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산업 위기]③스마트폰 잔치 끝나니 웃을 일 없는 IT업계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6.02.04 17:35
  • 호수 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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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 침체‧중국 추격에 진퇴양난 빠져
글로벌 시장 침체와 중국의 추격으로 IT업계 수출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은 서초사옥을 나서는 삼성전자 직원들의 모습. / 사진=뉴스1

지금 한국 정보기술(IT) 업계는 수출 주력 상품 자체가 없다. 2016년 IT 코리아가 처한 냉혹한 현실이다.

1월 수출입동향 자료에 따르면 무선통신기기 및 가전 수출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7.3%, 29.2%씩 하락했다. 효자상품이었던 스마트폰 산업은 이미 정체기를 지나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가전 역시 중국과 신흥국 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하며 앞날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답답한 것은 우리가 잘한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 이미 PC산업 전철 밟고 있는 스마트폰

스마트폰 산업 위축 '빨리 성장한 산업이 빨리 내리막길을 걷는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 몇해전만 해도 세상을 바꿔놓은 물건처럼 여겨지던 스마트폰이 이젠 PC처럼 사양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업이 발전하고 정체기에 접어드는 기간을 비교해보면 스마트폰이 PC에 비해 2배 이상 빠르게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중국 시장에서도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고 있어 애플이 실적을 하향 조정했다. 스마트폰 산업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한국 기업에게 기회의 땅이 아니다. 애플과 중국 업체들이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어 국내 업체가 낄 자리가 없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인도 등 신흥국 개척에 공을 들여왔다. 문제는 신흥국 시장에서도 피 터지는 전쟁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최근 애플은 주력 시장이던 중국 수요 침체가 예상되자 인도 정부에 정식 매장을 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애플이 갑자기 인도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그만큼 시장 환경이 각박해졌기 때문이다. 인도시장은 스마트폰 분야에서 마지막 남은 목초지로 여겨지는 곳이다.

블루오션을 찾아 신흥국을 개척하던 삼성전자에게 애플의 도전은 달갑지 않다. 인도는 특히 삼성전자가 25.7% 점유율(지난해 말 기준)로 1위를 지키고 있는 시장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신흥국 시장에서 밀리면 이제 더 이상 밀려날 곳이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중국 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는 것도 한국 업체들에겐 고욕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번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주력제품인 갤럭시S7과 G5를 공개한다. 샤오미도 24일 주력 스마트폰인 미5(Mi 5)를 MWC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국내 제조사들은 중국 제품들이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떠올리며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하이얼 GE 가전인수로 북미 시장 경쟁 더 치열해져

최근 실적을 놓고 보면 IT업계에서 가장 선방한 분야는 가전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가전부문만 실적이 개선됐다. 하지만 가전업계 표정은 여전히 어둡다. 다음 분기엔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성수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올해 전망이 더 안 좋다”며 “주요 시장인 신흥국들과 산유국, 유럽 시장까지 얼어붙고 있어 기대할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자세히 뜯어보면 가전시장도 스마트폰과 상황이 비슷하다. 시장상황이 좋지 않고 중국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나마 가전 부문에서 활로를 찾을 만한 시장은 북미시장인데 중국 하이얼의 GE 가전부문을 인수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 시장조사전문기관 트랙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북미 생활가전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16.6%)가 1위, 월풀(15.7%) LG전자(14%), GE(13.5%) 순이다. 북미 점유율 1%에 불과하던 하이얼이 단숨에 시장 4위로 올라서게 됐다.

하이얼이 GE 가전 부문을 인수한데 대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입을 모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단순한 기업 인수로 기술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선 하이얼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GE 브랜드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내 가전업계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위기를 타파하는 쪽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LG와 삼성은 각각 올레드(OLED, 유기발광다이오드)TV와 SHUD TV로 프리미엄 수요를 잡기 위해 경쟁에 나섰다.

특히 LG전자는 시그니처 브랜드를 앞세워 공격적인 프리미엄 전략을 펴고 있다. 가전업계의 기존 프리미엄 라인업을 뛰어넘는 초 하이앤드 제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불경기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것이 프리미엄 제품”이라며 “경기 영향을 최소화 시켜 북미와 남미 시장을 동시에 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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