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복할 것은 산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 조철│문화 칼럼니스트 (.)
  • 승인 2016.01.28 19:36
  • 호수 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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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에세이집 펴낸 산악인 엄홍길 대장

“인간의 한계로는 극복하기 힘들다는 8000m급 산을 수십 번 올랐다. 죽을 각오로, 죽음을 무릅쓰고, 죽음과 더불어…. 그리고 죽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오래 산을 오르다 보니 어떤 깨달음 같은 것이 오기 시작했다. 히말라야 8000m 16좌(座) 완등(完登)을 이루면서 내가 얻은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여러분과 나누려고 한다. 지금 여러분은 인생이라는 산의 어디쯤을 오르고 있나? 뚜벅뚜벅 내딛는 한 걸음이 느려 보이겠지만,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두 발로 한 걸음씩 내디딜 때 인생도 산도 여러분에게 정상을 내어줄 것이다.”

최근 영화 <히말라야>로 주목받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다음 세대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을 펴냈다. 영화는 그의 성공보다 등반 도중 실종된 동료 산악인의 시신을 찾으러 떠나는 휴먼원정대의 감동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그가 세운 기록도 놓치지 않았다. 2000년 세계 여덟 번째, 아시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14좌에 모두 올랐고, 위성봉인 얄룽캉과 로체샤르까지 올라 2007년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 16좌 완등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고.

ⓒ휴먼재단 제공

그런데 엄 대장은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를 통해 그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성공보다 열여덟 번의 실패라고 말한다. 그는 “서른여덟 번 8000m 봉우리를 오르는 동안, 수없이 좌절하고 실패했으며 열 명의 동료를 잃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한 실패 덕분에 오히려 목표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으며, 새로운 용기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잘 내려와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던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한 번 오르고 말 산이 아니다. 얼마나 많이 실패하느냐에 따라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고, 역경을 딛고 일어날 수도 있다.’ 무슨 일을 하든 자신감이야말로 절대적으로 필요한 거다. 할 수 있다는 느낌!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은 혹여 실패하더라도 중도에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엄홍길 대장은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면 넘어지고 넘어져도 포기하지 않게 된다고 그의 경험을 들려주며 강조한다. 그가 산에서 배운 것은 ‘누구보다 빨리 정상에 서는 법’이 아니라 ‘기다릴 줄 아는 지혜’와 ‘포기할 줄 아는 용기’였다. 수많은 사고와 실패, 좌절을 경험하며 ‘성공적인 실패’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상에 오르지 못했더라도 잘 내려가야 다른 봉우리에 오를 수 있다. 실패는 성공의 과정이니, 잘 내려가야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한 파도가 강한 어부를 만든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보라. 당연히 겪어야 되는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내가 히말라야에 낸 수많은 길들은 모두 실패를 통해서 만들어진 길이다.” 엄 대장의 경험에 따르면, 실패의 수와 성공의 수는 거의 비슷하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실패를 피하는 게 아니라 실패를 다루는 방식이다.

“요즘은 자신의 실패에 대해 환경 탓, 남 탓을 많이 한다. 그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실패냐, 성공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자기가 어떻게 꿈꾸고 만들어가느냐에 달린 것이다. 지눌 스님이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라’고 하셨다. 나는 산에서 실패하면 거기서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자만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체력의 한계를 느껴서였을까. 넘어진 그 자리에서 원인을 찾고 목표를 다시 수정했다.”

엄홍길 대장은 산에서 얻은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우선 등산에 빗대 전한다. 인생이라는 산을 오르는 데 필요한 기술은 자신감이다. 자신감은 어떤 일을 시작하는 데 매우 중요한 마음가짐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겨야 한다. 정상에 오르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고, 이겨내느냐 이겨내지 못하느냐는 결국 나 자신에게 달린 일이라는 것이다.

“산을 오를 때 자연의 악조건보다 더 두려운 존재는 나 자신이었다. 정상에 오르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기 때문에, 이겨내느냐 이겨내지 못하느냐는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 포기하지 않으려면 신념과 의지의 사람이 돼야 한다. 내 좌우명이 자승최강(自勝最强)이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강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자기를 이긴다는 건 어떤 조건과 환경에서도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엄 대장이 강조하는 것은 ‘산 중의 산’이라는 ‘하산’의 지혜다. 하산의 첫 단추는 지금 이룬 성공이 끝이 아니며 도전은 끝이 없는 것임을 깨닫는 것이다. 진정한 도전의 성공은 출발 지점에 돌아와야 성취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두 번째 지혜는 잘 내려와야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에 취해 자만해서도 안 되며, 결과가 아닌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두어야 한다.

엄 대장이 전하는 세 번째 하산의 기술은 배려와 겸허함이다. 아무리 산에 많이 오른 사람이라도 감사하는 마음, 겸허한 자세를 잃으면 그 끝은 허망할 수밖에 없다. 엄 대장이 전하는 마지막 하산의 지혜는 나눔이다. 산에서 내려와 사람의 산에 오르며 ‘도전’보다 더 아름다운 단어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사랑하고 나누며, 아끼고 살아도 인생은 그리 길지 않다. 내 것이라는 소유욕에서 시작되는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이제 나눔을 경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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