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열전] 이경섭 농협은행장, 수익상승 개혁 시동
  • 이준영 기자 (lovehope@sisapress.com)
  • 승인 2016.01.28 17:42
  • 호수 137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가 대손충당금 관건…성과주의 박차
이경섭 신임 농협은행장은 수익 상승 개혁을 시작했다. 성과주의 도입에 박차를 가했다. 다만 STX조선해양 여신 등에 따른 추가 대손충당금 문제가 관건이다. / 사진=시사비즈

"출범 5년차 농협은행은 일류 은행으로 비상하느냐, 삼류 은행으로 추락하느냐 기로에 서 있다. 농협은행은 단 한 번도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일류 농협은행으로 나아가자."

이경섭 신임 농협은행장의 지난 4일 취임사다.

30여년 농협에 몸 담았던 이 행장은 농협은행의 수익성 상승을 위한 개혁 시작을 알렸다. 그는 취임식부터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농협의 온정주의 문화 부작용, 적당주의 등을 꼬집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금융 당국이 추진하는 성과주의 문화 확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28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농협은행은 연공서열이나 지역안배보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 능력있는 직원, 성과가 뛰어난 부서가 칭찬받고 우대받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능력있는 직원에 대한 과감한 승진 발탁이나 우대를 실시하겠다"며 "영업점장에게 인사 추천권과 거부권을 줘 영업점에 활기를 불어넣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농협은행은 지난 22일 인사에서 발탁 승진 규모를 기존보다 대폭 늘렸다. 팀장급 이상 인사에서 71명을 발탁 승진시켰다. 지난해 발탁 인사는 19명이었다. 영업 실적이 좋은 직원을 우대해 성과주의 도입을 가속했다는 평가다.

이 행장은 저성과자 특별 관리제도도 강화했다. 저성과자를 가려내 업무역량 강화·성과개선 등 기회를 준 뒤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중징계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각 지점장으로부터 저성과자로 지정된 직원들은 영업본부 내 영업추진단의 특별관리를 받는다. 은행 측은 이들에게 개별 목표를 주고 달성 여부에 따라 인사조처할 수 있다.

이는 정부의 저성과자 일반해고 요건 완화를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 행장의 실적 상승을 위한 개혁에는 암초도 많다. 농협은행은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는 STX조선해양 등에 따른 추가 충당금으로 지난 4분기 적자를 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은행의 STX조선 여신(선수급환급보증 포함)잔액은 1조5370억원 규모다. 오랜 불황을 겪는 조선·해운업 대상 여신 잔액은 지난해말 기준 2조2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농협은행이 다른 시중은행처럼 채권단에서 쉽게 빠지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이경섭 행장은 지난 27일 조선·해운업 대상 채권단에서 빠지지 않겠다고 밝혔다. 채권단에서 빠져 나와 대손충당금을 쌓으면 주주인 농민 조합원이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농협은행은 수익 일부를 농협중앙회로 배당한다. 배당을 줄이면 지역 농협이 타격을 받는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사실 농협은행은 다른 시중은행처럼 조선 해운업 대상 채권단에서 빠지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 행장이 주주인 농민들을 위해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섭 농협은행장은 농협에 입사해 29년만에 농협은행장에 올랐다. 그는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농협중앙회 인사팀장, 구미중앙지점장, 수신부 개인금융단장, 서울지역본부장을 거쳤다. 2013년 농협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겨 상무와 지주 부사장(경영기획본부장) 등을 맡았다.

특히 농협금융지주 부사장 시절 김용환 회장과 손발을 잘 맞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행장에 오른 것도 이 당시 김용환 회장의 신임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것. 2년간 농협금융지주에서 일을 해와 지주와 은행간 협력을 이끌 적임자로도 꼽혔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이경섭 행장은 농협금융지주 부사장 시절 김용환 회장과 다방면에서 손발을 맞추고 협력한 사이다"며 "이경섭 행장 선임에는 농협중앙회와 협의하긴 했지만 농협금융지주가 독립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경섭 행장은 기획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협금융 부사장 시절 금융권 처음으로 복합금융점포를 열었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 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아 큰 탈 없이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실패도 겪었다. 개인금융단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로얄로드(Royal Road)라는 프라이빗뱅킹(PB) 사업을 맡았다. 그러나 시중은행과의 경쟁에 밀렸다. 2013년 주요 지역 8개 PB센터 중 강북PB센터를 제외한 나머지는 일반영업점으로 통폐합됐다. 이에 농협은행 관계자는 "당시 이 행장이 프라이빗뱅킹을 주도한 것은 아니고 중간에 맡았다. 고액 자산가 대상 PB사업이 농협과 맞지 않아 방향을 바꾼 것"이라고 전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