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자율협약 개시 불투명
  • 황건강 기자 (kkh@sisapress.com)
  • 승인 2016.01.12 18:15
  • 호수 1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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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불충분·기촉법 실효로 설득 필요할 것"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전경. 산업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딜로이트안진 실무자를 파견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한진중공업

한진중공업이 자율협약 개시에 대한 채권은행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채권은행들은 14일에 열릴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 한진중공업 자율 협약 개시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채권은행들은 이번 회의에서 개시 여부가 한번에 결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큰 틀에서 한진중공업을 살려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지만 개별적인 사안에서는 입장차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은행들 입장을 통일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의 자율협약 개시가 불투명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자율협약 논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공백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다.

채권은행들이 자율협약을 논의할 때는 필연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한다. 채권은행들은 특정기업의 자율협약 개시를 논의하기 전에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 더구나 조선업종은 지난해 터진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상태다.

한진중공업 채권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실제로 유동성 부족 규모도 정확하게 알수 없다"며 "한진중공업의 자산매각이 결실을 맺는다면 자금사정이 풀릴 것이라고 예상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업에서 자율협약 신청이 들어오면 채권단은 채권회수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해 실사를 진행한다. 일반적으로는 자율협약이 개시된 후에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채권은행들은 해당 기업의 자산과 부채가 손상되지 않았는지, 장부상 기록과 맞는지 확인한다. 실사 과정은 빠르면 1개월에서 3개월 정도가 필요하다.

금융 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딜로이트안진 실무자를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파견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의 비대칭을 최대한 막고 한진중공업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파악하기 위해 실사 작업은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기촉법 실효로 인한 관련법안 공백도 한진중공업의 자율협약 개시에 어려움을 더하는 요소다. 과거 기촉법의 효력이 살아있을 때는 채권은행 75%만 동의하면 워크아웃으로 이행할 수 있었다. 반면 자율협약은 채권은행의 100% 동의가 있어야 한다. 금융 업계에서는 14일로 예정된 채권금융기관협의회 개최도 만장일치 동의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이렇게 쟁점 사안이 크지 않은 경우 문서의결로 진행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모여서 협의하자고 한 것만으로도 설득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채권은행 관계자는 "채권은행들 중에서는 채권 금액이 소액으로 분담비율이 높지 않은 곳이 많다"며 "기촉법 공백에 100% 동의하기 위해서는 설득 과정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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