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방 빌려주면 불법이라고?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02.06 10:16
  • 호수 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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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의 숙박업 불법 영업 판결로 공유경제 논란 재점화
에어비앤비는 세계 최대의 숙박 공유 플랫폼이다. 한 외국인 여행객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한 방을 나서고 있다. © DPA 연합

외국 여행을 하기 위해 호텔을 예약한다. 이 자연스러운 과정이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개인 집을 빌려 여행 기간 동안 묵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현지인 집에서 그 나라를 경험한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에어비앤비(Airbnb)’라는 숙박 공유 사이트다. 다른 숙박업소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방을 빌릴 수 있어 갈수록 여행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2007년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던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아파트에 살던 청년들이 남는 집 공간에 간이침대를 놓고 손님을 받은 것이 에어비앤비의 시초다. 전 세계 190개국 3만4000개 도시의 숙소를 컴퓨터 화면으로 한눈에 볼 수 있다. 집주인, 즉 호스트(Host)가 자신의 남는 방을 여행객들에게 빌려준다는 내용과 방 사진을 플랫폼에 올리면 여행객들이 선택해 예약하는 방식이다. 공유경제가 세계 경제 불황 타개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탄생한 새로운 플랫폼이다.

에어비앤비는 7년 만에 기업 가치 200억 달러를 넘겨 하얏트(85억 달러) 등 글로벌 호텔업계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에어비앤비의 규모가 커지면서 에어비앤비를 둘러싼 문제들도 부각되고 있다. 우버택시와 함께 공유경제 대표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에어비앤비가 논란에 휘말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 민박업 등록 숙소 30%도 못 돼

2013년 1월 에어비앤비가 국내에 진출한 이후, 에어비앤비의 불법성을 인정한 국내법원 첫 판단이 지난해 9월 나왔다.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한 아파트를 통째로 한국인 7명에게 빌려준 주부 정 아무개씨(55)에게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으로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것이다. 또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에 숙박시설을 갖추고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여행객들에게 하루 10만원의 숙박비를 받은 한 아무개씨(35)가 벌금 7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렇게 국내에 있는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이 처벌을 받은 것은 국내에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하는 숙박 영업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최근 에어비앤비 내에서 늘어나고 있는 숙박 방식은 기존처럼 남는 방 하나를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내어주는 것이 아니다. 집 한 채를 빌려주는 유형이 가장 많고, 오피스텔과 원룸을 통째로 빌려주는 경우도 많다. 현행법상방이나 집을 빌려주는 숙박업을 운영하려면 지방자치단체에 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운영되고 있는 에어비앤비 호스트 중 등록한 경우는 전체의 30%에도 못 미친다.

민박업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요건이 까다롭다. 건축법에서 분류하는 ‘주택’이어야 하고, 신청인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 외국인에 한해 숙박이 가능하며, 화재경보 시스템도 설치해야 한다. 이처럼 복잡한 요건 때문에 민박업 등록을 하는 사람 수가 극히 적은 것이다. 그러나 어비앤비를 통해 방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공급자’가 아니라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용자’이기때문에 기존 규제 대상으로 보기도 어렵고, 소득이 생겨도 세금을 부과하기 어렵다. 적발도 쉽지 않다.

에어비앤비의 규모가 커지면서 기존 숙박업자들과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김정섭씨(가명·55)는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늘어나면서 기존 숙박업소 방이 텅텅 빈다”며 “불법으로 운영되는 숙박을 근절해달라고 국민신문고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에어비앤비의 불법 논란을 불편하게 여기는 호스트들도 있다. 2년 전부터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하고 있다는 이미정씨(가명)는 집에 남는 방 하나를 여행객들에게 빌려주고 있다. 게스트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다. 자신도 여행을 갈 때마다 에어비앤비 숙박을 알아보고 현지인의 집에서 숙박을 한다고 한다. 이씨는 “에어비앤비의 취지에 맞게 그 나라 사람들과 지내며 문화를 공유하는 데서 그쳐야 한다”며 “숙박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에어비앤비에 들어와 사업 목적을 훼손하고 있다. 업자들 때문에 에어비앤비라는 좋은 플랫폼이 욕먹고 있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에어비앤비 홈페이지. 선택 항목을 설정하면 조건에 맞는 방이 검색된다.

공유경제 활성화 위한 제도 필요하다는 지적

최근까지 에어비앤비를 통해 오피스텔 숙박 영업을 하다가 그만뒀다는 정현택(가명·31)씨는 “정식으로 숙박업을 등록해 운영할 생각이지만, 공유경제 흐름에 맞게 법개정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유경제는 이미 있는 자원을 여러 명이 공유하거나 물물교환을 하는 것으로, 기존의 판매 개념이 ‘공유’나 ‘대여’로 바뀐 것이라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에어비앤비의 가능성을 볼 때, 이런 규제를 두는 것 자체가 공유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경쟁이 계속되고, 그것이 많은 사람이 원하는 경쟁이라면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4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전 세계 도시 중 처음으로 에어비앤비의 상업적 사용에 대한 규제를 시작했다. 집주인이 1년에 최대 60일, 최대 4명까지 돈을 받고 집을 빌려줄 수 있고, 대신 관광특별세를 납부해야 한다. 프랑스 역시 단기 임대 기간이 1년 중 4개월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법률을 제정했고, 독일 함부르크도 법 개정을 통해 개인 주택을 임대할 수 있게 했다.

화재나 사고, 위생적인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아파트를 숙소로 빌린 여성 여행객 에디스 슈마허가 몰래카메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 몰래카메라는 고성능 원격 조종 카메라로 어두운 상황에서도 피사체를 촬영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2년 동안 사생활이 노출될까 봐 불안한 나날을 보낸 에디스는 결국 지난 12월 에어비앤비와 아파트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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