서 고객 잡기 나서는 석유화학 기업들

석유화학업계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중국 경제 성장과 함께 호황을 맞았던 석유화학 업체들이 중국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자 적극적으로 현지화 전략을 쓰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 최대 수출국인 중국을 잡기 위함이다.

SK종합화학은 올해 중국을 중심으로 성장하겠다는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중국에 전략본부와 글로벌성장추진실을 신설했다. 새롭게 임명한 김형건 SK종합화학 대표와 전략본부에 소속된 일부 직원들도 중국 상하이(上海)로 보냈다.

SK종합화학은 중국 석유화학업체인 시노펙(Sinopec)과 35 대 65 비율로 출자한 중한석화를 통해 현지 중심 전략을 확대할 예정이다. 유통에 필요한 물류비를 줄이고 시노펙이라는 브랜드파워와 네트워크를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SK종합화학은 현지 석유화학 기업들과 제2, 제3의 협력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 역시 중국 현지화 전략에 공을 들이고 서비스 전문 조직을 중국에 신설하고 인력 확보를 위해 대표이사가 직접 나섰다.

LG화학은 지난해 10월 국내 석유화학기업으로는 최초로 중국 현지에 100억원을 투입해 고객지원 전담조직인 화난(華南)테크센터를 설립했다. 테크센터는 고객사의 제품 개발에서부터 품질 개선·생산성 향상·설비 개조에 이르기까지 애프터서비스(A/S)와 비포서비스(B/S)를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을 제공한다.

LG화학은 현지 고객 대응 시간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단축하고 신규 고객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또 기존 고객사 제품 개발을 지원한다. LG화학은 고객 관리로 제품 판매량이 연간 20만톤에서 30만톤으로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인재 채용에도 적극적이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직접 팔을 걷어부쳤다. 박 부회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채용행사를 직접 주관했다. 베이징대·칭화대 등 중국 내 주요 10여개 대학 학부생 30여명을 초청하며 중국 인재 찾기에 힘썼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제조업 회사들이 글로벌 공급 과잉, 중국 경착륙 등으로 인한 수요 감소로 위기를 맞았다”며 “소극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특히 수요를 찾기 위한 고객 접점 마케팅, 솔루션 등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간 거래) 마케팅 전략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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