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유감
  • 전성인 |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 승인 2016.01.14 18:30
  • 호수 1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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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6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있었다. 필자는 산자부 쪽 정책은 잘 모른다. 다만 주 후보자는 주로 기재부에서 경제 또는 금융 쪽 업무를 담당했기 때문에 조금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따라서 청문회가 어찌 진행되는지 관심을 가지고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산자위 인사청문회는 ‘졸속’ 그 자체였다. 듣기 편안한 말은 많았지만 정작 송곳같이 정책적 문제를 파고드는 부분은 없었다. 일반적으로 후보자의 병역 비리, 위장 전입, 이중국적, 논문 표절 등에는 의원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지만, 과거 정책 집행상의 문제점을 파고드는 데는 관심이 덜한 것이 사실이다. 주 후보자의 문제점은 정책 집행상에 있다. 그 때문인지 이번 청문회에서는 그냥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넘어갔다.

그렇다면 주 후보자는 무슨 문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공무원으로서의 자세 문제다. 그런데 주 후보자는 그 점이 석연치 않은 것이다.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시간을 10여 년 거슬러서 2002년 무렵으로 돌아가보자. 이때 주 후보자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내 은행제도과장으로 은행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때 개정된 은행법에는 그 유명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조항이 들어가 있었다. 내용인즉 산업자본은 은행을 소유할 수 없다(정확히는 은행의 의결권 주식의 4% 초과 보유 금지)는 것이다. 주 후보자는 이때 주무 과장으로 이 은행법 개정을 주도해서 이 조항을 누구보다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은행법을 개정한 지 대략 1년 후에 이 은행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불법이 저질러졌다. 정부가 외환은행을 산업자본인 론스타에 팔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결정을 한 회의가 2003년 7월15일에 있었던 이른바 ‘10인 비밀대책회의’였다(불법 매각 결정에 도장 찍어주는 대가로 ‘도장값’을 많이 받아야 한다는 말이 나왔던 바로 그 회의다). 그리고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주 후보자는 이 회의에 참석했다. 당연히 외환은행 매각이 불법이라는 점을 알았을 것이다. 문제는 주 후보자가 이 불법을 목격하고 공무원으로서 어떤 행동을 취했는가 하는 점이다. 주 후보자가 장관을 맡을 자격이 있는지, 아닌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주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국회의원도 일부 문제를 제기하기는 했지만 집요하게 추궁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이 채택의 의미는 무엇인가. 적어도 이 결정은 ‘장관은 그래도 공무원 중 덕목을 갖춘 사람이 돼야 하고, 장관이 되려면 그 점을 깐깐한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입증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로 ‘장관은 아무나 한다’는 자조적 헛웃음일 수도 있고,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제대로 할 능력이 없다’는 무능의 선언일 수도 있다. 정치와 행정이 동시에 서글픈 희극이 되고 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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