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열전]㉕ 조용병 신한은행장 “리더 혼자 큰 일 할 수 없다”
  • 장가희 기자 (gani@sisapress.com)
  • 승인 2016.02.04 11:53
  • 호수 137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몸으로 부딪히며 신뢰 쌓는 맹장(猛將)

“든든한 맏형, 엉클 조”

소탈하다. 옹골차다. 쾌활하다. 행원들과 어울려 폭탄주 마시기 좋아한다. 지난해 취임한 조용병 신한은행장을 일컫는 수사들이다. 

조 행장은 행원들과 자주 어울린다. 그는 화합이 곧 성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조 행장은 회식을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소통 창구로 여긴다.  행원들과 어울리며 큰 형처럼 행동하다보니 '엉클 조'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와 신한BNP파리바에서 함께 일한 지인은 “조 행장은 사람 좋아하기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조 행장이 화합의 자리를 자주 가질 수 있는 비결은 특별한 체력관리에 있다. 그는 마흔 여섯에 마라톤을 시작해 풀코스를 10회 이상 완주했다. 미국 뉴욕 지점장 시절 조깅으로 뉴저지와 맨해튼을 잇는 다리를 오갔다. 지난해 4월에는 직원들과 함께 경주 벚꽃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했다.

그는 지난해 8월 강원도 평창에서 휴가를 보내다 에스버드 여자농구단 전지훈련장을 깜짝 방문했다. 즉석에서 농구 선수들과 연습경기도 했다. 선수, 감독과 기탄없이 소통하고자 하는 의중이 엿보인다. 

조 행장은 “리더 혼자 큰 일을 해낼 수 없다. 조직 내부와 신뢰를 먼저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행장은 구단주이기에 앞서 에스버드 광팬이기도 하다.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6월 에스버드 선수단에게 장어즙을 손수 전달하고 운동기구도 최신형으로 교체했다.

조 행장은 영업에 강하다. 경기 성남시 미금동 지점장과 강남 대기업금융센터장 시절 실적 1위를 올렸다. 2013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에 부임해 회사 수익구조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조 행장의 영업 능력은) 어려운 일도 몸으로 부딪혀 해결하는 화통한 성격에 있다”고 언급했다.

조용병 행장은 취임 후 임원회의에 ‘레드팀(Red Team) 제도’라는 독특한 방식을 도입했다. 매주 임원 2명을 반대 발언자(레드팀)로 정하고 의무적으로 쓴 소리를 하도록 했다. 조 행장은 “회의에서 듣기 좋은 환담만 나누거나 주무부서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의사결정의 폭포 효과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 임원은 "의도적으로 공격 논리를 세우려다 보니 더 공부하고 고민하게 된다"며 "수비하는 입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 행장은 취임 후 비대면 보고를 활성화했다. 임직원이 이른 아침부터 행장 집무실 앞에 업무 서류를 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풍경은 조 행장이 취임하자 사라졌다. 조 행장은 보고하느라 오랜 시간 허비하는 비효율적 업무관행을 바꾸려 이메일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조 행장은 부서별 보고를 받은 뒤 추가로 궁금한 사항이나 필요 자료가 있으면 전화로 해당 부서에 직접 요청한다. 외부 일정 때문에 집무실을 비울 때는 차 안에서 아이패드 태블릿PC로 보고 내용을 체크한다.

조 행장은 비대면·온라인 중심 업무 처리에 익숙하다. 신한은행장 취임식 땐 종이 원고 대신 아이패드를 단상에 올려놓고 취임사를 읽기도 했다.

스마트 기술에 관심이 많은 조 행장의 성향은 새 모바일뱅크 플랫폼인 써니뱅크에서 나타난다. 신한은행은 지난 12월 국내 최초로 비대면 실명확인을 통해 계좌를 개설하는 방식을 도입됐다. 영업점에 방문하지 않아도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도 함께 선보였다.

조 행장은 해외 사업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인도네시아 은행 CNB를 인수했다. 현재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싱가폴, 필리핀, 미얀마, 인도 등 동남아시아에 신한은행이 진출해 있다. 지난해 12월엔 두바이지점을 개점했다. 조 행장은 "두바이는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지역"이라며 "중동시장을 지속적으로 조사해 왔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현재 19개국 140개 해외 네트워크를 확보한 상태다.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조와 협의가 필요하다.”

조 행장은 현재 성과연봉제 전면 실시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는 “신한은행은 그동안 차등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간접적으로 성과주의를 지향해 왔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노조는 성과주의 전면 실시에 반기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유주선 노조위원장은 '개인별 성과 평가제도 도입 저지·축소'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조 행장이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 지 관심사다.

조 행장은 지난 1월 2015년 종합업적 평가대회를 열고 성과 우수자 8명을 특별승진시켰다. 역대 최대 규모다. 과거 특별승진 대상자는 3~4명에 불과했다. 조 행장이 성과주의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말 퇴직연금 12조원을 돌파해 5년 연속 은행권 1위를 달성했다. 조 행장 임기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그동안 거둔 성적으로 그를 평가하긴 이르다. 

신한은행 내부에서는 조 행장이 연임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조 행장 임기는 2017년 3월 31일까지다. 남은 1년간 무리 없이 성과주의를 도입하고 해외 사업과 비대면 채널에서 좋은 성과를 보인다면 무난하게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필

1976년 대전고등학교 졸업

1981년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1984년 신한은행 입행

2002년 신한은행 인사부장 

2004년 신한은행 기획부장

2007년 뉴욕 지점장

2009년 글로벌사업그룹 전무

2010년 경영지원그룹 전무

2013년 신한 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2015년 3월 신한은행장 취임

2017년 3월 임기 만료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